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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라 스미트 지음. 랜덤하우스
▲ 운동화 전쟁 바바라 스미트 지음. 랜덤하우스
ⓒ 윤석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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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스포츠의 개막을 알리는 팡파레가 하늘 높이 울려 퍼진다. 그것을 신호탄으로 전국 각지의 관중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경기장에 몰려든다. 또한 브라운관 앞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팀을 응원한다.

이처럼 희망적이고 가슴 설레는 모든 스포츠의 개막의 뒤에는 우리들이 모르는 숨 막히는 전쟁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매년 벌어지고 올림픽이나 월드컵이 개최되는 해는 그야말로 엄청난 규모의 전쟁이 벌어진다. 

스포츠 마케팅. 그 전쟁을 전문용어로 이렇게 표현한다. 우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팀이 좋은 성적을 얻길 바라지만 전쟁을 벌이고 있는 스포츠 브랜드들은 어떤 선수가 어떤 팀이 자신의 브랜드를 가슴에 달고 좋은 성적을 거두느냐가 초미의 관심사가 된다. 그리고 그것은 스포츠 브랜드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 스폰서와 결합되어 더욱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월드컵에서 살펴보면 이탈리아의 달라붙는 유니폼이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적이 있었고, 프리미어리그를 살펴보면 올 시즌 첼시의 유니폼에는 가슴트래핑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특수 처리한 유니폼이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수영계에서는 물의 저항을 최소한으로 줄인 전신수영복을 입은 선수가 세계기록을 갈아치우는 것으로 자신의 브랜드의 우수성을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책 <운동화 전쟁>에서 나는 그러한 뒷이야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이 책은 '세계 빅3 스포츠 기업의 기업전쟁'이라는 부제. '아디다스ㆍ푸마ㆍ나이키의 브랜딩, 마케팅, 성장전략'이라는 부제와는 조금은 동떨어진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었다. 그렇게 이 책은 나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던 책이 아니었나 평가해본다.

<운동화 전쟁>은 아디다스ㆍ푸마ㆍ나이키를 모두 조명하긴 하지만 특히 아디다스에 집중하고 있다. 양으로 따져본다면 아디다스의 내용이 70, 푸마가 20, 나이키가 10정도를 차지할 만큼 아디다스의 흥망성쇠의 원인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는 책이다. 이를 통해서 우리나라의 대기업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왜냐하면 이 책을 통해서 우리나라의 기업과 유사한 성격을 가졌던 가족기업이자 대기업. 아디다스의 실패의 원인을 통감하고 예방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디다스의 기원

푸마와 아디다스가 원래는 한 회사였다가 형제간의 불화로 나누어진 회사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루돌프 다슬러(형)와 아디 다슬러(동생). 이 형제가 오늘날 푸마와 아디다스를 만들어낸 인물들이다. 그리고 푸마와 아디다스의 분리의 이면에는 서로의 기업관의 대립이 있었고, 두 기업은 같은 지역에 기반을 둔 라이벌 기업으로 서로를 견제하면서 자라난다.

그러나 장인정신이 투철하고 고객과의 관계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했던 아디 다슬러의 아디다스가 주도권 싸움에서 승리하면서 두 기업 간의 격차는 상당히 벌어진다. 그렇게 그들간의 싸움은 대를 이은 두 아들에게로 이어진다. 그리고 2대 간의 싸움에서도 아디다스가 완승을 거두게 된다.

아디다스의 발전과 욕망

아디 다슬러의 아들. 호르스트 다슬러는 상당한 야심가였다. 그는 스포츠 신발제작에 주력했던 그의 아버지와는 다르게 전 스포츠 용품 사업으로 진출하려는 욕심을 갖는다. 그리고 그는 아디다스가 확장하면서 옮겨간 프랑스의 아디다스에서 부모 몰래 '아레나' 라는 상표를 달고 수영용품을 제작하고, '르꼬꼬 스포르티브' 를 인수하여 자신의 목적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는데 주력한다.

호르스트는 그 당시 열렸던 올림픽과 월드컵에 아디다스 물품의 독점사용을 위해서 상당한 규모의 전방위적인 로비활동을 벌인다. 책을 보면 그 과정이 상세하게 그리고 지금도 활동하고 있는 유명인사의 실명까지 거론하면서 로비의 과정을 파헤치고 있는데, 호르스트는 피파 회장의 당선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고, IOC의 공석을 앉힐 수 있을 만한 거물급의 기업인으로 자리매김한다.

그러나 돈으로 쌓은 그의 위상은 곧 자금이 원활하게 돌지 않는 상황이 되자 그에게 부채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가 스포츠 정치에 몰두하면서 고객의 취향을 파악하지 못하고 전문 스포츠화 개발에만 힘써온 결과 미국에서 태어난 '나이키'라는 신흥 주자에게 시장점유율을 야금야금 잠식당하면서 결국 기업경영은 악화일로로 치닫게 된다.

아디다스의 문제점

아디다스는 미국 시장의 점유율을 나이키에게 고스란히 넘겨준 최대의 원인이었던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지 못한 실책과 함께 또 하나의 커다란 문제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제품의 마진차이였다.

나이키는 철저하게 생산비 절감을 위해서 힘써왔는데, 그들은 저임금지역이었던 한국,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의 공장에서 물품을 만들어서 전 세계에 조달하였기 때문에 마진율이 40%이상을 기록했지만, 아디다스는 독일의 공장과 프랑스의 공장에서 대부분 제품을 생산해왔기 때문에 적은 마진을 가지고 제품 개발이나 광고에 자본을 투입할 여력이 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호르스트가 급작스럽게 사망하게 되면서 아디다스의 운명은 풍전등화의 신세에 놓이게 된다. 그가 쌓아두었던 스포츠 정치의 인사들은 아디다스가 계속된 경영진의 교체에 놓인 세월동안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고, 오히려 아디다스가 정상적인 활동을 재개하는데 큰 걸림돌이 되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검은돈의 명목으로 야금야금 빠져나갔던 것이다.

세계 제일의 위상을 떨치고 있었던 아디다스의 인수전에 참여했던 자본가들은 아디다스를 살리기 위해서 자금마련을 위해 모든 자회사들을 매각해야했고, 가족 간의 얽혀있는 지분문제를 깨끗하게 정리해야 했다. 그리고 독일과 프랑스의 높은 인건비로 인한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했으며, 나이키를 따라잡기 위해 그들도 인건비가 낮은 곳을 찾아다녀야 했다. 그렇게 가족기업으로 2대째 이어져서 운영되던 아디다스는 제 3자의 손으로 넘어가게 된다.

아디다스의 재도약

루이드레퓌스가 결국 베르나르 타피가 간신히 이어오던 아디다스를 최종적으로 인수하게 되면서 나이키를 추격할 준비를 끝마치게 된다. 그리고 때마침 나이키의 'Just do it'이라는 모토를 만들고, 마이클 조던의 '에어'를 도안했던 롭 슈트라서와 피터 무어가 아디다스에 전격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또한 공격적인 마케팅도 병행한다. 적극적으로 프로구단의 스폰서를 유치하고, 데이비드 베컴, 지네딘 지단과 같은 스포츠 스타들과 계약을 맺으면서 그들의 제품을 홍보한다. 특히 아디다스 축구화를 신은 베컴이 만들어내는 절묘한 프리킥과 자로 잰 듯한 센터링, 지단이 월드컵에서 아디다스 축구화를 신고 결승전에서만 2골을 기록하며 프랑스대표팀의 우승을 이루어내면서 다시금 브랜드의 가치는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다.

하지만 미국 아디다스와의 소유권 문제, 살로몬의 인수 실패 등 다시 회사에 악재가 겹치게 되고, 루이드레퓌스는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그리고 아디다스는 새로운 경영자 헤르베르트 하이너를 영입한다. 아디다스는 또 다른 시작점에 놓이게 되었고, 독립적인 기업운용을 바탕으로 회사 내의 잡음을 제거해나가면서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운동화 전쟁>이 내게 가르쳐 준 것

우리는 아디다스를 입으면서 그저 남들이 즐겨입고 디자인도 예쁜 유명한 제품이기 때문에 아디다스를 찾지 그들의 역사를 찾아보면서 어떻게 세계 제일 기업의 반열에 올라서게 되었는지 공부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의 과거를 들여다보면 권력에 집착하고 중독되어 막대한 자금을 로비명목으로 뿌려대면서 제국을 만들어 나간 부끄러운 과거사도 자리하고 있었다. 나는 그 내용을 읽으면서 구역질이 날 정도로 로비와 관련된 정치적인 뒷거래에 대해서 역겨움을 느꼈지만, 그렇게 쌓은 모래성은 한 세대도 가지 못해서 허물어진다는 사실을 아디다스의 이야기를 통해서 깨달을 수 있었다.

또한 무너져가는 기업을 살려내기 위해서 아니 높은 명성을 가진 기업을 인수해 한 몫 챙겨볼 심산으로 접근했던 많은 기업가들을 지켜보면서 다시금 자본주의에서 표적이 되는 것은 돈이라는 사실도 느낄 수도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속내를 상대에게 보이지 않으면서 최대한 적은 자본으로 인수전을 펼쳤던 그들의 전략과 은행과 연계해서 펼친 인수 작전 또한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또한 경영권의 교체와 함께 진행되는 잔인한 구조조정에 관련된 이야기들도 상당히 가슴아프게 다가왔다. 과연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는지 지금껏 회사를 살리기 위해 동거동락했던 동료를 내치는 경영자들에게 묻고 싶어졌다.

이 책을 보면서 '우리는 언제쯤 막강한 국산 스포츠 브랜드를 입을 수 있을까?' 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생겨났다. 그와 동시에 한때 반짝 유명세를 탔었던 프로-스펙스가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한때 프로-스펙스를 상징하는 로고가 박혀있는 신발을 즐겨 신던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된 영문인지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아! 르까프도 있었지? 르까프는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 우리들 곁에 남아있지만 거대브랜드를 상대하는데 힘이 부치는 모양인 듯하다.

그래서 생각해 보았다. 르까프가 일어서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생각엔 푸마의 마케팅 기법을 차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푸마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 저가 정책을 포기하고 값싼 소매점에 그들의 상품을 보이지 않도록 했다. 그 후에는 스케이트보드나 모터크로스 같은 특이한 종목에 브랜드를 선전하고 팔았다고 한다. 아디다스와 나이키가 축구 무대에서 결투를 벌이는 동안 푸마는 다른 전략을 구축한 것이다. 

그리고 푸마는 할리우드 시장의 유력인사와 손을 잡고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진출했다. 그 결과 점차적으로 인지도가 확대되어 브래트 피트에서부터 기네스 펠트로와 같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푸마 신발을 신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르까프도 이를 착안하여 한류를 적극 이용하여 연예인들의 신발을 르까프로 장식하면 파급력이 상당한 중국시장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을 공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거기에 뒷받침되는 디자인과 기술력이 밑바탕이 되어야 하겠지만, 푸마가 제시하는 틈새시장 공략은 한국기업들에게 가장 유효한 전술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가까운 미래에 나의 눈을 확 사로잡는 신발을 마주하기를 기대하면서 그것이 한국의 브랜드라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끼는 내일을 상상하면서 이 글을 마칠까 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운동화 전쟁 - 세계 빅3 스포츠 기업의 불꽃 튀는 기업 전쟁

바바라 스미트 지음, 김하락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2008)


태그:#운동화 전쟁, #바바라 스미트, #랜덤하우스, #단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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