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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부터 26개월 된 아들 녀석이 몸에서 열이 나고 목이 붓고 약하게 기침을 시작했습니다. 워낙 자주 목이 붓고 감기에 자주 걸리기에 이번에도 자주 가던 동네 의원을 찾아갔습니다.

 

선생님께선 가벼운 목 감기 증세라고 하시더군요. 그런데 요즘 신종플루 때문에 35개월 미만 아이들은 고 위험군이라며 따로 검사를 받도록 권유한답니다. 어디로 가면 되느냐고 여쭈어 보았더니 큰 병원으로 갈면 될 거라고 알려 주시더군요.

 

신종플루 검사 어디서 받을 수 있을까?

 

사는 동네가 경기도라 안양이나 서울쪽으로 가야 큰 병원이 있습니다. 마침 며칠 전부터 주변 병원에서 검사가 가능하다는 언론 보도가 있어서 일단 1339 응급 전화에 병원을 문의했습니다. 먼저 건 전화는 서울만 담당하기에 031을 누르고 전화를 다시 했습니다(과천은 지역번호가 02라서 서울로 연결되었답니다). 응급전화는 보건소에서만 검사가 가능하다며 보건소라고 가라고 합니다. 언론보도에 동네 병원도 가능하다고 해 보건소 말고 다른 병원은 없느냐고 물었더니 보건복지가족부로 문의하라고 하더군요.

 

보건복지콜센터 5개 병원 가능하다고 안내

 

다시 129 보건복지콜센터로 전화를 연결했습니다. 상담원에게 문의했더니 역시나 보건소에서만 검사가 가능하다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동네 병원도 가능하다고 기사가 났는데 그건 뭐냐고 했더니, 보건소 외에 검사가 가능한 곳은 서울에 있는 다섯 곳(서울대병원, 고대 구로, 서울 순천향, 부천 순천향, 중대병원)에서만 가능하고 다른 곳은 아직 검사 예정인데 언제 시작할지는 모른다고 다시 알려 주었습니다.

 

지금도 포탈 사이트 메인과 TV뉴스는 동네 병원에서 신종플루 검사가 가능하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크게 보도합니다. 정작 실제로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곳은 6시 전에 퇴근하는 보건소와 서울에 있는 병원 다섯 곳이라니 이건 좀 아니다 싶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상담원은 왜 그렇게 보도가 나갔는지 모르며, 자기가 알려 줄 수 있는 것은 이것밖에 없다고 하기에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보건복지가족부 홍보팀에 전화를 했습니다. 홍보팀에서 전화를 받는 "관계자는 자기네는 아는 게 없다. 보도가 어떻게 나갔고 안내가 어떻게 나갔든 모르겠으니 보험급여과로 전화를 하라"며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보험급여과에선 모든 병원이 가능하다고 안내

 

다시 보험급여과에 전화를 했습니다. 전화를 받는 분께서는 "콜센터에서 잘못 알려 준 것이다. 거의 모든 병원이 보건복지가족부와 위탁검사 계약이 체결돼 있기 때문에 위탁 검사 계약을 하는 병원은 전부 검사를 해주게 되어 있다. 그러니 그냥 큰 병원으로 가라. 콜센터에는 다시 교육을 시키겠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거점 병원으로 가면 다 되는데 왜 안된다고 하느냐고 되묻더군요. 거점 병원을 알려 달라고 하자, 자기네는 거점 병원 리스트가 없기 때문에 신종플루 대책본부로 전화하라고 또 전화 번호를 알려 주었습니다.

 

H대 병원은 보건소만 가능하다고 이야기

 

신종플루 대책본부에 전화를 해보기 전에 혹시나 해서 근처 H대병원으로  전화를 해 봤습니다. H대 병원은 신종플루 검사는 보건소에서 받으라는 답변만 반복할 뿐이었습니다. 언론 보도에 대해서 묻자 신종플루는 정부가 관리하는 질병이라 보건소에서 검사를 할 뿐 자기네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 병원 관계자의 답변이었습니다.

 

마침내 신종플루 대책본부와 통화가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들을 전부 이야기 하니 잠시만 기다려 달라면서 옆자리에 있는 누군가와 상황을 이야기를 합니다. 전화번호를 주시면 알아보고 전화를 준다고 하더군요. 그냥 거점 병원 연락처나 이름이라도 알려 달라고 하자, 거점 병원 명단이 없는 건 아니고 좀 이야기를 해보고 연락해 준답니다. 전화번호를 받아가고 그 쪽에서 전화를 끊었습니다.

 

10분 뒤 보건복지가족부 홍보팀이라고 전화가 왔습니다. 그분 이야기는 병원쪽에서 착오가 있었답니다. 대학병원급에 전화를 해서 물어봐도 보건소로 가라고 하는데 그게 단순한 착오냐고 물었습니다. 129번 보건복지콜센터에서도 역시 보건소만 가능하다고 하는데 그건 어떻게 된 거냐고 재차 물었습니다. 또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시더군요. 위탁검사가 가능한 병원에서는 검사가 가능한데 병원측에서 착오를 한 것이라구요.

 

좀 따지듯이 물었습니다. 병원에서는 안된다고 하고, 홍보부에서는 된다고 하고. 그럼 어디서 검사를 받아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역시 병원측 착오라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현장에 있는 병원들과 보건복지콜센타, 보건복지가족부 실무자들이 전혀 손발이 맞지 않게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서 정말 이게 전세계를 강타하고 국내에서도 사망자가 2명이나 나온 신종 전염병에 대해서 정부가 대처하는 상황이 맞은지 정말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 덧붙이는 말. 결국 거점 병원 리스트는 얻지 못했습니다.


#신종풀루#보건복지가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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