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나는 이 책에서 치열하게 펼쳐지는 이념논쟁. "주적이 누구냐?"라는 질문에 북한이라고 답하는 저자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주적은 북한 보다는 미국과 일본에 더 가깝다. 그렇지만 그가 북한을 주적으로 간주한 채 이야기하는 핵심적인 내용인 '한미연합군 사령부 해체'와 관련하여 두 가지 길을 묻는 저자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심사숙고해서 결정해야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설사 자신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더라도 무조건 보수니 꼴통이니 비난하기 보다는 그 사람의 시각으로 판단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일생을 군에 바친 그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말들이 전부 틀린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찌되었건 간에 책 제목과 같이 우리들이 두 가지의 길을 선택하기에 앞서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의 가정이 필요하다.
가정1. 이 책에서는 북한을 주적으로 명시한다. 그리고 북한의 평화통일 정책을 적화통일 사상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반드시 우리를 침공해 올 것이라는 가정이 필요하다. 이것에 따르면 그들이 주장하는 '햇볕정책 무용론'이 이해가 될 것이다.
어차피 무기개발로 한반도를 공산당화 하려는 세력들에게 물자지원은 무의미한 전략이며, 오히려 그것으로 인해 우리의 안보상황이 더욱 악화되었다는 것이 이들이 펼치는 주된 의견이다. 즉, 그들은 햇볕정책 자체가 통하지 않는다고 판단해버리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이야기하는 퍼주기식 정치라는 말은 그들의 이해에 따르면 극히 자연스러운 논리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절대로 적화통일의 기조를 바꾸지 않기 때문에…….
그러나 평화통일의 숙원을 이루기 위해서 북한의 적화통일론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햇볕정책을 펼치는 또 다른 쪽의 논리를 가진 집단. 역시 그들의 이해에 따르면 햇볕정책은 극히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또 다시 이 문제는 원점으로 돌아간다. 북한이 주적이냐? 동족이냐?
가정2. 이 책에서는 미국이 정의요. 테러세력들이 악이라는 견해를 내비친다. 그들에 따르면 세계평화에 이바지하는 미국군은 평화사절단이고, 반미감정을 가지고 있는 이슬람국가와 북한은 테러를 일삼고 무고한 시민을 공격하는 잔인한 집단이라는 논리다. 그렇게 생각하고 이 책의 내용을 되짚어보면 우리들이 미국과의 연합사령부 구성은 매우 당연한 수순이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 가장 바람직한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미국이 왜 그들에게 미움을 받는지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미국과 소련은 냉전시대에 이슬람 지역을 그들의 세력 다툼의 중심지로 만들어냈고, 그렇게 그곳에서 분열책을 통해서 평화로운 그 지역을 극도로 혼란스러운 지경으로 만들어버렸다. 쉽게 말하면 한국전쟁 발발시에 참전했던 남한과 북한의 대치상황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대립상황이 아직 끝나지 않고 서로를 견제하고 있는 우리의 상황과는 달리 그 지역의 승리는 미국에게 돌아가면서 냉전이 종식된다. 그러자 미국은 그 지역에서 더 이상 얻어낼 것이 없게 되면서 무책임하게도 가차 없이 그 지역을 내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이념의 전쟁으로 인해서 가난에 허덕이게된 그 지역 사람들은 미국에 대한 분노를 가질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해서 극이슬람주의자 '탈레반'은 미국에 대한 적대감으로 그 땅에 뿌리내리게 되었다. 그리고 탈레반은 미국에 비해 약한 힘을 테러와 게릴라라는 전략으로 극복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기 때문에 따지고 들어가 본다면 미국이 '선'이라는 개념은 옳지 않다. 어쩌면 이 세계의 절대강자이기 때문에 추종한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 지금 상황으로 보면 이제 미국의 적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리고 그 적 중에 북한과 중국이 있다. 미군은 되살아나려는 공산주의 국가 북한을 억누르기 위해 한국이 필요하고, 더 나아가 중국을 턱밑에서 견제하기 위해서 한국이 필요한 것이지, 우리가 그들의 친구이기 때문에 우리를 필요로 한다는 이야기는 거짓부렁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우리가 맹목적으로 그들을 따를 필요는 없다.
사실 내가 생각하기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자주국방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더 이상 미국의 힘을 빌리지 않고 북한과의 관계회복을 이룰 수 있다는 그의 사고방식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러나 유시민 씨가 그의 저서 <후불제 민주주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급진적인 정책기조를 우려한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아직 '자주국방'이라는 과제는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나 판단해본다.
그 이유는 이 책에서 저자가 밝힌 것과 마찬가지의 이유에서다. 첫째, 우리의 군사력과 무기 수준이 북한군에 미하여 월등하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균형이 이루어져야 목소리를 맬 수 있을 진대 우리는 아직 군세에서 미흡함을 느끼고 있는 현실이다. 그리고 그것을 보충하기 위한 대책도 존재하고 있지 않다.
둘째, 현 북한의 지도자 김정일의 와병에 따른 흔들리는 정세를 봤을 때, 언제 위기가 닥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벼랑 끝에 몰린 김정일이 지금껏 이루어놓은 평화를 한순간에 짓밟을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그들의 핵개발정책과 탄도미사일 개발을 굽히지 않고 있다는 것에서 드러난다.
셋째, 만에 하나 북한과의 경색된 정치상황으로 인해 독도와 이어도를 노리는 일본과 중국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군사력만으로는 그들을 일일이 대응할 수 있을지 우려가 되지 않을 수 없다.
한미연합사의 해체가 2012년 4월 17일에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런데 그 해는 북한에게 있어서 김일성 탄생 100주년, 김정일 탄생 70주년이 되는 해이자, 그들이 강성대국의 진입을 외치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북한과의 평화 기조를 이어가야겠지만, 2012년에 무엇인가를 이루려고 하는 그들의 그릇된 열망을 미연에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아직은 한ㆍ미 공조의 틀을 깨는 것은 시기상조가 아닐까 생각한다.
미국이 북한과 중국의 영향력을 두려워해서 우리가 필요하다는데 궂이 우리가 미국더러 나가달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더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차버리는 것과 같다. 미국은 우리에게 있어서 광대한 인구와 땅을 가진 열린 시장이고, 아직은 정치와 외교 분야에서도 이용할 것이 더 많은 국가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을 철저히 이용해야 할 것이며, 국제정세에 있어서 그들에게 휘둘리기 보다는 우리가 북한과 중국의 경계선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에게 더 깊숙하게 주지시켜야 할 것이다.
나는 이 책에서 주장하는 미국과의 공조의 끈을 놓지 말자고 하는 한 가지 길에 대하여 동의한다. 하지만 친미를 외치는 친미주의자인 저자와는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 내린 결정이다. 우리는 그들을 더 이용해먹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더 이상 휘둘리지 말자.
'자주국방'은 우리의 군세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그 모든 것을 우리가 원할 수 있는 것 또한 '자주국방'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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