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가장 많이 즐겨먹는 돼지와 닭, 이들에게도 복지권이 있을까? 어제(26일) 밤 우리나라 방송 중 대표적인 환경다큐 프로그램인 <KBS 환경스페셜> '동물 복지를 말한다'의 시그널 멘트입니다.
1년 중 350일을 폭 60cm 정도의 철제 구조물인 스톨에 갇혀 길지 않은 일생을 보내는 돼지와 햇빛 한 번 보지 못하고 알만 낳는 닭. 스트레스를 받은 돼지는 철제 구조물을 물어 뜯었고, 닭은 털이 빠진 채 돌아 다니거나 어둠 속에서 죽어갔습니다.
돼지에게 그렇게 잔인할 필요가 있을까그때 나는 늦은 저녁을 먹으며 방송을 보는 중이었는데, 충격적인 장면으로 인해 식사를 끝까지 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그 시간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먹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유기농으로 기른 콩나물국을 먹고 있었을 뿐입니다.
마취제도 없이 갓 태어난 어린 돼지의 꼬리를 자르고 생이빨을 자르는 장면은 한 여름 밤의 공포처럼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꼬리를 자르는 이유는 밀집 사육시 서로 꼬리를 물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 하고 이빨을 자르는 이유는 곧 이어 임신과 분만을 해야 하는 어미의 젖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농장 안에 갇힌 닭이 하는 일라고는 알을 낳거나 빨리 살을 찌우는 일밖에는 없습니다. 어둠뿐인 농장 안에는 공책 크기만한 케이지가 층층이 쌓여 있고, 날개조차 펼 수 없는 작은 케이지 안에는 불결한 모습의 산란 닭들이 알을 낳고 있었습니다.
인간이 만든 농장이고 합법적인 농장의 모습이 그러했습니다. 잔인하기 그지 없는 인간의 손길이 무섭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동물에 대한 인간의 잔인함이 지나칩니다. 저렇게 키워진 닭과 돼지를 먹었다는 생각에 구토가 올라 오기도 했습니다.
닭 한 마리가 그렇게 평생 동안 낳는 달걀의 수는 평균 250개라고 합니다. 2008년 우리나라에선 약 6억2천만 마리의 닭을 도계했고, 일인당 평균 206개의 계란을 소비했다고 합니다. 엄청난 숫자입니다.
돼지도 마찬가지입니다. 태어나면서 죽는 순간까지 한 생을 보내는데 돼지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업습니다. 암퇘지는 인간의 필요에 의해 생산력이 사라질 때까지 끊임없이 새끼를 낳아야 합니다. 암퇘지 한 마리가 100여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고 하니 그 돼지는 돼지가 아니라 공장에서 찍어내는 휴지나 그릇같은 공산품과 다르지 않습니다.
새끼들은 도축장으로 가기 전까지 좁은 스톨 안에서 지내다 짧은 생을 마감 합니다. 난생 처음 외출하는 날이 죽기 위해 도축장으로 끌려가는 날이니 돼지의 짧은 일생이 눈물겹기까지 합니다.
그동안 먹은 삼겹살이 머리위에서 날아다니고
<환경스페셜> 시청자 게시판에 가 보았더니 시청 소감이 많이 올라와 있습니다. 다들 충격적이었다고 말합니다. 자신이 인간이라는 게 싫다는 이도 있고, 동물농장이 아우슈비츠 수용소 같다며 앞으로는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말하는 이도 있습니다.
눈물이 펑펑나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탯줄을 단 상태에서 어미젖을 찾는 상태에서 꼬리 잘리고 이빨 잘리고..아무리 서로 싸울 때 꼬리 물고뜯지 말라고..어미젖 상하게 하지 말라지만..입장 바꿔 생각해 보세요..병아리들 무슨 과자봉다리들처럼 머리쳐박고 부리잘리고 목에 주사바늘 꽂히고..입장 바꿔 생각해보세요..그동안 먹은 삼겹살이며 목살이며 삼계탕이 순식간에 머리위에서 날라다니고..아놔..그렇게 생산된 돼지고기 닭고기 우리가 먹으면..항생제 과부화된 고기먹으면..우리집에서 애교떠는 냐옹이들 보면서..눈물이 막 나네요..생각없이 고기를 맛있게 먹어야하는지..참..인생 힘들다..- 환경스페셜 시청자 소감 중에서정말이지 입장 바꿔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그런 것이라고 하지만 꼭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것인지, 답답함과 함께 시청자 소감에서처럼 그동안 먹었던 삼겹살이며 닭이 몸을 스멀스멀 기어다니거나 머리 속을 날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초등학교 다닐 무렵, 집에서 소와 돼지, 닭, 개 등을 키운 적 있었습니다. 추위를 타는 소를 위해 부엌에 외양간을 두었습니다. 한쪽에선 소가 여물을 먹고 또 한쪽에선 사람이 식사를 했습니다. 부엌을 나서면 돼지우리가 있었습니다. 닭과 개는 집 마당을 어슬렁거리며 제멋대로 살았습니다. 다들 한 식구였고, 가족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방송에서 본 그림은 우리가 생각했던 그런 상생과 평화가 녹아드는 풍경이 아니었습니다. 질식할 것만 같은 협소한 공간도 문제였지만, 그러한 공간에서 자란 돼지와 닭이 과연 어떤 맛을 낼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아무리 인간을 위해 태어나고 죽어야 하는 게 돼지와 닭의 운명이라도 죽을 때까지 돼지가 돼지답게 살고, 닭이 홰를 치며 새벽을 알리다 죽음을 맞이할 수는 없을까요? 하여 '동물 복지를 말한다' 제작진이 시청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동물복지권은 무엇이고 왜 존중받아야 하는가? 그리고 동물의 삶의 질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제작진이 찾아간 곳은 영국의 한 동물농장이었습니다. 돼지를 사육하는 그 농장 주인은 예전엔 자신도 밀집 사육을 했지만 지금은 동물복지 농장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 농장의 돼지들은 그야말로 돼지답게 살고 있었습니다.
들판에 따로이 지어진 집에서 새끼를 낳고 젖을 물리는 모습은 돼지의 삶 그 자체였습니다. 한낮이면 진흙 목욕을 하고 새끼들과 하루를 보내는 모습은 대한민국의 동물농장에서 살아가고 있는 돼지들에겐 꿈과 같은 곳이었습니다.
물론 영국도 처음부터 동물복지 농장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광우병 등의 축산 파동을 겪은 영국은 1990년대 후반부터 집약적 밀집 사육에 대한 반론이 제기 되었고, 그 결과 1999년부터 돼지를 가두어 키우는 철제 구조물인 스톨 사용을 금지했다고 합니다.
동물복지 실현만이 국민의 건강 지켜낼 수 있어그러니까 영국에서도 동물복지 농장을 시작한 것이 10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영국의 동물 농장 70% 정도는 대한민국과 같이 밀집 사육 농장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하니 동물들이 완전하게 복지를 누리는 일은 시간이 더 필요로 해 보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도 모든 농장이 밀집 사육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몇몇 농장들은 발 빠르게 농장 환경을 개선해 동물 복지를 실현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방송에 소개된 농장들은 동물 복지에 대한 의식이 커 보였습니다.
앞으로는 시장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잔인하기 그지없는 지금의 밀집 사육 방식은 점점 밀려나리라 봅니다.
영국의 경우 동물복지 농장에서 키운 동물은 도축되어 시장에서 따로이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농장주들은 동물복지 인증제도인 '프리덤 푸드'를 만들어 소비자에게 건강한 육류를 생산, 보급하고 있었습니다. 프리덤 푸드는 동물학대방지 협회에서 인증하고 동물복지를 실현하고 있는 농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에 부착하는 인증마크입니다.
일련의 제도와 더불어 OIE(세계동물보건기구)는 동물복지를 실현시키기 위해 '동물의 5대 자유'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1. 갈증, 배고픔, 영양불량으로부터의 자유 2.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3. 통증, 부상, 질병으로부터의 자유, 4. 정상적 행동을 표현할 자유, 5. 두려움과 고통으로부터의 자유 동물의 5대 자유가 실현되면 동물도 동물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동물복지가 존중되는 순간 인간은 건강한 육류를 안정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만 된다면 동물도 동물다운 삶을 유지하고 농장도 일정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으며, 소비자도 내가 먹어야 할 고기가 어디서 어떻게 사육되다 식탁에 오르는지 몰라 불안해 할 이유도 없습니다.
포도농사를 짓는 이가 포도에게 음악을 들려주었더니 포도가 훨씬 맛있다고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말라 죽어가던 꽃이 음악을 듣고 살아나서는 아름다운 꽃을 피웠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주인에게 극심한 공포를 받은 돼지나 닭들이 우리의 몸에 들어왔을 때 영양분 대신 그들이 인간에게 받은 스트레스와 공포, 두려움, 공격성 등이 우리의 몸에 그대로 남지 않겠는지요. 그러하니 지금까지 우리가 먹은 대부분의 돼지고기나 닭고기의 영양소가 아니라 스트레스와 공격성 따위일 것입니다.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이젠 동물복지에 신경써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동물복지에 대한 시민의식을 물론이고 법적 제도적 장치가 뒤따를 때만이 가능한 일일 겁니다. 어제 방영된 <환경스페셜> '동물 복지를 말한다'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것이었을 겁니다. 우리도 곧 향기나는 돼지고기, 음악이 스며든 닭고기를 먹을 날 있으리라 기대하겠습니다.
방송보는 내내 가슴이 아프고 분노가 치밀어 올라서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인간이 저토록 잔인할 수 있단 말인가. 입장 바꿔 생각해서, 만일, 인간보다 더 고등한 생명체가 있어 우리 인간을 옴짝달싹할수도 없는 공간에서 사육한다면 하루도 못 견디고 미쳐버릴 것입니다.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단 한 번의 자유도 누리지 못 한 채, 좁은 틀속에 갇혀 매일매일을 공포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도살되는 모습을 보니, 저렇게 처참하게 살다 죽어가는데, 그 고기를 인간은 술안주로 아무 생각없이 웃고 떠들며 먹어치웁니다. - 환경스페셜 시청자 소감 중에서어제 방영한 KBS의 '동물 복지를 말한다'는 시청료가 아깝지 않은 방송이었습니다. 재방송 요구 또한 많았습니다. 그만큼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방송이었다는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