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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섬마을을 둘러본 일행은 점심을 먹기 위해 어디로 갈까 고민을 하다가 일단 영주시내로 향했다. 

영주역 앞을 지나는데 사람들이 엄청 몰려있다. 어제 완성된 광장 바닥 그림을 보기 위해 인파가 몰린 것이다. 영주지역의 명소인 부석사 무량수전과 선비촌, 기차와 영주역 등의 전통과 현대의 조화로운 모습을 대형그림으로 그린 것인데 벌써부터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화제인가 보다.
            
영주시  영주역 광장의 바닥그림
▲ 영주시 영주역 광장의 바닥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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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대학내일'(대학생활 문화정보 주간잡지)이 주관하여 화가 3명, 스텝 3명, 서울지역 50개 대학 대학생 동아리 회원 400여명이 참여해 가로 25m, 세로 40m의 대형 영주상징물 그림을 역 광장에 그린 것이라고 한다.

영주에 소재한 KT&G 영주공장에서 다양한 대학생 동아리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그들이 사회에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기회를 얻게 하고자 이번 프로그램을 계획 지원했다고 한다.

멋진 그림을 보고 나서 식사를 어디에서 할까 고민을 하다가, 지난주에 갔던 풍기의 욱금리 삼가저수지 옆에 위치한 산수방 펜션 가든으로 훈제오리구이를 먹으러 갔다.
                  
영주시  풍기읍에서 삼가저수지를 보면서 점심식사를 하다
▲ 영주시 풍기읍에서 삼가저수지를 보면서 점심식사를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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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전에 생긴 풍기읍의 삼가저수지 주변에는 최근 펜션과 식당, 별장 등이 엄청나게 생겨나고 있다. 고속도로 나들목이 가까운 거리이고, 소백산 비로봉 아래 비로사가 가까워 산과 절, 호수가 아름다운 곳이면서도 풍기읍에 속해 있어 생활도 편리하여 별장지로 인기가 높은 곳이다.
               
나도 소백산에 등산을 갈 때면 자주 이곳을 지나고, 옛날 수몰이 되기 전 큰 이모님의 집이 있던 곳이라 그립기도 한 곳이다. 풍광이 좋고, 산과 물이 좋기도 하지만 정남향으로 집을 지을 수 있는 곳이라 욕심이 가는 곳이다.
            
영주시 풍기읍의 산수방 펜션, 가든에서 오리구이를 먹다
▲ 영주시 풍기읍의 산수방 펜션, 가든에서 오리구이를 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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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풍기에 왔을 때 아주 맛있게 먹은 훈제오리구이가 생각이 나 말을 했더니, 모두가 좋다고 하여 오리구이를 시켰다. 4명이 먹기에 적당하고 부족하면 죽을 별도로 준비해 주기에 좋다. 우리 일행은 저수지가 보이는 자리에 터를 잡고 신나게 고기를 구워먹고 나왔다.

나는 부석사를 거쳐 봉화의 닭실마을로 갔다가 다시 풍기로 와서 서울로 가는 길을 제안했지만, 다들 부석사는 이미 가 본 곳이다. 포기하고 봉화로 가서 닭실마을과 춘향전의 남자 주인공인 이몽룡의 생가로 알려진 계서당을 둘러보고 오자고 제안을 하여 우선 봉화읍 유곡리에 있는 닭실마을로 이동했다.
         
봉화군 봉화읍 유곡리의 닭실마을에 위치한 충재 선생 종택
▲ 봉화군 봉화읍 유곡리의 닭실마을에 위치한 충재 선생 종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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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중기의 문신인 충재 권벌(權橃) 선생의 후손인 안동 권씨들이 모여 사는 봉화읍 유곡리 닭실마을은 안동의 하회마을, 내앞마을, 경주의 양동마을과 함께 영남의 4대 길지라고 택리지는 말하고 있다.   
                 
봉화군 유곡리 닭실마을 충재 선생 사당
▲ 봉화군 유곡리 닭실마을 충재 선생 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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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재 선생은 1507년(중종 2) 증광문과에 병과로 급제, 지평 등을 거쳐 도승지가 되고, 1519년 예조참판이 되었다. 이어 삼척부사, 밀양부사를 거쳐 경상도 관찰사, 한성부판윤을 지냈으며, 이후 1545년(인종 1) 우찬성으로 의금부판사, 이 해 7월 어린 명종이 즉위하자 원상(院相)에 임명되었다.

8월 을사사화(乙巳士禍)로 위사공신에 올랐으나 정순붕의 반대로 삭훈되고, 1547년(명종 2)에 양재역벽서사건에 연루된 죄로 구례에 유배된 후, 삭주에 이배되어 배소에서 죽었다. 선조 초에 복권되고, 영의정이 추증되었으며, 봉화의 삼계서원에 배향되었다.
           
봉화군 청암정, 봉화군에는 170여개의 정자가 있다
▲ 봉화군 청암정, 봉화군에는 170여개의 정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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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집으로 <충재집> <우향계축> <사마방목> <문과잡과방목> <충재일기> 등 15종 184책을 남겼다. 과거 합격자명단인 <사마방목>은 보물 제524호인 <정덕계유사마방목>보다 17년이 앞선 것이고, <문무잡과방목> 역시 지금까지 간행되어 전해지는 본으로는 가장 오래된 것으로 보물 제603호로 지정된 <정덕계유문무잡과방목>보다 6년이나 오래된 본이다.
        
봉화군 닭실마을 청암정 현판, 미수 허목 선생이 쓴 글이다.
▲ 봉화군 닭실마을 청암정 현판, 미수 허목 선생이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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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정난기>는 유일하게 남아있는 것이며, <충재일기>는 임진왜란 이전에 만들어진 역사적 자료이며, 그의 다양한 저술서는 조선의 정치, 사회, 경제사를 연구하는데 매우 귀중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닭실마을 입구에 차를 세우고 주차장 옆의 노인정에 들어가 물어보니 마을 안쪽에 충재 선생의 종택인 솟을대문 집이 있다고 한다. 종택은 소박한 양반가의 전형이며 집 옆의 충재기념관에는 <충재일기> <연산일기> <근사록>등 문화재 467점이 전시되어 있었다.
                
봉화군  닭실마을 충재선생 종택, 상중인지 사랑 앞에 짚으로 무엇인가 만들어져 있다.
▲ 봉화군 닭실마을 충재선생 종택, 상중인지 사랑 앞에 짚으로 무엇인가 만들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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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종가에는 최근에 상을 당했는지 사랑 좌측에 짚을 엮은 줄을 쳐서 상가임을 알리고 뒤편에는 상주와 종친들의 이름이 일일이 적혀있었다. 상중이라 종부 혼자 지키고 있는 것 같은 집안을 방문하는 것은 포기하고 정자, 사당, 기념관을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을 해야 했다.
             
봉화군 충재 기념관
▲ 봉화군 충재 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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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 밖의 청암정은 거북 모양의 너럭바위 위에 세운 정자로, 미수 허목(許穆)의 친필 편액이 걸려 있었다. 풍광이 절묘하다. 얼마 전 국민 여동생 문근영이 주인공으로 나와 인기리에 방영된 TV드라마 <바람의 화원>의 촬영지로도 알려진 곳이다. 봉화군에는 이외에도 170여개의 정자가 있다고 하니 과히 정자의 고장이다.

충재 종택에서 계곡을 따라 내려가면 울창한 소나무 숲에 싸인 석천계곡이 있다. 이곳에는 권벌의 장자 권동보가 지은 석천정사가 있어 계곡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충재 종택과 청암정, 석천계곡으로 이어지는 닭실마을의 경관은 명승 및 사적으로 지정되어 있다.

충재 선생의 고택 앞에 서서 마을을 둘러보니, 마을을 350도 정도 둘러싸고 있는 산이 있고, 그 가운데 암탉이 알을 품고 있는 자리에 집들이 들어서 있는 형국이다. 이래서 밖에서 보면 그냥 평범한 산으로 보이고 안의 넓은 터에서 후손들이 화를 피하면서 평안하게 살 수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암정 청암정의 방과 마루를 가르는 문짝, 문짝 안에 작은 문짝이 또 있다. 정말 특이하다. 옛 양반들은 문을 열지 않고 작은 문짝만 열고 종들을 부른 것 같다.
▲ 청암정 청암정의 방과 마루를 가르는 문짝, 문짝 안에 작은 문짝이 또 있다. 정말 특이하다. 옛 양반들은 문을 열지 않고 작은 문짝만 열고 종들을 부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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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택과 청암정, 기념관 등을 둘러본 다음, 마을에 유명한 닭실전통한과공장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길가는 어르신이 여름이라 한과는 만들지 않는다고 하여 길을 춘향전의 남자 주인공인 이몽룡의 생가인 물야면 가평리 계서당으로 잡았다.

봉화읍에서 계서당으로 가는 길은 물야면 사무소나 축서사로 가는 길을 따라 가면 자동차로 10분 정도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거리다. 인근에 오전약수터와 의상대사가 세운 축서사를 비롯하여 계서당이 있고, 길을 좀 더 나아가면 영주시의 부석사가 나온다. 


#영주시 #봉화군#닭실마을 #충재 권벌#영주역 바닥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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榴林 김수종입니다. 사람 이야기를 주로 쓰고 있으며, 간혹 독후감(서평), 여행기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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