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매년 수백억원의 적자를 보고 있는 3곳의 민간자본 터널에 대한 적자를 메워주는 기간을 연장하려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특혜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3곳의 민자터널에는 2006년 136억 2000만원, 2007년 181억 1600만원, 2008년 188억 9000만원 등 해마다 막대한 보전금이 시 예산에서 지급되고 있다.
현재 3곳의 민자터널 평균 통행률은 원적산터널 27.4%, 만월산터널 37.3%, 문학터널 51.7%에 그치고 있으며, 시는 올해 이들 터널 통행량의 부족분을 돈으로 환산해 204억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시는 한국교통연구원(KOTI)에 '민자터널 운영관리 개선방안 수립용역'을 의뢰한 상태다. 그러나 용역에는 통행료를 인하하는 대신 적자보전기간을 연장하는 방안과 민자터널 교통수요 개선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가 고려하고 있는 적자보전기간 연장(안)은 각 터널의 요금을 200~500원 또는 50% 내리고 이에 따라 현재 20~30년의 적자보전기간을 3~10년씩 늘리는 방법이다.
이와 관련,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상임대표 이원준)는 시가 심도 있는 검토 없이 3개 터널에 대한 적자보전기간을 늘리려 한다면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개통 안 된 도로, 기본계획조차 없는 도로가 포함된 교통량이 산출되는 등 터무니없는 통행량 예측으로 터널 운영업체가 20년에서 30년 동안 특혜를 받게 된 마당에, 시가 그 기간을 더 연장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시는 대림컨소시엄이 운영하고 있는 만월산터널을 다른 업체에 매각하면서 현재 9%의 수익률을 7%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문학터널도 민감도 분석에 따라 요금을 500원으로 내려 이용객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용역에는 하루 9000대 미만이 이용하는 원적산터널의 경우 통행량을 늘리기 위해 통행료를 50% 수준까지 인하하되 적자보전기간을 5~10년 늘리고 매년 소비자물가 변동에 따라 통행료가 인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적자보전기간을 3~5년 늘려주는 방안도 함께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용역결과 나오기 전에 통행료 인상... "꼼수 부린 민자터널"
3개 민자터널은 지난 7월 1일자로 일제히 통행요금을 인상했다. 시는 3곳의 터널 통행료는 애초 지난해 4월 1일자로 인상하려고 했으나, 경제난을 이유로 시가 반대해 늦게 인상됐다고 밝혔다. 문학터널과 만월산터널은 소형의 경우 700원에서 800원으로, 대형은 1000원에서 1100원으로 인상됐다. 원적산터널은 대형에 한해 1000원에서 1100원으로 인상됐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지난해 12월 19일 시가 용역 의뢰를 했다면, 요금인상은 용역결과가 나온 뒤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용역결과는 오는 10월에 나올 예정이다.
그럼에도 서둘러 요금을 인상하고 나중에 용역결과를 반영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요금인상은 통행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시가 보전해줘야 할 적자 폭이 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요금이 인상돼 통행량이 줄어든 만큼 운영업체는 시로부터 보전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적자보전기간 연장도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인천연대는 "시는 100~200원 정도의 요금인상이 통행량에 미치는 영향이 극히 미미하다고 하지만, 만약 시의 주장이 옳다면 통행료를 500원으로 내려도 통행량 증가는 미미할 수밖에 없고, 통행료 수입의 감소로 인해 시가 보전해줘야 할 금액은 더욱 커진다"고 주장했다.
인천연대 장금석 사무처장은 "터무니없는 통행량 예측으로 매년 수백억원의 혈세가 들어가는 민자 터널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서, "시는 한마디로 사기를 당하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시는 민자 터널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시민 앞에 밝혀야 하고,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지지 않는 행정은 불신행정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면서 "이번 문제가 책임행정으로 변화하는 시초가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인천일보> 8월 21일자 보도를 보면, 시 관계자는 "시는 공식적으로 적자보전기간 연장을 검토한 적이 없다"며 "요금인하도 마찬가지다. 효과가 얼마나 큰지 더 깊이 있게 살펴봐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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