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지저분한데 또 사진 찍어요. 각시 전국적으로 우세시킬 일 있어요?"
깔끔하게 차릴 때에나 올리라는 말이다. 이렇게 아내가 만드는 음식 포스팅을 할 때면 곤혹이다. 구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올리는 건, 아내의 새로운 음식에 대한 도전이 가상(?)하기 때문이다.
며칠 전, 아내는 이렇게 말하며 또 도전을 감행했다.
"비오는 날엔 전과 칼국수가 딱이다. 오늘은 칼국수. 그것도 아빠와 너희 먹을 해물 칼국수와 엄마가 먹을 들깨 칼국수. 싫은 사람?"
우리 가족은 대답하지 않았다. 뚝딱뚝딱 즐겁게 해치우는 아내 기분을 자극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묵묵히 옆에 가서 '함께 할 일 없나?'하고 보면 그만이니까.
"열심히 만들었는데 왜 맛보는 사람이 없어"
"얘들아, 들깨 칼국수 좀 먹어봐. 엄마가 열심히 만들었는데 왜 맛보는 사람이 없어. 엄마 삐진다?"
어이쿠, 이런 실수를…. 해물 칼국수도 해물 맛을 살리기 위해 멸치를 우려낸 국물에 조개만 넣었다. 아무런 조미도 없이. 하지만 시원했다. 싱그런 바다내음에 빠져 들깨 칼국수 맛을 볼 생각을 애당초 하지 못했던 게 탈이었다.
해물 칼국수에 들어 있던 숟갈을 빼내 아내가 먹던 들깨 칼국수에 넣었다. 그때서야 '어떤 맛일까?' 궁금증이 일었다.
텁텁한 들깨 향이 확 풍겼다. 새로운 맛이었다. 해물과 들깨의 조합도 괜찮을 성싶었다. 아내는 맛 품평을 기다린다는 듯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한 마디 던져야 했다.
"좋은데. 당신이 만드는 건 무엇이든 맛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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