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에 누가 냉장고 문 열었어?""….""냉장고 문을 제대로 안 닫아 다 녹았잖아."누구라 할 것 없이 가족 모두를 향한 질타였습니다. 하여, 냉장고 문을 열고 닫을 때는 한 번 더 꼭 눌러주게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냉동실이 말썽이었습니다. 온도 조절기능을 최대로 높여야 했습니다.
"아빠, 우리 집 살림이 왜 이래요?""그게 무슨 말이야?""TV도 맛이 갔고, 냉장고도 시들시들 하잖아요. 고칠 수도 없고….""엄마랑 아빠랑 결혼할 때 장만했던 거라, 오래돼 수명이 다해 가나 보다."냉장고 문, 열어 가만 두면 저절로 닫혀야 정상아내의 불평에도 까딱 않고 나무늘보처럼 모른 척 했는데, 딸아이 추궁(?)에 가만 있을 수가 없더군요. 냉장고를 이리저리 살펴야 했습니다. 뭐 아는 게 있어야죠. 어제 오전, 냉장고 수리 출장 서비스를 요청했습니다. 저녁에 서비스 요원이 왔더군요.
"냉장고가 열 받았네요. 안에 음식이 너무 많거나 여름철에 많이 일어나는 현상이에요. 벽에 딱 붙이지 마시고 통풍될 수 있도록 좀 띄워 주시면 좋아요."이런 저런 설명을 하더군요. 그리고 여기저길 살피더니 냉장고 이상은 아니라고 하더군요, 다만, 냉장고가 앞으로 쏠려 문이 잘 안 닫힌 거라더군요.
"냉장고 문을 열어서 가만히 두면 저절로 문이 닫혀야 정상이다."하여, 둘이서 힘을 써 냉장고 앞 높이를 조절했습니다. 이렇게 집까지 서비스 요원이 왔는데 그냥 돌려보낼 수 있나요. 서비스 경력 12년 된 그에게 이것저것 물었습니다.
"제품과 수리비 불만, 말할 수 없는 부분"- 출장 서비스는 몇 건이나 하세요?"여름에 폭주합니다. 2~3일씩 밀리는 경우도 있지요. 요즘은 하루 평균 12~13건 처리합니다. 겨울에는 10건 정도고, 서비스 비수기인 2월에서 5월에는 8건 정도입니다."
- 냉장고 고장은 어디가 제일 많은가요?"냉동실 안 물구멍에 얼음이 생기는 게 제일 많습니다. 이때는 얼음을 제거해야 합니다. 여기처럼 문 여닫이 균형이 안 맞는 경우와 성에 제거, 팬 모터 교환 등이지요."
- 애로사항은 뭐가 있나요?"제품과 수리비에 대한 불만이 있습니다. 제품과 수리비 불만은 우리가 말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이런 경우 가만 듣고 있어야 합니다. 수리비는 출장비 만원에 부품 교환 시 부품 값을 규정대로 받을 뿐입니다."
어찌됐건, TV에 이어 냉장고 새로 사야 하나 걱정이었는데 다행입니다. 부품 교환이 없어 출장비 만원으로 해결했습니다. 뒤늦게 집에 온 아내는 "꼼짝 않던 신랑이 냉장고 손을 보다니, 놀랍다."며 웃음꽃을 피우더군요.
하면 되는데 뒤로 미뤄 탈이었던 셈이지요. 나무늘보 남편도 가끔 이렇게 아내에게 사랑받는 날이 있어야겠죠?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와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