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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 화정면 백야도로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한다. 대한민국 첫 우주발사체를 보기에는 오늘(25일) 시계가 좋다. 육안으로 외나로도 위성발사대가 선명하게 보인다. 오후 3시 30분경 멀리 푸른 바다에는 관광객을 실은 범선 코리아나호가 나로도로 향하고 있다. 뭍에는 나로호 성공 기원을 위해 모인 풍물패가 눈길을 끈다.

 

발사 20분 전, 1천여 명이 모여든 백야도에 사람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여수시에서 마련한 2대의 셔틀버스도 분주하다. 셔틀버스에서 내린 유지신(72) 어르신은 오늘은 아마도 꼭 발사가 성공할 거라며 손을 흔들어 보인다.

 

"나로호의 발사 성공을 빕니다."

 

엄마와 함께 이곳을 찾은 강태형(10·여수도원초3년) 어린이는 지난번 발사 실패로 서운했다며 발사가 꼭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발사가 성공했으면 좋겠어요, 여수엑스포도 성공하고…."

 

발사 1분 전,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고흥의 외나로도 우주센터와 대형TV 화면 속에 사로잡혔다. 불꽃이 하늘로 치솟자 '와~' 하는 함성이 온 누리에 울려 퍼진다. 기쁨에 들뜬 사람들, 풍물굿 한마당, 환호와 만세소리가 여기저기서 연이어 터져 나온다.

 

 

"대한민국 만세!"

"잘했어 잘해, 우리나라 만세다 만세."

"우리나라 만세 파이팅!"

 

순천에서 왔다는 유복인(62) 어르신은 만세를 크게 부르며 달뜬 목소리로 감격적이라고 했다. 기쁨에 겨운 나머지 사람들은 발사 후 한참이 지나도 자리를 쉬 떠나지 못한다.

 

이렇게 기쁜 날 뒤풀이가 없을 수 없다며 소주잔을 기울이며 행복에 겨워했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뉴스에서는 나로호가 궤도 진입에 실패했다는 소식이 전해져온다.

 

기쁨은 잠시 잠깐이었다. 발사 후 1시간 10분 뒤 나로호는 우리 국민들을 허탈과 침묵 속으로 데리고 사라져 버렸다. 엄청난 굉음과 불꽃을 내뿜으며 우주로 솟아올랐던 나로호가 우주의 미아가 되어버린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라도뉴스,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나로호, #우주 미아, #발사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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