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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은 산모의 85%는 어떤 형태로든 우울증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감정의 변화도 심하고 이유 없이 눈물이 나기도 하고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합니다. 산후우울증은 출산여성 보통 10명 중 4명 꼴로 발병하고, 드물지만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산모, 그리고 남편, 산후도우미의 이야기를 통해 산후우울증을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영아를 홀로 돌보고 있는 여인. 남편이 육아에 무관심하고, 살림에 보탬이 되지 않을 때, 수면 부족과 누적되는 피로감으로 육아의 부담이 커질 때, 사회로부터 소외감을 느낄 때 출산한 여성들은 ‘산후우울증’을 기필코 경험한다. 몇몇은 어이없는 선택을 하게 된다.
영아를 홀로 돌보고 있는 여인. 남편이 육아에 무관심하고, 살림에 보탬이 되지 않을 때, 수면 부족과 누적되는 피로감으로 육아의 부담이 커질 때, 사회로부터 소외감을 느낄 때 출산한 여성들은 ‘산후우울증’을 기필코 경험한다. 몇몇은 어이없는 선택을 하게 된다. ⓒ 고영준


내가 이런 '자폭'과도 같은 기사를 쓰게 된 이유는 '따뜻한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에서다. '신상보호 차원'에서 가명을 썼지만, 소설은 아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인다. 그때 보이는 것은 예전 것과 같지 않다. 대통령부터 서민까지 이 땅의 남성들에게 이런 축복이 있기를 바란다.

"벽만 보고 있어도 눈물이 주르륵 흘렀고, 아이를 침대에 던지기까지 했다." - 눈물나(가명)씨
"기본적으로 남자들은 알아서 하는 것 같지 않다." - 서운해(가명)씨
"벽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 고독해(가명)씨

눈물나(31·자녀 3명)씨, 서운해(31·자녀 1명)씨, 고독해(31·자녀 1명)씨가 모여 수다를 떨었다. 내 아내와 친구들이다. 오늘의 주제는 '산후우울증'. 산모들 중 80%가 우울증을 일시적으로 경험한다고 하는데, 이들 모두 입에 거품을 물어가며 신나게 불만을 털어 놓았다. 도마에 오른 것은 '불통(소통불능) 남편'과 폭력'사회'다.

출산 후, 남편이 곁에 없어 힘들었다

눈물나씨는 자녀가 셋이나 돼서일까? 입담이 좌중을 압도했다. 눈씨는 제왕절개 수술로 첫째를 낳았다(제왕절개는 수술 시 사용되는 약품 때문에 이후 모유수유가 어렵다고 했다. 모유수유의 장점 중엔 아이가 젖을 빨 때, 옥시토신이 분비되어 아내를 안정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때문에 출산 초기에 모유수유를 하지 못하는 제왕절개 산모의 경우 우울해지는 증상이 더 클 수 있다). 이후 병원에서 1주, 산후조리원에서 2주, 친정에서 1주를 보냈다. 아이가 두 달째 되던 날 군인인 남편은 한 달간 훈련을 떠났다.

할 수 없이 눈물나씨는 혼자서 육아를 책임졌다. 제왕절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위해 모유수유를 결심했다. 젖이 충분치 않은데, 도움이 없다 보니 끼니를 거를 때도 있었다. 급한 대로 밥에 물을 말아 후루룩 마시기도 해봤지만 젖양은 계속 줄어갔다. 더 힘든 것은 아이가 자주 아팠지만, 주위에 물어볼 사람도 없었고, 병원에 의지해야만 했던 점이다.

힘든 위기의 순간을 모면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함께 모여 사는 군인가족들의 위로와 육아 관련 인터넷 카페가 있었기 때문이다. 주위 이웃들, 인터넷 카페 회원들과 소통하면서 함께 고민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어서 이를 해소할 수 있었다.

군에서 전역한 후 학원에서 논술강사를 하게 된 남편. 새벽에 나가 밤 10시나 되어야 들어오는 남편 때문에 눈씨는 힘들었다. 먹고 사느라 그렇다고는 하지만 육아로 인해 자기계발 할 시간도 없고, 아이 때문에 묶여 있다는 피해의식이 커져 이들 부부는 이혼 이야기까지 했을 정도라고.

"인터넷에서 이혼 절차를 몇 번이나 확인했고, 이혼 서류까지 남편에게 보였다. 황당한 것은 남편이 아이는 자기가 데려가겠단다. 키워보지도 않고 말이다."

밀려드는 소외감과 박탈감은 어찌하나...

서운해씨는 출산 후 삼칠일(조산원 1주, 남편 1주, 친정어머니 1주)을 보내고, 홀로 육아를 책임져온 케이스다. 서씨가 가장 서운했던 부분은 젖이 나오지 않을 때 남편이 도와주지 않았던 것이라고. 

"타올을 데워서 가슴에 얹어 주어야 젖이 잘 도는데, 남편은 피곤하다면서 안 해줬다. 남편이 온전히 집중해 주면 좋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았다. 남편이 다른 것에 몰두해 있는 반면, 나는 아이랑만 붙어 있어야 하는 게 나를 더 힘들게 했다."

서운해씨의 말을 듣고 있던 눈물나씨가 서씨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거들었다. 눈씨는 "내가 볼 때 기본적으로 남자들은 알아서 하는 것 같지는 않다"며 "가만히 말을 하지 않고 있으면 원하는 것을 못 얻는다"고 말했다.

눈씨의 말에 힘을 얻은 서씨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그는 "맞아! 신랑이 알아서 잘하는 부분이 없어 힘들어!"라며 "결국 해야 할 목록을 적어주기까지 했다니까!"라고 성토했다.

서운해씨 : "소외감과 박탈감이 들었다. 왜 나만 이래야 되나? 아이가 사랑스럽지만 같이 책임지고 있는데, 나만 동떨어져 흘러가는 시간 속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았다."
눈물나씨 : "남편은 틈만 나면 회사에 나가고 싶어 하고, 자기 꿈을 이야기했다. 나만 고생하는 것 같았고, 나에게 상대적 소외감과 박탈감을 안겨주었다."

남편들의 문제점? 모두 '소통불능'

고독해씨는 조산원에서 일주일, 남편과 2개월을 보냈다. 그리고 친정엄마가 주중 2회 집으로 와 산후조리를 해줬다. 앞선 두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건은 좋아 보인다. 그러나 산후조리 기간에 남편과 다투었던 기억을 쏟아냈다.

"특히 젖 먹이고 있을 때, 혼자 컴퓨터(회사일, 웹서핑, 영화보기 등)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면 참기 힘들었다. 특히 집에서 회사 일을 할 때 더욱 그랬다. 도대체 얘기를 듣거나 말을 하지 않았다. 다른 것에 집중하는 정도가 강해질 때 더 힘들고 짜증났다.

짜증을 내면 모유가 나빠져서 아이에게도 안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짜증을 내야, 남편이 정신을 차리고 산후조리에 집중한다. 기저귀 빨고, 청소하고, 밥하고, 간식 만들면 전부인 줄 안다. 아내의 마음을 공감해주고, 경청해서 들어줘야 하는데 우리 남편은 그게 안 된다."

드디어! 세 남편의 공통점이 드러났다. 짜증을 낼 정도로 말을 해도, 잘 안 바뀔 정도로 소통 불능 상태라는 것. 전혀 다른 배경의 3명이 그렇다면, 대한민국 남성 대부분이 그렇다고 봐도 괜찮지 않을까?

아내들의 성토가 진행되는 그곳에 '남편'은 나 말곤 없었다. 물론 남편들도 변명이 목구멍까지 찼을 거다. 대한민국에서 '먹고사니즘(먹고 사느라 그랬지 뭐!)'은 여전히 유효하고도 강력한 핑계 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경제가 안 좋은 요즘 같은 시기엔 더 그렇지 않겠나. 그러나 남편들이여, 변명하지 말고 아내들의 말을 귀 기울여 잘 듣자. 가정이 평온하고 조화를 이뤄야 '희망의 길'이 열린다.

출산장려정책 펴는 정부, 근데 육아는?

 산모 중 2~10%는 심각한 산후우울증에 빠진다고 한다. 아파트에서 아이를 떨어뜨리거나 한강다리에서 아이와 함께 동반 자살을 기도하는 우울한 엄마들이 뉴스에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산모 중 2~10%는 심각한 산후우울증에 빠진다고 한다. 아파트에서 아이를 떨어뜨리거나 한강다리에서 아이와 함께 동반 자살을 기도하는 우울한 엄마들이 뉴스에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 고영준

'남편'의 '소통불능'에 대해 이야기하던 세 여성이 가정이란 울타리를 넘어 사회를 건드리기 시작했다. 3명 모두 '시설'과 '사회 풍토'가 문제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 했다.

사실 우리나라엔 직장 내에 보육시설을 갖춘 곳이 그리 많지 않다. 요즘 초등학교엔 여선생님이 거의 대부분이지만, 보육시설을 갖춘 곳은 보지 못했다. 하물며 '출산장려 정책'을 펼치는 정부의 행정기관인 구청에도 보육시설은 거의 없다. 일을 하는 여성이라면, 이런 과정에선 모유수유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특히 영아(0~12개월)들을 맡아주는 보육시설은 찾기 힘들다. 일반직장의 경우 출산 휴가를 많이 줘야 3개월인데, 3개월 후에 맡아줄 보육기간이 없다는 것이다. 법적으로 '0~12개월'의 영아는 3명당 최소 한 명의 보육교사가 붙어야 하고, '13~24개월'의 영아는 7명당 1명꼴이어야 한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유아(3~7세)에 비해 돌보기 힘들고, 위험부담도 크다는 이유로 '영아보육시설'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있다 해도 영아의 경우, 1명당 1명이 붙어야 엄마들이 질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데, 3명의 영아를 한 명이 감당한다는 것은 아무리 봐도 무리다.

남편들이여, 아내의 잔소리를 마음에 새기자

얼마 전 강남구청이 서울에서 강남구가 출산율이 제일 낮다는 이유로 고액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하고 나서 논란이 됐다. 하지만, 정부의 출산장려 정책엔 '출산'만 있다. 그 이후에 어떻게 육아가 진행되는지는 관심이 없다. 육아는 할머니+할아버지에게 의존하라는 건가? 아님 출산한 여성은 사회생활을 '종'치라는 건가?

우리나라 사회풍토를 보면, 꼭 그러라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야기를 나누던 여성들도 "여성의 경우 (주변에서) 출산을 한 후 사회에 진출하는 경우를 못 봤다"며 "남편과 같은 대학, 같은 과를 다녔고 하물며 성적도 우수했지만, 아이 돌보느라 머리도 못 감는 아줌마가 돼 가는 모습을 보면 씁쓸하다"고 말했다.

기사를 정리하며 '산후우울증' 때문에 여성들이 흘린 눈물을 생각했다. 그 눈물의 의미와 무게는 얼마나 될까? 그녀의 눈물은 생물학적 의미(호르몬 문제)를 넘어, 폭력적인 한국 사회구조와 여기서 살아남으려는 생존논리(먹고사니즘)를 내면화해온 사람(남성, 심지어는 여성에게도)들이 만들어온 문화, 마지막으로 오늘도 내일도 이를 당연시 여기며 반복 재생산 하는 '몸의 관성'과 관계있다.

남자인 내 몸이 '소통'과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몸'으로 바뀌길 다짐해 본다. 이게 새날의 시작이겠지. 겸손한 마음으로 오늘도 아내의 잔소리를 마음에 새긴다.


#산후우울증#불통남편#폭력사회#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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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군 서석면에 살고 있습니다. 마을에서 일어나는 작고 소소한 일들, '밝은누리'가 움틀 수 있도록 생명평화를 묵묵히 이루는 이들의 값진 삶을 기사로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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