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보강: 18일 오후 4시 25분]배임 혐의로 기소된 정연주 전 KBS 사장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2부(이규진 부장판사)는 18일 오후 2시 "정 전 사장이 KBS의 이익에 반하는 조정을 강행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특히 법원 중재 조정은 그 특성상 배임 책임을 묻기 어렵고 재판부의 배임 방조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고 밝혔다.
18일 정 전 사장이 무죄를 선고받음에 따라 지난해 이명박 정부의 이른바 '정연주 축출' 시나리오 진행 과정에서 무리한 기소권을 행사한 검찰의 행태가 도마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 재판과 함께 진행중인 '사장 해임무효소송'에도 오늘의 결과가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재판부 무죄 선고에 방청석에선 박수와 눈물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10가지의 이유를 들어 조목조목 반박했다.
재판부는 "조세 조정의 특성상 재판부 권고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널리 쓰이는 방식이다. 피고인이 조세 소송 마무리를 위해 법원에 판단을 구한 것은 합리적이었다"면서 정 전 사장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또한 "피고인이 전문가들의 의견도 충분히 구했기 때문에 이를 독단적이고 일방적으로 추진 결정하지 않았음이 인정된다"고도 밝혔다.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처럼 피고인이 경영적자로 말미암은 퇴진 압박에서 벗어나고자 1심에서 승소한 조세소송이 상급심에서도 승소할 가능성이 큼에도 KBS의 이익에 반하는 조정을 강행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누구도 특정 재판의 판결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승소 가능성이 매우 크다' '승소가 확실시 된다'는 검찰의 단정적인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 전 사장은 지난 2005년 6월 국세청과 지리하게 이어진 쟁송을 마무리하고자 법원의 조정 권고를 받아들여 556억원을 환급받고 소송을 취하했으나, 검찰은 지난 2008년 이를 "연임을 위해 경영적자를 메우려 했다"면서 "1892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를 들어 정 전 사장을 불구속 기소했고 지난 6월 22일에는 징역 5년을 구형한 바 있다.
이 날 이규진 부장판사가 판결문을 낭독한 뒤 "무죄"를 선고하자 일부 방청객은 박수를 보냈으며 일부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백승헌 변호사는 "진지하고 심도깊은 검토 끝에 무죄를 내린 재판부에 감사드린다"며서 "이 사건은 애초에 기소 대상이 될 수 없었으며 향후 항소심, 상고심에서도 오늘의 결과는 충분히 유지될 것"이라고밝혔다.
한편 재판이 끝난 뒤 정 전 사장은 "변호인들이 대신 말을 전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으며 대신 변호인단이 중앙지법 기자실에서 간단한 간담회를 열었다. 다음은 김기중 변호사 등 정 전 사장 변호인단과의 일문일답이다.
"무죄 선고 해임무효소송에 큰 영향 미칠 것"- 재판이 끝난 뒤 정 전 사장이 어떤 소감을 밝혔는가?"소감을 밝히기는 적절치 않다고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냥 그렇게만 밝혔다."
- 오늘 판결이 이후 진행될 '해임무효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 전 사장에 대한 해임의 주요 이유 중 하나가 조세 처리를 부당하게 했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 해임무효소송은 어떻게 진행중인가?"감사원에서 당시 감사의 적법 근거자료를 만들고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쟁점은 역시 '조세 소송'이었다. 여러 사람들이 오늘 판결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들었다."
- 재판부가 "정치적 고려는 하지 않았고 법률적인 고려만 했다"고 밝혔는데,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자면?"그것까지 얘기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번 사건은 정치적 의도를 갖고 기소했다는 것이 변호인단의 생각이며 변하지 않았다. 오늘 재판부의 판결 내용에도 조목조목 나오지 않나? 기소 자체를 목적으로 한 기소라고 본다."
- 검찰의 항소를 예상하는가?"오늘 재판부가 워낙 자세하게 밝혔기 때문에 검찰이 항소를 하지 않기 바란다. 하지만 굳이 항소를 한다면 변호인단은 법리적인 대응을 계속 할 것이다."
-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부분은 없나?"없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재판부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