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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주가지수가 회복하고 있고 수출 흑자도 늘어나고 소비 경기가 많이 풀렸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만큼 취업 불안과 잦은 이직, 경제적 버거움 등으로 힘겨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계층이 없지 않을까.

 

100만 실업시대에 젊은 청년들은 학자금 대출 등으로 졸업과 동시에 이미 신용불량자로 전락해 버리고 아르바이트, 계약직, 일용직 등의 한시적 일자리밖에 얻지 못하는 88만원 세대라는 현실 경제의 한계상황으로 결혼은 꿈도 꾸지 못한 채 혼돈의 시대를 겪고 있다.

 

하지만 '비 온 뒤에 땅은 더욱 굳어진다'는 말이 있지 않았던가. 암울한 현실 상황에서도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희망의 내일을 만드는 젊은 직장인들이 있기에 오늘의 어려움을 이기고 나아가고 있는 등대의 불빛을 볼 수 있다.

 

해남 촌놈에서 인천 짠물이 되다

 

직장 후배로 만났던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보다 더 일찍 회사생활을 경험했지만 나이와 입사 전형의 무기를 들이대며 본의 아닌 선배가 되어 동고동락했던 회사 친구가 있다. 4년간의 입사 터울을 뛰어 넘어 현장영업의 과감한 개혁과 고객서비스 향상 방안, 사회적 봉사 나눔활동, 민주노동조합의 연대와 결속을 이어가며 호형호제하였던 그런 친구였다.

 

땅끝마을 해남에서 자라 고등학교 졸업 후 K생명에 입사하여 인천이라는 머나먼 도시에서 홀로 떨어져 장남이라는 굴레와 책임감이라는 사명으로 새벽 별과 밤 달을 벗삼아 고군분투하며 생활하였다.

 

"형님아~ 언제든 우리 집 와라. 혼자 사니까 심심하다. 내가 저녁도 해주고 옷도 잘 다려줄 테니 술 먹고 집에 가기 힘들면 자고 가라. 알았제~."

 

그랬다. 친구는 혼자 사는 구리 구리한 총각냄새를 남에게 보이지 않기 위해서 유세라도 하듯 언제나 푸짐한 음식과 특유의 깔끔함으로 직장생활에 지쳐 있는 나에게 편안한 안식처를 제공해 주었다. 그것도 매번 숙취가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아침에 셔츠까치 말끔히 다려다 주는 정성을 잊지 않고서~.

 

친구는 직장생활을 하는 도중에 군대 생활을 마쳤다. 그리고 다시 직장에 복귀하여 2년간의 공백을 메우기라도 하듯 새로운 업무에 남다른 열정을 갖고 빠르게 적응해 갔다. 어린 나이에 많은 내공을 지닌 아줌마 보험설계사와의 빈번한 충돌을 감내하기도 힘들었지만 관리자라는 상위의식을 과감히 탈피하고 현장영업의 어려움을 함께 어루만져주면서 생명보험의 가치와 진정성을 교감하는데 누구보다 헌신적이었다.

 

보험이라는 직업상 영업 관리가 곧 사람관계이기 때문에 내면적 갈등이 종종 부딪히게 되고 스트레스 또한 엄청나며 돈과 관련된 무수히 많은 일들이 포기와 이직의 번민을 낳게 하곤 하였다. 그로 인해 친구와 나는 하루가 멀다하고 소주잔을 기울여가며 신세한탄과 사람관계의 고통과 갈등을 교감하며 위험한 직장과의 동거를 이어나간 것이다.

 

또한 친구와 나는 시간의 압박에 여자 친구를 만날 수 있는 여력이 없었던 터라 신세한탄의 주요 대상은 주변에 있는 여직원과 관계부서의 러브스토리가 전부였다. 지금도 그렇겠지만 직장생활은 생활의 안정을 주면서도 관계의 리스크가 너무나 큰 또 하나의 전쟁터였다. 강한자가 살아 남는 시대에서 살아남은 자가 강한 시대가 되는 직장관의 개념전환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자기계발과 자기혁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낼 수 있었다.

 

열정은 높게, 도전은 힘차게, 사랑은 깊게

 

직장생활 3년을 하면 5년을 버티게 되고, 5년을 버티면 7년을, 7년을 버티면 10년 근속을 하게 되어 평생 직장으로 남는다고 하였듯 친구는 10년을 훌쩍 넘기며 또 다른 도전을 꿈꾸었다. 현장 영업관리에 많은 경력을 활용하여 본사에서 기획운영을 해보겠다며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경제학 공부와 금융전문가 시험(CFP)을 치르게 되면서 또 다른 비전이 생겼다. 하다 보면 되겠지 하기보다는 구체적인 목표 설정과 마음가짐이 자리잡은 것이다. 주말과 휴일을 모두 반납하고 서울에 있는 학원을 다니면서 주어진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줄 아는 창의적 사고를 지니게 되었다.

 

친구는 결혼한 지 1년도 채 안 되는 신혼부부이다. 맞벌이를 하며 저축과 살림장만을 하는 달콤한 맛에 요즘은 시간가는 줄도 모른다고 한다. 젊은 부부의 위치로 볼 때 모으는 돈보다는 쓰는 돈이 더 많은 시기일텐데 정승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쓸 줄 아는 기지를 고안하느라 행복한 고민이 늘고 있다.

 

"형도 빨리 결혼 좀 해라, 언제까지 그렇게 혼자 살 거냐, 뭐 결혼은 해도 후회고 안 해도 후회라고 하는데 그래도 함께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인생의 맛이 참 좋은 거라~ 언넝해."

 

얼마 전 집 근처로 이사온 후배 부부와 술잔을 기울이며 결혼에 대한 여러 가지 장점과 맞벌이 부부의 애환, 경제적 기반과 인생의 계획 등을 솔직하게 들을 수 있었다.

 

"결혼을 하려면 콩깍지가 눈에 끼어야 하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글쎄 이 사람 첫 만나면서부터 후광이 번쩍 빛나는 것 있죠~. 자상하고 잘 챙겨주고 성실해서 이 사람이다 싶었죠. 물론 소소한 갈등과 의견 대립으로 사랑싸움 하는 일도 종종 있었지만요~."

 

직장 다닐 때 같은 빌딩에서 근무해서 나도 여러 번 보았던 J은행 여직원이 친구의 와이프가 되어 잔잔한 러브스토리를 들려 주었다. 와이프 또한 지방에서 홀로 올라와 전공과는 아주 다른 금융 관련 일을 시작하면서 남다는 고충과 스트레스로 많이 힘들어 했었다. 그러고 보면 천생연분이라는 말이 이럴 때 쓰이는 게 아닌가 싶다.

 

"근데요, 서로 다르게 생활하다가 막상 한 집에서 생활하려니 라이프 스타일도 많이 틀리고 의견도 때론 상충이 되어서 다투기도 하더라고요. 마냥 좋고 잘해주면 재미도 점점 사라지듯이 그래도 싸우면서 정이 든다고 역시 우리 남편밖에 없더라고요~"

 

친구는 직장에서의 열정과 도전정신을 전부 가동하여 착하고 예쁜 와이프와 함께 하기 위해 마음 속의 진심과 헌신적인 사랑으로 행복한 결혼관문에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 지금 어렵고 힘들다고 해서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까지 포기하면 안된다는 일념하에 많은 사람의 축복 속에 부부의 인연을 맺게 된 것이다.

 

직장생활 어느덧 13년을 넘기고 있는 친구는 알 듯 모를 듯 삶에 대한 자신감과 활력소를 느끼게 해주어 지쳐 있는 나에게 작은 희망을 안겨다 준다. 한눈 팔지 않고 자기에 대한 의지를 끊임없이 확인하며 다양한 분야에서의 성공커리어를 쌓기 위해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사람은 각자의 생활방식과 충족할만한 가치를 영위하고자 나름의 진정성을 갖고 삶의 이상세계를 구현해간다. 어떤 사람들은 자연과 하나되는 삶을 원하고자 직장에서 주는 엄청난 안정을 포기하고 귀농을 하며 나름의 인생을 계획해가고, 또 어떤 이들은 원대한 야망을 갖고 적은 자본으로 시작하여 크게 성공을 일궈낸 사업가의 목표를 달성하기도 한다.

 

친구는 10년이 넘어가는 직장생활의 매너리즘과 열등의식을 극복해보고자 자신 속에 잠재되어 있던 열정을 꺼내어 끊임없는 자기와의 싸움을 기꺼이 행복이라 여기고 지속적인 삶의 질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지금을 황금처럼 연마해가고 있는 것이다.

 

감이 떨어지기만을 학수고대하며 현재에 모습에 안주하기보다는 감을 딸 수 있는 다양한 방법과 시도를 하다 보면 반드시 진일보할 수 있는 혁신의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지금 아니면 하지 못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현재에 닥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가는 열정이 아닐까 싶다. 친구가 겪었던 젊은 직장인들의 방황과 실직과 이직의 위기에서도 자신의 열정을 밑천 삼아 일상을 풍요롭게 스케치했던 그 모습을 존중한다.

 

"형~너무 취했다. 형 덕분에 좋은 이야기도 많이 듣고 기분 좋게 술 마셔서 참 좋다. 우리 너무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생각하면서 멋진 내일을 위해 다시 시작해 보자~. 부라보~"


#브라보 직장인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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