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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방송법 날치기 시도에 이어 주무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신문사와 대기업의 종합편성채널(PP) 진출 및 도입을 기정사실화하고 이를 추진하고 있다. 무엇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종편채널에 대한 공적 규제를 완화하고 특혜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등 지상파방송과는 다른 차별적 규제를 시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마이뉴스>와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방통위의 차별적 규제의 문제점과 심각성을 진단하는 공동기획기사(총 4회)를 마련했다. <편집자말>

종합편성채널 진입을 둘러싼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절차상 문제가 심각하고 국민 대다수가 반대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언론 관련법이 마치 이미 통과된 것으로 기정사실화하고 시행령 마련 등 후속조치를 강행하고 있다.

 

조중동을 중심으로 방송사업에 진출하려는 신문사들은 자신들의 영향력을 이용해 거대통신사나 기업들에게 돈을 대라고 은근한 압력까지 행사하고 있다고 한다.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종편에 진출하기 위해 <조선>, <중앙>, <동아>, <매경>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하기 위한 물밑 접촉을 하고 있으며 접촉 대상이 대기업, 통신사에서 케이블방송사업자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1500만에 이르는 케이블가입자 기반과 콘텐츠 확보 능력 등을 갖춘 국내 4대 복수케이블방송사(MSO)가 컨소시엄 형태로 종합편성채널 진출을 공식화했다.

 

이에 더하여  KT나 SKT 등 통신사는 자신들을 규제하고 있는 방통위가 종편채널을 조기에 정착시키기 위해 발벗고 나서자 조중동 컨소시엄의 참여제안을 거절하기에 큰 부담을 느낀다는 소문도 들린다.

 

한발 더 나아가 <동아일보>는 지난 17일 1면 사고를 통해 "시사·교양·정보·오락·리얼리티 등 정규편성 프로그램, 개국특집 다큐멘터리, 드라마 등을 오는 31일까지 공모한다"고 밝혔다. 이미 방송사업자로 확정된 것으로 착각하고 있거나 아니면 비밀스런 경로를 통하여 내락을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방송프로그램은 저질의 늪으로

 

참으로 한참 앞서 나가고 있는 행태이다. 방송법 등의 절차적 불법성이 헌법재판소에서 확인되는 순간 이들의 이런 시도는 모두 헛된 것으로 드러날 것이다. 헛물만 켤 가능성이 높다. 강행처리하기 전 방송법안은 신문사들의 방송진출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날치기 이전의 방송법에도 종합편성채널은 허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다만 신문사들이나 자산규모 10조 이상의 대기업이 참여하지 못할 뿐이다. 이 종합편성채널 관련 법체계에도 숱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이 법상으로도 종편채널은 지상파에 비해 부당한 각종 특혜가 주어진 사업자이다.

 

종편채널 규정이 2000년에 만들어진 이후 지금까지는 방송위원회(현 방통위)가 사업자 선정을 하지 않아서, 종편 채널에 대한 비대칭적 공적 규제 완화와 각종 부당한 특혜는 본격적인 논의조차 되지 않은 채 덮여 있었을 뿐이다. 승인부터 방송권역, 의무재전송, 광고제도 그리고 편성에 이르기까지 온갖 특혜가 주어져 있다.

 

2000년 당시에는 유선이나 위성방송 가입자가 매우 적어 종편사업자가 시장에서 시청자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으므로 초기진입을 위하여 상대적으로 유리한 여건을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방송환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미 80%가 넘는 국민들이 똑같은 유선방송사업자나 위성방송사업자를 통해 지상파와 종편 채널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있다. 시청자처지에서 보면 지상파와 종편이 전혀 다르지 않은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편향적 특혜가 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종합편성채널이 등장하면 시청자들의 시청권은 심각히 훼손되고  방송환경 전체는 저질의 늪에 빠질 것이 뻔하다.

 

우선 광고시장은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 사업자만 늘게 돼 출혈경쟁과 저질경쟁이 난무하게 될 것이다. 제한된 자원을 놓고 뺏고 뺏기는 약탈적 경쟁시장으로 바뀔 것이다. 이른바 시장에서 싸움만 난무하는 피 튀기는 레드오션으로 변모할 것이다.

 

종합편성채널사업자가 등장하더라도 방송광고시장은 큰 폭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낮다. 이미 광고시장은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물론 케이블이나 신문 등 다른 매체시장에서 일부 물량이 이전될 수 있으나 그 양이 작아서 결국 제한된 광고비를 놓고 기존 지상파 사업자와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불량채널, 불량방송, 저질 프로그램... 공공성은 뒷전

 

후발 사업자로서 낮은 채널인지도를 빨리 만회하기 위하여 느슨한 규제를 등에 업고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으로 가득 채울 우려가 높다. 양보 없는 전쟁으로 모두 공멸하는 치킨 게임의 양상이 벌어지면서 방송의 공공성 구현은 뒷전이고 오로지 상업적 경쟁으로 값싼 저질 프로그램이 범람하게 될 것이다.

 

어떤 이는 새로운 방송사가 개국하여 채널이 많아질 것이고 시청자들은 선택권이 늘어나서 좋은 것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채널이 많아진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그 채널들이 내보내는 프로그램의 품질이 불량하고 기존 방송마저 불량화된다면 시청자는 오히려 피해자가 될 것이다. 이미 케이블 등에 수많은 채널들이 있지만 시청자들이 주로 보는 채널은 지극히 일부 채널에 제한되어 있는 현실이 이를 잘 말해준다. 현재도 채널이 적은 것이 아니라 볼만한 프로그램이 적은 것이다.

 

또 편파적인 방송이나 질이 낮은 프로그램은 안 보면 되지 않느냐고 할지 모르겠다. "광우병 쇠고기 안 사먹으면 된다"는 발언이 떠오른다. 하지만 종편 채널을 지상파 채널 사이에 끼워넣으면 채널 이동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종편채널을 볼 수밖에 없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이미 홈쇼핑채널에서 우리는 그것을 겪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방송과 쇠고기는 또 다르다. 쇠고기는 내가 안 먹으면 광우병에 안 걸릴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내 가족이나 이웃, 친구가 걸리는 것도 대단히 불행하고 가슴 아픈 일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방송은 설사 내가 종편을 시청하지 않더라도 종편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그 종편이 내보내는 보도와 논평 시사프로그램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여론형성과 선거과정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내가 찍지 않은 대통령이나 의원들도 내 삶에 직접 영향을 끼친다.

 

상업적 그리고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민간자본에게 참여의 길을 터 놓고 있는 종합편성 채널이 방송의 공공성을 구현하려는 지상파와 비교해 온갖 특혜를 누리는 것은 거꾸로 된 법체계이다.

 

지상파 방송이 국민들에게 건강한 여론과 교양을 제공하고 수준 높은 시대정신을 창달하게 하는 것이 당연히 먼저다. 그러고 나서 민간사업자가 종합편성채널사업 등을 통하여 방송시장에 진출하려 한다면 지상파의 공공적 역할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로 제한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오염되지 않은 청정지역 지상파 방송이 공적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과 안정적 재원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종합편성채널은 남은 영역에서 필요하다면 사업을 하도록 해야 할 것이며, 이에 대해서는 공공적 역할과 의무를 수행하는 지상파보다도 훨씬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


태그:#종합편성채널, #민언련, #조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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