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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만나는 맛? 정말 맛나다. 새콤 달콤 쌈빡이다. 주말, 사람 만나는 맛에 빠져 있었더니, 아내는 어제 밤 친구와 전화통화에서 남편을 사정없이(?) 까댔다.

 

"남편 꼴 보기 싫어 죽겠다. 섬에 간 남편 전화를 밤새도록 기다렸는데, 소식이 없었다. 남편 뒷판도 옆판도 보기 싫다."

"너는 인자 그러냐? 너는 그래도 낫다. 나는 남편 뒷판, 옆판, 앞판 다 싫다. 아들도 보기 싫다."

 

속으로 '둘이서 무슨 꿍꿍이…' 했더니, 아내가 전화기에 대고 실토한다.

 

"각시가 우울하다는데도 전화 한 통 없었다. 각시 신경을 안 쓴다. 남편이 침대에서 오그리고 자는데 미워서 혼자 딴 방에서 잤다. 그것도 모르고 잘도 자더라. 어휴, 미워."

 

얼씨구, 그것도 모르고 잘도 잤었다. 전화소릴 듣고 있으니 웃음도 나고 짜증도 난다. '여자들이란…' 하고 만다.

 

 

왜, 아내는 밤새 남편의 전화를 기다릴까? 자면 될 것을...

 

집 전화벨이 울린다. 아내가 대신 친구와 통화하라며 핸드폰을 건넨다.

 

"왜 각시가 그런대요?"

"낸들 알아요. 오랜만에 통화하면서 신랑들은 왜 씹어요?"

"나도 요즘 남자란 남자는 다 싫어요."

 

오래 통화하면 된통 깨질 것 같다. 통화를 마친 아내에게 얼른 전화기를 다시 건넨다.

 

"아야~, 너랑 통화하니까 속이 좀 후련하다. 위로가 된다."

 

그간 밖에 나가면 전화를 하지 않았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란 이유 등이었다. 밖에 나와 꼬박꼬박 전화하는 지인을 보면 청승맞다 생각했었다.

 

그런데도 그게 아니었다. 아내는 줄기차게 전화 할 것을 요구했다. 최근에 한 통은 넣었다. 아내는 이제야 철이 드는 것 같다고 반겼다. 그러다 이번에 깜빡 잊은 것이다.

 

그냥 자면 될 걸 아내는 왜 남편의 전화를 기다릴까? 이해할 수 없다. 이에 대한 아내의 의견.

 

남편 항변, 전화 통화와 사랑이 무슨 상관일까?

 

1.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을까봐 걱정된다.

그래도 하나밖에 없는 신랑이라고 걱정된다. 신랑이 집에 들어와야 안심하고 잠을 잘 수 있다.

 

남편 항변 : 이해는 간다. 그렇지만 걱정도 팔자다. 밤새도록 술 마시는 남편을 글쎄 왜 기다리냐고요~. 밖에서 재미나게 노는 남편을 뭐가 좋다고 기다리냐고요~. 무슨 일 있으면 알아서 어련히 연락할까?

 

2. 전화 한 통은 아내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전화기 한 번만 누르면 될 텐데, 손가락에 금테 둘렀나? 한 이불 덮고 자는 죄로 기다리는 아내에게 전화 한 통 못하나? 남자들을 이해할 수 없다.

 

남편 항변 : 그러긴 하다. 손가락 까딱하면 되는 일이다. 하지만 천성이 그런데 어쩌라고요~. 그러고 보니 어머니도 아직까지 "너는 전화도 못하냐?"고 하신다.

 

3. 사랑은 작은 배려다.

전화 한 통화면 끝날 것을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다. 입으로 사랑한다고 해도 실천이 없으면 도루묵이다. 아내는 항상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남편 항변 : 온 몸으로 사랑했으면 됐지, 전화 통화와 사랑이 무슨 상관이냐고요~. 작은 배려에서 사랑을 확인한다지만 집안 일 함께 하면 된 거 아니냐고요~.

 

내 생각이 잘못 됐나? 어이쿠~, 탈났네. 사람 만나는 맛에만 빠질 게 아닌감. 참, 살기 힘들다. 에구 에구~.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와 SBS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부부,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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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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