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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률 전 국세청장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국세청으로부터 파면조치 당한 김동일 전 나주세무서 계장
한상률 전 국세청장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국세청으로부터 파면조치 당한 김동일 전 나주세무서 계장 ⓒ 김동일

지난 5월 국세청 내부게시판에 한상률 전 국세청장 비판글을 올렸다가 파면당한 뒤,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됐던 김동일 전 나주세무서 계장(47)이 24일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전 계장이 국세청의 명예훼손 고소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음에 따라, 다음 달로 예정된 행정안전부의 '파면취소' 소청심사 결과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국세청이 김씨에 대해 파면 처분을 내리자, 민주당 등 야당을 비롯해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부당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특히 국세청이 김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까지 하자, '정권 눈치보기 위한 과잉대응', '무리한 고소' 등의 비판이 나오면서 파장이 컸었다.

 

경찰,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결론

 

24일 광주 남부경찰서는 지난 6월 광주지방국세청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소됐던 김동일씨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이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는 김씨의 명예훼손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명예훼손 사건의 경우 피해를 입은 당사자가 고소하는 '친고죄'의 성격이기 때문에, 한상률 전 청장이 직접 피해 사실을 밝혀야 한다.

 

하지만 한 전 청장은 지난 3월 미국으로 도피성(?) 출국 이후, 현재까지 소재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한 전 청장의 소재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피해 사실에 대한 진술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어 국세청이 김씨의 글로 인해 국세청 직원들이 명예를 훼손당했다고 했지만, 이 역시 2만 명에 달하는 국세청 직원들의 피해 상황도 모호해 처벌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결국 이번 사건에 '무혐의' 의견을 담아 검찰에 넘겼고, 검찰 역시 증거불충분 등의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 무리한 대응 다시 도마 위... 행안부 소청심사위 결정에 관심

 

 서울 종로구 수송동 국세청 건물
서울 종로구 수송동 국세청 건물 ⓒ 오마이뉴스 권우성
 
김동일씨는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변호인으로부터 경찰의 무혐의 처분 결정 내용을 전해 들었다"면서 "최종적으로 검찰에서도 같은(무혐의) 결정을 내렸는지는 아직 통보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국세청이 검찰에 고소까지 했을 때 정말 답답하고 힘들었다"면서 "사법당국에서 상식적으로 판단해 내린 결정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지난 5월에 올린 글은 특정 인물을 비방하려거나 명예를 훼손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면서 "전직 대통령의 죽음을 두고, 국세청에 대한 국민적인 의혹과 조직의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있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이를 극복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검찰의 최종 판단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면서 언급을 꺼렸다.

 

김씨는 지난 5월 28일 국세청 내부통신망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한상률 전 청장의 책임과 함께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 이유 등을 밝히라고 요구하는 글을 올렸었다.

 

이에 국세청은 지난 6월 12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김씨에 대해 파면 결정을 내렸다. 이어 같은 달 16일 국세청 직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김씨를 검찰에 고소했다. 이에 민주당 등 야당을 비롯해,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정부의 파렴치한 징계 처분을 중단하라"며 강하게 반발했었다.

 

한편, 김씨도 국세청의 "파면 처분이 부당하다"며 행정안전부에 파면 취소를 요구하는 소청심사를 청구했다. 이번 경찰의 명예훼손 무혐의 처분이 행안부의 소청심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거리다.


#국세청#김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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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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