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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경축식에서 친일파로 분류되는 작곡가의 곡이 연주돼 논란이 번지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15일 오전 10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애국지사, 3부 요인을 비롯한 정부 주요인사, 주한 외교단, 각계대표, 인터넷 참여 신청자 등 3000명 내외가 참석한 가운데 제64주년 광복절 경축행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이날 수상자들의 입장과 퇴장 사이 등의 공백을 채우는 데 사용한 배경 연주 음악이 친일파로 분류돼 민족문제연구소가 편찬중인 친일인명사전에 등재가 확정된 작곡가 김동진의 가곡으로 드러났다.

이날 연주된 곡은 "내 마음은 호수요"로 시작되는 김동명 작시, 김동진 작곡의 가곡 '내마음'이다.

 김동진.
 김동진.
연구소 측에 따르면 작곡가 김동진은 "1939년 일제가 세운 만주국의 신경음악단(교향악단)에 입단해 제1 바이올린 연주자 겸 작곡가로 활동하면서 만주국 공식 행사 등에 참여하고 '만주국 건국 10주년곡' 등 만주국을 찬양하는 곡을 직접 작곡 · 연주했으며, 군국주의 확산을 주장하는 친일단체인 만주협화회 행사에 참여해 연주 활동을 했다. 이러한 활동을 인정받아 만주국 문부대신상을 수상하는 등의 친일 이력을 지닌 인물"이다.

만주국 문부대신상 수상과 관련한 내용은 "김동진이 직접 쓴 수상집에도 나온다"는 것이 연구소 측의 설명이다.

민족문제연구소 박한용 연구실장은 "친일을 했다고 해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다 없애자고 할 수도 없고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다. 그러나 일제에서 독립한 의미를 되새기는 광복절 기념식에서 친일파의 음악을 연주하는 것은 8 · 15의 의미를 망각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경축식 행사를 총괄한 행정안전부 이재풍 의정담당관도 기자의 취재 내용을 확인한 후 전화를 걸어와 이 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예전부터 국경일 행사에 가끔씩 사용 했던 곡이라 (김동진의 친일파 여부를) 잘 몰랐다"는 것이다. 실제 행안부 의정팀이 작성한 '제62주년 광복절 경축식 세부시행계획'이란 문서를 보면 2007년 8월 15일에 열린 광복절 경축식 행사 중 독립유공자 포상식을 진행할 때 가곡 '내마음'을 연주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담당관은 그러면서 "곡이 좋아서 실무자 선에서 별 생각 없이 하던 것인데 확인을 못해 유감이다. 시기적으로 그렇게 돼 버렸는데 앞으로 조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내마음' '목련화' '가고파' 등을 작곡한 김동진은 만주에서 친일 활동을 한 후 광복과 더불어 귀국해 3·1 문화상을 비롯한 수상과 국민훈장 등의 훈장을 받았고, 지난 달 31일 노환으로 96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광복절#친일파#민족문제연구소#행정안전부#김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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