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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밌는 TV 롤러코스터>가 새로운 코미디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재밌는 TV 롤러코스터>가 새로운 코미디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 tvn

요즘 코미디는 예능인 리얼 버라이어티와 공개 코미디가 그 역할을 담당해왔다. 그 이외에 프로는 사실상 큰 웃음을 주지도 못했고, 시청자들도 별반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이러한 현상이 몇 년채 유지되어오다, 최근 들어 공개 코미디가 유희가 반복되면서 점점 시청자들은 흥미를 잃어가고 있다.

 

물론 <개그콘서트>는 여전히 큰 웃음을 주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옛날 파워는 아니다. 실상 <개그콘서트>에서 나온 것들은 대부분 유행되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또한 여타의 프로그램은 시청률조차 나오지 않아 지속적으로 극약처방을 내리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현상은 공개 코미디가 인기를 끌기 전 비공개 코미디 즉, 콩트가 유행하다 쇠락하던 시절과 비슷한 상황이다. 즉, 시청자들이 재차 반복되는 개그에 싫증을 느끼면 무언가 새로운 요구를 하게 되고 제작진들은 돌파구를 마련하는 법이다.

 

콩트라고 해서 다 같은 콩트가 아니다!

 

그래서 요즘 들어 다시금 콩트 형식의 개그프로그램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는 가운데, 케이블 채널에서 이같은 현실을 주도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바로 <재밌는 TV 롤러코스터>가 그 주인공이다. 롤러코스터의 형식은 일반 코미디 프로그램과 유사하다. 정형돈, 이혁재, 김성주, 정가은, 서영 등 출연 배우가 10여 개의 에피소드를 60분간 이어간다.

 

이러한 형식 때문에 언뜻 예전 <웃으면 복이 와요>나 <반전 드라마>를 생각할 것이다. 이 때문에 비교적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직까지 공개 코미디와 리얼 버라이어티의 인기가 제대로 식지 않고 있어 공개방송에서 콩트를 자청하고 나선 <희희낙낙>이 그다지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즉, 롤러코스터도 그러한 시청자들의 천편일률적인 사랑 덕분에 큰 사랑을 받고 있지는 못하다.

 

하지만 롤러코스터는 일반 콩트와 다르다. 콩트라고 해서 다 같은 콩트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즉 겉포장은 딱 보면 이전과 다를 바 없지만 그 안에 알맹이가 알차, 롤러코스터를 본 사람이라면 중독될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 중독증세로 인해 여타의 프로그램이 시시해 보일 것이다.

 

예전 우리가 생각하는 콩트는 개성 강한 캐릭터와 재미있는 시츄에이션을 만들어 벌이는 일종의 상황극이다. 그래서 기발한 내용이나 웃음을 유발하는 캐릭터가 없으면 절대적으로 재미가 없는 그런 것들 말이다.

 

가령 <울엄마>라는 콩트는 가난했던 그때 그시절 경석이 엄마와 김샘의 사랑, 경석이와 쪼매난 이쁜이의 풋풋한 연애 모습과 더불어 네 명의 주인공들의 개성이 뚜렷했다. 하지만 이런 콩트는 자칫 드라마와 다를 바 없는 그래서 간혹 시트콤과 콩트를 헷갈려 하는 이들이 더러 있었다.

 

그런데 롤러코스터는 그렇지 않다. 물론 매회 출연하는 출연진들도 같고 5회를 방송한 지금, 어느 정도 출연자들의 공통적인 캐릭터도 존재한다. 하지만 내용이 보통 콩트에서 벌어지는 상황극이 아닌 일상 생활에서 우리가 충분히 접할 수 있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생활 속 재미를 발견한다는 모토로 삼은 롤러코스터인 만큼 마치 라디오 음악프로그램에 사연엽서에 실릴 만한 황당하지만 현실성 있는 소재들로 가득하다. 그래서 무엇보다 내용이 신선하고 재미있다. 우리가 보는 TV에 익숙하고 MP3가 대중화되었어도 라디와 여전히 유효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애청자들의 사연이다.

 

물론 엽서가 아닌 인터넷으로 대체된 요즘이지만 그 안에 실린 이야기들은 여전히 우리 주변에 일어나는 생생한 일상 속에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가령 우리가 회사에서 어떤 동료를 보면서 "완전 쟤 인생은 시트콤이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사실상 우리 주변에 시트콤과 같은 이야기는 많다.

 

그것을 유심히 살펴보거나, 관찰하지 않아서 그렇지 마음만 먹고 찾자면 널린 것이 코미디이다. 그래서 인생은 재미이 있는 것이다. 때론 힘겨운 고통과 같은 지옥이기도 하지만. 롤러코스터는 그 진리를 믿었다. 그리고 방송에서 일상에서 건져 올린 이야기들을 콩트로 꾸며 <웃으면 복이 와요>나 <반전 드라마>와 같은 실없는 웃음을 만들지 않는다.

 

 <재밌는 TV 롤러코스터>는 일상 속에서 건진 이야기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웃음을 유발하고 있다.
<재밌는 TV 롤러코스터>는 일상 속에서 건진 이야기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웃음을 유발하고 있다. ⓒ tvn

일상 속 유머에서 건져 올린 웃음 남녀 생활 탐구

 

적어도 우리가 보고 듣고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로 함께 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남녀 탐구 생활'이다. 이 코너에 등장하는 정가은과 정형돈은 생각보다 일상의 코미디적인 이야기를 훌륭히 소화해내며 빛을 발하고 있다. 특히 공개 코미디로, 리얼 버라이어티로 인정을 받은 정형돈이 이번에는 콩트에 도전해 제대로 된 웃음을 주고 있다는 사실도 놀랍다.

 

사실상 이러한 구성은 이미 방송 초기에 보여주었다. 여기 기억상실증에 걸린 재벌집 도령이 있다. 당연 그를 돌봐주는 평범한 가정의 여자도 있다. 처음에 그가 재벌집 도령임을 몰랐던 바로 그 여자. 우연한 기회에 바보 같은 그 남자가 돈 많은, 그것도 어마어마한 재벌 출신임을 알게 된다. 하지만 롤러코스터는 자막으로  '저희는 결코 전파를 낭비하지 않습니다' 라며 이미 나름의 캐치프레이즈를 밝혔다.

 

그래서일까, '남녀 탐구 생활'은 기발하다. 하지만 우리가 이미 차마 입에 담지 못했던 말들을 속시원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의 코미디판이라고 할 만큼 각기 다른 성별을 가진 남녀의 행동을 요목조목 보여주면서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웃음을 유발한다.

 

가령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고 손도 씻지 않은 채 머리를 만지는 남자, 공중화장실에서 변기가 더러워 기마자세로 볼 일을 보는 여성. 이러한 행동들은 남녀가 일상에서 충분히 취하는 행동들이다. 하지만 대놓고 여자들은 볼 일 볼 때 기마자세로 한다는 이야기를 입 밖에 꺼내지 못할 뿐이다. 이러한 틈새를 이용해 '남녀 탐구 생활'에서는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마치 '동물의 왕국'을 보는 것처럼 성우의 내레이션을 통해 웃음을 유발한다. 사실상 인간이란 동물을 제 3자가 상세히 말하지 못했던, 차마 보여주지 못했던 사실들을 내레이션을 통해 보여주고, 남녀를 대표하는 연기자들은 그 행동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며 시청자들은 자신들이 한 번쯤 했을 법한 행동을 생각하며 웃게 된다.

 

가령 남자 화장실 사용법의 내레이션은 이렇다.

 

"남자가 화장실로 들어와요. 소변기 앞에선 다리를 30도 가량 벌리고 서요. 지퍼를 내리고 물을 버려요. 젠장 조준 실수로 쉬야가 손에 튀었어요. 난감하지만 해결책이 있어요. 남자의 옷은 수건의 기능도 겸비하니까요. 볼일을 다 봤으면 굿거리 장단에 맞춰 그곳을 털어요. 손 따윈 씻을 필요 없어요. 응가가 묻은 것도 아닌데 물을 아껴야죠."

 

이러한 행동들은 충분히 남자들이 무심코 할 법한 것들이기에 시청자들도 큰 괴리감을 느끼지 않고 '남녀 탐구 생활'에 자연스럽게 중독된다. 이뿐이 아니다. 막장드라마를 패러디하고, 웃음뿐만 아니라 감동을 주는 이야기 등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며 새롭게 일상 속에서 자연스러운 웃음을 준다. 그래서 케이블 채널의 한계를 딛고 더 많은 시청자에게 웃음을 전달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리얼 버라이어티나, 공개 코미디 등은 자칫 소재 고갈로 유희에 그치며 코미디 본질의 풍자와 해학이 살아 숨 쉬는 일들이 사라지고 있는 요즘, 롤러코스터는 충분히 대안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의 자격이 있기에, 좀 더 파이팅 하길 바란다.


#재밌는 TV 롤러코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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