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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타임즈>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다뤘다.
<워싱턴타임즈>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다뤘다. ⓒ 화면캡쳐

18일 미국 주요 언론사들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일제히 다뤘다. 특히 미 언론들은 그의 일생과 정치 역정을 자세하게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리버럴 경향의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 중도 성향의 <씨엔엔(CNN)>과 <에이피(AP)>, 그리고 보수 논조의 <폭스뉴스>와 <워싱턴 타임스>를 두루 살펴봤으나, 대부분 언론사들은 자신의 정치적 입장과 상관없이 김 전 대통령의 인생과 정치 경력을 자세히 보도하려고 노력하는 듯했다.

대부분 한국 관련 외신 보도가 그렇듯, 어떤 인터뷰이를 상대로 의견을 참고했는가에 따라 사건을 바라보는 논조가 달라지기 마련이지만, 이번 김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서는 특별한 견해의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미 언론, 정치적 입장 상관없이 주요 보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다룬 <워싱턴포스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다룬 <워싱턴포스트>. ⓒ 화면캡쳐

이번 부음과 관련해서 가장 자세한 보도를 한 <워싱턴 포스트>는 김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자마자 정적들, 특히 그에게 사형 선고를 내렸던 전두환 전 대통령과 평화 관계를 모색했다고 적었다. 이같은 그의 태도는 햇볕정책을 비판했던 부시 전 대통령에게도 이어져, 부시 대통령에게 극도의 실망을 했지만 결코 그를 비난한 적이 없었다며 "나는 그것이 그의 장점을 매우 잘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도널그 그렉 전 주한대사의 말을 소개했다.

6·29선언에도 불구하고 군부가 다시 정권을 잡은 것에 대해서는 "김 전 대통령이 항상 말하길, 그가 늘 꿈을 꾸고 있었지만, 현실을 이해해야만 했었다…, 현실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 꿈은 실현 가망이 없을 뿐이다"는 함승덕 고려대 교수의 말을 빌어, 김 전 대통령이 정치적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는 것을 지적했다.

그러나 이같은 그의 고민은 언제나 역사적 심판이라는 잣대로 판가름이 났다며 주미대사를 지냈던 양승철 전 대사의 말을 빌어 "그는 그때 그때 제시되는 정치적 제안에 대해선 자주 거부를 했다, 역사가 그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항상 생각했다, 내 생각에 그는 역사에 대한 매우 섬세한 감각을 갖고 있다"고 적었다.

이 신문은 또 김 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했던 말을 소개하게도 했다.

"인간은 영원히 살지 못한다. 비록 우리가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것 또한 영원하지 않다. 지금 우린 살아있고, 매우 책임있는 위치에 있다. 우리는 모든 한국인들을 위해 평화와 협력 그리고 통일로 향하는 길을 뚫을 의무가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이야 말로 당신과 내가 역사 속에서 영원히 살 수 있는 길이다."

끝으로 이 신문은 지난 6월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공식 연설을 인용하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독재 정권에 의해 죽임을 당했는가?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어렵게 찾아온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며 "행동하는 양심"에 대해서 김 전 대통령이 이렇게 강조했음을 전했다.

<CNN> "그는 신념에 따라 싸워온 정치인"

 CNN(씨엔엔)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발빠르게 전했다.
CNN(씨엔엔)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발빠르게 전했다. ⓒ 화면캡쳐
2006년 김 전 대통령과 인터뷰를 했던 <씨엔엔>은 "그는 신념에 따라 싸워온 정치인"이라며, 당시 인터뷰의 한 대목을 소개했다.

"사형선고를 받은 뒤 군부에서 사람들이 와서, '당신이 우리와 협력한다면 당신을 살려주겠다. 협력하지 않으면 당신은 죽는다'고 했을 때 나는, '내가 당신들과 협력하면 잠시 더 살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내 육신은 죽더라도 나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그리고 역사 속에서 영원히 살 것이다. 나는 역사속에서 영원이 사는 것을 택하겠다.'"

<뉴욕 타임스>는 숭실대학교 정치학과의 강원택 교수의 말을 빌어 "그가 행한 정치적 헌신과 박해를 통해 볼 때, 그는 한국 민주화를 상징해왔다"며 "그는 또한 한국의 오랜 타부, 즉, 수십 년 간의 보수 정치 이후에 진보주의자들을 정치 중앙 무대로 끌어들였고, 한국인들이 갖고 있던 북한에 대한 위치-비난받아야 할 적에서 한국과 공존할 수 있는 누군가로-를 바꿔놓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신문은 강 교수의 말을 빌어, 김 전대통령이 지역주의에 의존했고, 스스로가 당을 만들기도 없애기도 했었기 때문에 한국의 정치 지도자가 보여주었던 구태적 행태, "보스 정치"의 한계를 결코 극복하지 못했다고 했다.

<워싱턴 타임스> "남아공 넬슨 만델라와 자주 견줘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전하고 있는 <폭스뉴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전하고 있는 <폭스뉴스>. ⓒ 화면캡쳐

<워싱턴 타임스>는 한때 반체제 인사로 미국 CIA에 의해 목숨이 구해지기도 했지만, 이후 한국의 대통령이 되고 북한에 개입하려는 노력 덕택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고 김 전대통령을 소개했다. 이 신문은 그가 동아시아에서 최고의 거물급 반체제 인사가 된 것은 한국의 독제체제에 항거했기 때문이라며, 그가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와 자주 견주어 진다고 설명했다.

미국 언론들은 김 전대통령의 출생일을 1924년 1월 6일과 25년 12월 3일 사이에서 혼동하기도 했지만, 모두 김 전 대통령의 출생시기 이후부터 젊은 시절 사업가, 4수 끝에 국회의원이 된 점 등을 매우 자세하게 다뤘다. 특히 박정희 군부 독재 시절과 이후 전두환 중심의 신군부에 의해 갖은 정치적 고통을 받은 것, 자동차 사고를 위장한 살인 위협 및 일본에서의 납치,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사형 선고 등의 수난을 받은 점에 대해서도 매우 비중있게 다뤘다.

 <뉴욕타임즈>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전했다.
<뉴욕타임즈>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전했다. ⓒ 화면캡쳐
이들은 또 아시아 금융 위기로 만신창이가 된 한국이 가장 큰 어려움에 처했을 바로 그 때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으며, 금 모으기와 해외 투자자 유치 등을 통해 구제 금융을 1년 내 상환한 점 등을 높이 평가했다. 신문은 2000년 6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정상 회담을 그의 최고 업적으로 내세웠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를 통해 미국의 언론 몇몇을 살펴보면서 진정 그의 생애가 곧 한국의 민주주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됐다. 일제 강점기와 광복, 6·25 전쟁, 군부독재, 5월의 봄, 신군부, 직선제 선언, 양김씨 분열, 97년 금융 위기, 그리고 2000년 남북 화해까지. 대한민국 역사의 분수령이 되는 지점에는 항상 김 전 대통령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미국인들은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이 적다. 알고 있는 사람들도 북한과 이름이 비슷해서 혼동되는 나라이거나, 나이가 든 세대라면 한국 전쟁과 빠른 경제 성장만을 기억하고 있는 정도다. 물론, 많은 이들이 김치와 불고기 같은 음식을 알고, 삼성, 현대, 기아, 그리고 LG에 친숙하지만, 이들이 한국과 연관이 있다는 것은 잘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미국 주요 언론의 기사들은 한국에 대해, 특히 한국의 민주화를 위해 얼마나 많은 한국사람들이 처절히 노력했는지를 알게하는 중요한 징검다리가 됐다. 또 햇볕정책에 기울인 김 전 대통령의 노력과 그를 기리는 노벨 평화상 수상은 북-미관계에 대한 미국인들의 이해도를 한층 높여줬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미국인들은 오로지 북한만이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북-미 관계를 악화시킨다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끝으로 개인의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를 금과옥조로 여기며 미국 정부가 마치 세계 평화의 수호자인냥 생각하는 일부 보수주의자들에게 그들의 우상인 도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한국 군부 독재의 우두머리를 합법 정권으로 인정하여 백악관까지 초대했다는 사실은 적지 않은 충격이 될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레이건 행정부가 전두환 전대통령의 백악관 방문을 허락하는 대가로 김 전 대통령의 사면과 미국행을 '거래'했다고 구체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김대중 대통령#미국 언론#워싱턴 포스트#뉴욕 타임즈#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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