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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목 성지를 지나 생달리로

여우목성지
 여우목성지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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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읍 갈평리와 관음리의 석탑과 부처님을 보고 나서 우리는 동로면으로 향한다. 동로면으로 가려면 해발 620m의 여우목 고개를 지나야 한다. 여우목이라면 여우가 많이 다니는 고개라는 뜻이다. 여우가 다닐 정도면 상당히 산이 깊은 오지이다. 이 길은 백두대간의 남쪽에서 동서를 잇는 아주 중요한 길이다. 그리고 아주 깊은 산속에 있어서 옛날 천주교도들이 숨어 살던 곳이다.

그래서 이곳에는 여우목 성지가 있다. 여우목은 1839년 기해박해를 전후해 충청도 홍주가 고향인 성 이윤일(요한: 1823-1867) 가정과 충청도 청주의 서치보(요셉: 1791-1840) 가정이 피난 옴으로써 형성된 교우촌이다. 이윤일은 여우목 교우촌의공소회장으로 30여 명의 주민들에게 천주교 복음을 전파한다. 그러나 1866년 병인박해 때 체포되어 가족과 함께 순교하였다.

이윤일 제대
 이윤일 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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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치보 요셉은 여우목에 온지 1년 만인 1840년 세상을 떠나 뒷산에 묻혔다. 그의 장남인 서인순(시몬: 1809-1868)은 천주교 신앙을 지키면서 가정을 이끌어야 했다. 이곳에서 살기가 어려워진 서인순은 어머니인 동래 정씨를 모시고 풍기로 나가 살았다. 1860년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서인순은 가족을 이끌고 다시 경산 모개골 교우촌으로 이사했다. 그는 1866년 병인박해 때 체포되어 2년 후인 1868년 4월 29일 대구감영 감옥에서 옥사하였다. 그리고 그의 두 동생인 서익순 요한, 서태순 베드로도 옥사 또는 순교하였다.

천주교 안동교구에서는 1999년 9월 18일 이들 중 서치보 요셉, 서인순 시몬과 그의 부인 최마리아를 이곳에 이장하여 성지로 관리하고 있다. 현재 여우목 마을 길가에는 여우목성지라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그리고 마을 안에는 대구대교구 관덕정 기념관에 유해가 모셔진 이윤일을 추모하는 제대가 설치되어 있다. 제대 아래 새겨진 글자를 통해 이것이 2000년 4월 5일 설치되었음을 알 수 있다.    

담배밭에서 만난 석불좌상

담배밭 사이 석불좌상
 담배밭 사이 석불좌상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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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넘어 동로면 생달리에 이르니 온통 오미자 밭이다. 우리는 먼저 약사정 마을로 들어간다. 901번 지방도에서 황장산 쪽으로 난 좁은 마을길을 들어가야 한다. 콘크리트 포장길이지만 언덕의 흙이 흘러내려 곳곳이 흙길이다. 석불좌상을 몇 번 찾은 적이 있는 회원 덕에 어렵지 않게 석불좌상에 이른다. 생달리 석불좌상은 담배밭 가운데 있다.

이곳 생달리에는 옛날 약산사라는 절이 있었다고 한다. 그 절터에 지금 남아있는 것은 주초석과 석불좌상 뿐이다. 이 좌상은 원래 두상이 없는 70㎝ 높이의 여래좌상이었다. 그런데 최근 불두와 상대석 그리고 중대석을 복원해 놓았다. 그러므로 원형은 부처님의 몸과 하대석 뿐이다. 전체의 절반을 새로 해 넣은 셈이다.

새로 해 넣은 절반이 분명하다.
 새로 해 넣은 절반이 분명하다.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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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대석에는 아래로 덮인 연화문이 보이나 마멸이 심한 편이다. 팔각형의 중대석 고임은 새로 해 넣어 예술성이 부족하다. 중대석 위에는 일부가 훼손된 팔각형의 앙연문(仰蓮紋) 상대석이 있었으나 최근에 새로운 것으로 대체했다. 그래서 원래의 상대석은 불상 앞에 복련(覆蓮) 모습으로 엎어져 있다.

상대석 위에는 결가부좌한 여래상이 안치돼 있다. 마모가 심해 옷주름이 명확치 않다. 목에는 인위적으로 삼도를 만들어 좀 어색하다. 부처님의 상호도 역시 원만구족하지 않고 조금은 찌푸린 듯한 얼굴이다. 수인은 지권인(智拳印)으로 비로자나불처럼 보인다. 등 뒤 위쪽으로 광배를 부착했던 구멍이 있다. 광배가 있었다면 좀 더 성스럽게 보일 텐데 아쉽다. 웅장한 황장산을 배경으로 앉아 있는 비로자나 부처님이 왠지 외롭고 쓸쓸해 보인다. 

산북면 내화리 삼층석탑

사과밭 가운데 삼층석탑
 사과밭 가운데 삼층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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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달리 석불좌상을 보고 우리는 동로면 면소재지를 지나 산북면으로 향한다. 중간에 문경과 예천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경천호를 만난다. 경천호을 끼고 돌아 산북면 내화리에 이르니 내화리 삼층석탑 표지판이 보인다. 비지정 문화재 위주로 답사를 하는 것이어서 원래 계획에는 없었으나 회원들 다수가 보물 제51호인 내화리 삼층석탑을 보길 원한다.

내화리 삼층석탑은 정말로 단순소박의 전형이다. 독일의 예술철학자인 빙켈만이 고전주의 예술의 특징으로 '고귀한 단순과 조용한 위대'를 이야기했다. 그런데 이 탑은 고귀하고 위대하지는 않고 단순하고 조용하기만 하다. 탑은 한 층의 기단(基壇) 위에 3층의 탑신(塔身)을 세웠다. 그리고 상륜부는 원래 있었겠지만 훼손되었다.

단순소박한 삼층석탑
 단순소박한 삼층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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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신의 몸돌과 지붕돌은 각각 하나의 돌로 이루어졌으며, 몸돌의 네 모서리마다 기둥 모양을 새겼다. 탑은 몸돌의 체감비가 적어서인지 날렵하거나 아름답지 않다. 지붕돌의 네 귀퉁이는 약간 위로 치켜 올려져 있으며, 밑면에는 4단의 받침을 두었다. 상륜부에는 네모난 노반(露盤)만 남아있는데, 노반을 아래의 3층 지붕돌과 한 돌로 짠 것이 특이하다.

전체적으로 단층기단(單層基壇)의 삼층석탑으로 통일신라 후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1960년 9월에 석탑을 복원하면서 1층 몸돌에서 네모난 형태의 사리를 담는 공간을 발견하였는데, 그 안에 있던 사리장치는 사라지고 없었다고 한다. 현재 이 탑의 높이는 4.26m이다.

탑비 받침
 탑비 받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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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춧돌
 주춧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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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북쪽으로는 화강석 석재들이 널려 있는데 비석 받침과 주춧돌로 보인다. 비석 받침의 가운데는 길게 홈이 파여 있다. 누구의 것인지는 모르지만 이 홈에 비석이 세워져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몇 개의 주춧돌이 보이는데 정질을 해서인지 단순한 무늬가 보인다. 내화리 삼층석탑 역시 넓은 사과밭 가운데 있고 뒤로 야산이 있어 외롭고 쓸쓸한 느낌을 준다.

이번에 본 문경의 석탑과 불상은 종교적인 측면에서나 미적인 측면에서 최고의 작품은 찾아볼 수 없다. 요즘 많이 쓰는 말로 통일신라시대 미적으로 퇴화된 지방양식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회원들은 이러한 불상과 석탑을 찾아다닌다. 그것은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문화재를 찾아 소개하고 기록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이러한 문화유산이 가지는 독특한 매력 때문이다. 국보나 보물이 전해주는 메시지와는 또 다른 메시지를 비지정 문화재가 전해주기 때문이다.

산북면 소재지에서 먹은 뉴욕제과의 빵

답사를 즐기는 여성회원들
 답사를 즐기는 여성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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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다음 답사처는 산양면 봉정리에 있는 돌부처들이다. 그런데 우리를 안내하던 가인강산님이 잠시 산북면 소재지인 대상리에서 차를 멈춘다. 그러더니 빵집인 뉴욕제과로 들어간다. 겉보기에는 아주 허름한 시골 빵집이다. 나오는데 보니 빵이 두어 봉지 가득하다. 그동안 답사하느라 힘들었다고 빵을 하나씩 안긴다.

그러면서 하는 말. "이 집에서는 꼭 찹쌀떡을 먹어야 하는 긴데, 아쉽꾸러" 한다. 찹쌀떡이 다 팔렸다는 것이다. 사실 이 집이 입시철만 되면 난리가 난다고 한다. 문경과 대구에서까지 찹쌀떡을 주문하기 때문이란다. 유명세 덕인지 오늘도 오전에 벌써 찹쌀떡이 동이 난 모양이다. 그래서 우리는 찹쌀떡 대신 카스테라 빵을 맛있게 먹는다. 오후 4시경 우리 일행은 한가한 산북면의 국도변에 서서 또는 앉아서 간식을 즐긴다.

산북면의 뉴욕제과
 산북면의 뉴욕제과
ⓒ 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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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도 아침에 인절미를 준비해 왔는데 내 놓을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다음 답사지인 봉정리 가서 먹자고 제안을 한다. 한 번은 양식으로 했으니 한 번은 한식으로 해야 할 것 아닌가 말이다. 산북면은 남북으로 길게 펼쳐진 면이고 면소재지는 남쪽 끝에 있다. 그러므로 이곳에서 산양면 봉정리까지는 금방이다. 봉정리 관음보살과 약사여래는 월방산 아래 있다.     


태그:#여우목성지, #생달리 석불좌상, #황장산, #내화리 삼충석탑, #뉴욕제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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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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