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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북한 체류일정이 또 하루 늦춰졌다. 현 회장은 2박3일 예정으로 지난 10일 방북한 뒤, 12일에 이어 13일에 또 체류일정을 연기해 전체 북한체류 일정은 4박5일로 늘어났다.

 

현 회장의 이같은 체류 연장을 둘러싸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 외교안보전문가는 "남북한이 이명박 대통령의 8·15경축사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상황인 것 같다"고 추정했다. 남한은 북한의 카드를 본 뒤에 입장을 내겠다는 것이고, 북한은 남한에 대해 '당신들이 먼저 솔직한 생각을 밝히라'고 압박하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현 회장의 방북 결과를 감안해 8·15경축사에 담을 대북 메시지의 수위를 결정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실제 남북관계가 극히 경색돼 있는 상황에서 현 회장이 북한에 억류된 유씨 석방뿐 아니라 금강산·개성 관광 재개가 가능한 '선물' 보따리를 갖고 오고, 이와 함께 의미 있는 대남 메시지가 나올 경우 이 대통령의 8·15경축사도 영향을 받게 된다.

 

그러나 현재 상황으로는 현 회장이 14일 오후에 돌아올 가능성이 높아, 청와대가 현 회장의 전체적인 북한체류 상황과 북한의 의도 등을 충분히 분석해서 대북 메시지를 내놓을 시간적 여유가 줄어들게 된다. 또 현 회장의 북한 체류가 이미 두 차례 연장됐다는 점에서 추가연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로서는 당연히 (북한의) 사인이 일찍 오는 것이 좋다"면서 "그러나 대통령 경축사는 남북관계에 대해 큰 틀에서 언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 "김 위원장 일정문제 때문인 듯... 면담은 성사될 것"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현 회장 일정이 연기되고 있는 것은 김 위원장의 일정문제 등 때문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는 달리 현 회장의 북한체류 일정이 처음부터 완벽하게 설정돼 있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김 위원장의 일정 조정, 현 회장에게 줄 '선물'과 대남 메시지에 대한 검토 등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이는 현 회장과 김 위원장의 면담이 이뤄질 것이라는 판단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는 "현 회장을 만나려는 게 아니라면 일정을 연장하라고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도 태풍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렸다는 점에서 도로가 부실한 북한 사정을 감안할 때 이동 과정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거나, 현 회장이 가져간 남한 정부의 대북 메시지가 만족스럽지 않아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 회장의 북한체류 일정이 연기되면서, 현 회장과 김 위원장의 면담에 대한 주목도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 한 정부 당국자는 "면담 자체가 시혜인 것처럼 돼 버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과 현 회장의 면담에 대한 극적 효과를 높이는 것 자체가 북측의 의도일 수 있으나, 이것이 반북정서를 확산시킬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북한, 현 회장 방북 깔끔하게 끝내야... 질질 끌면 반북정서 확산"

 

정세현 전 장관은 "클린턴 전 장관의 방북은 20여 시간만에 깔끔하게 끝난 데 비해 현 회장의 일정이 계속 연기되는 것은 국민들에게 '북한은 역시 피곤한 상대', '믿을 수 없는 존재'라는 생각을 갖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뜸 들여 더 많이 챙기기', '남측손님은 유독 비싸게 구는 김정일', '남 길들이기' 등의 비판기사가 나오고 있다.

 

정 전 장관은 "이렇게 질질 끌다가 별다른 성과 없이 현 회장의 방북이 끝나면, 국민들의 반북정서 확산과 함께 정부 내 대북 강경론자들의 입지를 넓혀주게 될 것"이라면서 "북한은 소탐대실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137일째 북한에 억류돼 있는 현대아산 직원 유아무개씨의 석방문제와 관련해서는 별다른 소식이 없는 상태다. 일부에서는 개성에 들어간 조건식 현대 아산 사장이 오후에 귀환하면서 유씨와 함께 들어온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으나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13일 오전 브리핑에서 "북한으로부터 이에 대해 통보받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김 위원장과 현 회장의 면담 여부가 유씨의 석방문제와 직접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면담이 성사될 경우 유씨의 석방 가능성은 더 높아지겠지만, 면담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서 유씨가 풀려나지 못할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태그:#현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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