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환 소환대상자 님, 제주도민 우롱하지 말아주세요
주민소환 발의에 의해 도지사직이 정지된 김태환 소환대상자의 행태가 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김태환씨는 지난 2005년 행정계층구조개편을 위한 주민투표 당시 '온 도민은 투표에 반드시 참여해 전 국민에게 제주도의 높은 자치역량을 보여주자'라고 했는데, 이번에 자신이 소환투표에 올라가자 '투표 불참' 운운하고 있습니다.
제주시장, 제주도지사를 여러 차례 역임한 김태환 소환대상자가 제주도민을 잘 모르는 같아서 1948년 전후부터 최근의 총선까지 현대사의 자료를 통해 제주도민의 역량을 살펴봅니다.
1948년 5월 10일 남한만의 단독선거가 열렸렸는데, 이때 총 의석수는 200석이었죠.
그런데 2표의 무효로 인해 제헌의회는 198명의 국회의원으로 출범했습니다. 혹시 이 "-2"의 사연을 알고 계시나요? 바로 제주도민이 단독정부 수립이 정당성이 없다며 한마음으로 투표를 거부했기 때문에 제주도의 2석이 끝내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제주도민의 역량을 보여주는 일은 이뿐이 아닙니다. 1947년 3월 1일 제주 지역 곳곳에서 최대 인파인 3만 명 정도가 참여한 '3.1절 기념 제주도 대회'가 열렸는데, 3만명이 운집한 것도 대단하지만 주민 6명이 죽고 8명이 크게 다친 '3.1절 발포 사건' 직후 이에 항의해 제주도 전체 직장의 95%인 166개 기관ㆍ단체가 파업에 가세한 '민관 총파업'이 일어납니다. 이를 기록한 역사학자 서중석 선생도 혀를 내두르며 이렇게 기록합니다.
경찰 발포로 주민 6명이 죽자, 이에 대한 항의로 3월 10일에는 역사상 희귀한 '관민 총파업'이 벌어졌다... 해방 후 제주도 상황을 모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총파업이었다.
- 강요배, <동백꽃 지다>(보리출판사) 일부
정당성 없다며 제헌의회 투표거부, 95% 민관 총파업한 제주도민들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최근의 큰 선거를 예로 들어봅시다. 17대 대통령 선거 당시 이명박 후보와 정동영 후보의 전국 투표율은 48.7% 대 26.1%였죠. 이 차이는 22.6%로 두 후보 사이에 한 명의 유력한 대선 후보가 들어갈 틈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당연히 이명박이 2표면 정동영은 1표가 나와야 할 텐데, 제주의 투표함을 열어봤더니, 이명박 후보 38.3% 대 정동영 후보 32.4%로 불과 6% 미만의 차이더라는 겁니다.
그나마 정치색이 덜하다는 서울도 53.1% 대 24.4%로 더블스코어 이상의 결과가 나왔던 때였습니다.
18대 총선을 볼까요? 한나라당이 엄청난 득표를 얻어 국회를 완전 장악했지만, 제주도에서는 3석 중에서 단 1석도 얻지 못했습니다. 제주도민의 이와 같은 표심은 언론에서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시사IN> 여론조사에서는 주민소환 투표에 참여하겠다는 응답률이 3분의 1을 훌쩍 뛰어넘었다. 조사 결과 투표에 참여하겠다는 응답자는 49.1%로 불참하겠다는 응답자(37.6%)에 비해 11.5% 포인트 높았다. 이에 대해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는 투표에 참여하겠다는 응답이 실제 투표율보다 15% 안팎으로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런 특성을 감안한다 해도 이번 투표에 쏠린 지역적 관심 정도를 볼 때 실제로 투표율이 예상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그는 전망했다.
- 시사인 98호, "주민소환 투표 참여하겠다" 49.1%
김태환 지사가 정말로 제주도민의 마음을 파고들고 싶다면 "투표하지 맙시다"라는 불법성 언어를 쓸 것이 아니라, 소환투표의 부당성과 자신의 정당성을 제주도민에게 납득해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단지 비난만 받는 사람이나 또 칭찬만 받는 사람은 과거에도 없고 미래나 현재에도 없다"는 법구경의 구절을 인용하셨는데, 여기에 화답하는 마태복음의 구절을 인용합니다.
"너희의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너희도 헤아림을 도로 받을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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