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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를 염원하는 비둘기처럼 서울 광장 앞에 위치한, 수많은 시민들의 쪽지로 가득 메워진 하얀 비둘기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비둘기처럼서울 광장 앞에 위치한, 수많은 시민들의 쪽지로 가득 메워진 하얀 비둘기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 김마야

현재 시간 12시, 공식 영결식을 시작하기까지 4시간이 남았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서울광장 자리를 메웠다. 서울광장에는 사전 추모곡인 '그날이 오면'이 울려 퍼지고 있어 사람들의 심중을 울리고 있었다.

 

뜨거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아이,어른 모두 할 것없이 검은색 조문 옷을 갖춰입었다. 한쪽에선는 謹弔(근조)라고 적힌 검은 리본을 나눠준다. 영정 앞에 서서 마지막 인사를 드리기 위해 기나긴 줄을 섰다. 차례차례 앞으로 이동하는 와중에 노무현의 발자취를 담은 사진 자료를 바라보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이 사람의 업적은 왜 생전 알려지지 않고 사후에 이렇게 알려지는 걸까.

 

차례가 슬슬 다가오니 순백의 국화 한송이씩을 나눠준다. 애도와 사랑을 뜻하는 흰 국화...국화를 받은 사람들은 더더욱 말이 없어졌다. 속으로 다시한번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되새기며 그의 영정 앞에 흰 국화를 바쳤다.

 

"영정을 바라보시기 바랍니다"로 시작하는 사회자의 말이 시작되자 모두들 숨을 죽였다. "민주화를 위해 애쓰신 대통령...."이란 사회자의 멘트에 맞춰 그의 영정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애도를 표했다. "...마지막 인사를 올리겠습니다. 일동묵념"이란 말에 사람들은 큰절을 하거나 묵념을 하기 시작했다.

 

영정 앞에서 한 꼬마아이가 큰절을 한다. 그의 어머니는 큰절 대신 묵묵히 묵념을 하고있다. 아이는 주변 눈치를 보더니 엄마를 잡아 끌어 큰절을 시켰다.

 

묵념을 마치고 나오니 상주들이 일일히 손잡아주며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한다. 그 뒤로 사람들은 방명록에 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마지막으로 드리는 글귀를 작성하고 있다. "편히 잠드소서..." 짤막하게 한 줄을 작성하고 그 자리를 나왔다.    

 

검은 리본이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얼굴을 제외하고 커다란 판을 가득 메우고 있다. 차마 그 분의 얼굴 위로는 리본을 섣불리 달지 못한다. 군데군데 아이들의 "김대중 대통령님은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시고..."라는 등의 손글씨 편지들과 사람들의 글귀를 남긴 노란 포스트잇이 붙여져 있었다. 그 옆에는 '김대중 대통령님의 유연...무엇을 약속하시겠습니까'와 같은 글귀에 스티커 투표를 진행하고 있었다. 1.나쁜 정당에 투표하지 않겠습니다. 2.나쁜 신문을 보지 않겠습니다. 3.집회에 참석하여 힘을 보태겠습니다. 4.인터넷에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글을 올리겠습니다. 5.담벼락을 쳐다보고 욕이라도 하겠습니다. 와 같은 보기에 지금 현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1.나쁜 정당에 투표하지 않겠습니다에 그 글을 덮을 정도로 압도적인 스티커들이 장식했다.

 

사람들이 한 곳에 집중하고 있다. 뭔가 커다란 하얀 것이 바람에 펄럭대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평화와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비둘기의 형상이다. 사람들이 애도의 글을 남긴 종이 조각으로 구성되어있다. 뜨거운 바람에 펄럭대는 그 하얀 비둘기가 평화를 위해 힘껏 날개짓했던 그와 겹쳐 보였다.

 

뜨거운 뙤약볕이 내리 쬐던 어느 일요일의 풍경이었다.




#김대중#영결식 #서울광장#D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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