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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인플루엔자(이하 신종플루) 확진 판명을 받은 환자가 3천 명을 넘어섰고, 개학을 연기하거나 휴교․휴업하는 학교도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첫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라는 역사적 사건의 아픔 속에서 정부도 적절한 대처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건지 정부의 대책은 손씻기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마을학교도 지난 일주일간의 방학을 마치고 이번 월요일 개학을 했습니다. 개학을 하기 전, 신종플루에 대한 대책 때문에 교사들은 고심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단순히 해외 여행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사회 감염이 문제가 되는 시점이었기 때문입니다. 짧은 1주일이었다지만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접하고 왔을 아이들과 교사들, 모두 예비 감염자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나 하나 어떻게 겪고 마는 문제가 아니라, 나 하나로 인해 모두 고통을 겪게 될 수도 있는 큰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부랴부랴 게시판을 통해 대처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가장 어린 아이들이 모이는 어린이집은 일요일 밤 늦은 시간, 교사들이 모여 대책 회의를 하기도 했지요.

 

 

 

어린이집은 한 살 아이부터 7살 아이까지 다양한 연령의 아이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회성으로 인해 계절 감기는 한두 아이로 시작해 한 명 두 명 거쳐 한 번씩 다 앓고 지나가는 것은 예삿일이었습니다. 누구 열 나고 콧물 나더라하면 집에서는 죽염수로 입과 코를 헹구고 도라지청이나 매실차를 먹이며 나름 노력을 하지만 걸리게 되면 '앓고 나으면서 건강해지는 것이겠지, 그렇게 면역력을 키워가는 것이겠지' 하면서 지나갔습니다. 실제로 큰 아이는 만 두 돌이 되기 전까지는 3개월에 한 번씩 고열로 고생을 했지만, 흔한 해열제 한 번 먹이지 않고 겨자찜질이나 매실청으로 몸의 자연치유력을 높이도록 도운 결과 두 돌 이후에는 열이 나도 38도 넘게 올라간 적이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신종플루는 다르다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판단에는 정부의 안이한 대처도 한몫했습니다. 스스로 자구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뭇 비장한 마음을 품기도 했지요. 그래서 어린이집은 신종플루의 잠복기로 알려진 7일 기간 동안 가급적 등원을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등원을 하고 나서도 손씻기, 죽염수로 가글하기, 마스크 쓰고 생활하기를 일반적인 지침으로 지키고 있고, 부모님들께도 이런 지침들을 지켜주실 것을 당부 드렸습니다.

 

대안초등학교는 2주 간 자율 공부 시간을 갖기로 하였습니다. 집에서 보낼 수도 있고, 학교에서 보낼 수도 있습니다. 가능한 2미터 간격으로 떨어져 앉아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함께 놀 때는 마스크를 끼고 마당에서 뛰어 놉니다. 등교하면 먼저 손을 씻고, 감잎차를 나누어 마시고, 죽염수로 입과 코를 헹구어 줍니다.

 

 

방과후 배움터는 휴교를 했습니다. 교육당국이 미적미적 아무런 대응도 하고 있지 않는 것에 비해 이런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아주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이런 결정을 전해 들은 부모님들도 뭐, 이렇게까지 하는 반응이었지만, 이삼일 지나는 사이 분위기가 달라졌음을 느끼시리라 생각합니다.

 

 

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 입학설명회는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을 위한 놀이방을 열려던 계획, 초등학교 아이들이 하려던 공연 등을 대폭 축소했습니다. 아이들은 오지 않는 것으로, 꼭 필요한 분들만 모이되 마스크를 준비해 와서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함께 하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속속 새로운 기사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초중고 전체 학교의 개학을 연기해야 한다는 조승수 의원 기사부터, 미국인 절반 이상이 감염되고 최대 9만명이 사망할 것이라는 미국 대통령 과학기술자문위원회의 보고서 기사까지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을 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언제까지 이런 긴장 속에서 생활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됩니다. 어찌 보면 신종플루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서 우리는 이미 한 몸이라는 것을 가장 절실하게 느끼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만 살겠다는 그 어떤 대처와 자세도 소용없는 발버둥일 뿐이라는 것을 가장 절절하게 공부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태그:#신종플루, #보건복지가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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