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6월, 서울 강화여행에서 강화읍 내가면에 위치한 갈멜산 금식기도원에서 2박 3일 동안 머물렀던 적이 있었다. 때마침 기도원에서는 강화 북지방 연합성회(감리교)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경기도 양지 신대원을 들러 다음날 강화도로, 강화에서 멀지 않은 서울 언니 집에서 하루를 보내고 이튿날 오산리 기도원으로 가서 며칠 머문 뒤, 강원도로 갈 생각이었으나 다시 강화도로 가기로 했고 강화도 일대를 돌아보다가 우연히 '갈멜산 기도원'에서 집회를 한다는 플래카드가 걸린 것을 보고 위치를 찾아보았다.

 

갈멜산 기도원 위치를 찾아 눈도장을 찍은 후 우린 석모도 여행을 했고, 그날 오후 늦게 기도원을 찾았다. 이곳 강화도에 있는 기도원은 처음이라 처음엔 좀 어색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집회는 은혜스러웠고, 마치 어린시절의 옛 교회를 찾아오기라도 한 것처럼 마음 편했고 사람들은 인정이 넘쳤다.

 

 

내가 자랐던 어린시절과 청소년시절, 70년대와 80년대의 교회를 떠올리게 했다. 그때만 해도 대형교회란 얼마 되지 않았고, 고만고만한 교회들이 있었던 시절이었고, 한창 한국교회가 부흥의 바람이 불던 때였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만 해도 우리 마을엔 교회가 없어 산을 하나 넘어 주일마다 교회로 걸어서 다녀야했던 적이 있었고, 그 후 초등학교 5학년인가 6학년 때 우리 마을에 교회가 생기게 되었다.

 

작은 교회에 가끔 부흥회 등 행사가 있을 때면 이웃교회들과 함께 할 때도 많았고, 그들과 함께 모여 오고가는 인정과 사랑도 넘쳤다. 성탄절이 되면 우리 마을에 하나밖에 없는 교회에서는 바닷가 끄트머리, 산꼭대기에 있는 전경초소 사람들에게도 위문을 갔고, 그들에게 떡국을 나누어 주고, 또 초청하기도 했다.

 

봄이나 가을이면 교회 자체에서 야외소풍예배를 드리러 야외로 나가기도 했고 함께 풀밭 그늘에 앉아 찬송을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새로웠다. 이웃 교회에서 영화 '십계'를 상영한다 하여 온 교회 식구들이 함께 이웃마을로 갔던 적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시내버스도 다니지 않았던 시절이었고, 꼬불꼬불 흙길을 걸어 다녔던 시절이었다.

 

해거름녘에 꼬불꼬불 흙길을 걸어서 먼 길을 멀다 하지 않고 모두들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었고, 흙투성이 길을 걸어 도착한 이웃교회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자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때 본 영화 '십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대목들이 많다. 배우 율브린느가 바로 왕 역할을 맡았고, 찰스 헤스톤이 주연인 모세역할을 맡았던 기억이 새롭다.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끌고 애굽을 나와서 광야를 지날 때, 지팡이를 들어 홍해를 가르는 모세의 모습과 갑자기 홍해가 갈라지고 바닷물이 길을 내고 양쪽엔 물 벽을 높이 이루는 가운데 마른 땅 홍해를 건너는 이스라엘 백성들... 그 뒤를 추격하는 바로의 군사들을 보면서 긴장으로 손에 땀을 쥐게 하던 명장면이었다.

 

영화 '십계'를 보고 시간가는 줄 몰랐고, 밤이 이슥해서야 어두운 길을 걸어오던 길에 동행해 주던 밤하늘의 별들... 이렇게 이웃한 교회와 교회가 연합하는 일이 많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농사하며, 어업을 하며 살아가는 시골사람들의 순박한 삶만큼이나 오가는 정이 많았다.

 

갈멜산 기도원에서 그날 저녁 집회 참석 후 다음날에는 하루 온종일 기도원에서 새벽, 낮, 밤 집회에 참석했다. 몇 개의 교회가 한데 모여 연합집회를 개최한 성회에 모인 사람들을 가만가만 둘러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들이 많았는데 그분들의 모습은 마치 땅처럼 정직하고 순박한 모습 그 자체였다.

 

 

자연 속에서 정직한 땀을 흘리며 노동으로 살아온 흙냄새가 물씬 나는 순박한 모습들. 시간이 흐를수록 집회는 더 뜨겁고 은혜스러웠고, 마지막 날 저녁에는 기도원이 꽉 차고 넘치도록 많은 사람들이 차고 넘치는 기쁨과 은혜로 집회를 마쳤다.

 

모든 집회가 끝이 난 날 밤, 섬기는 교회들이 준비한 떡과 수박잔치, 완전 영과 육이 함께 풍성하게 먹는 저녁이었다. 기도원을 가득 메웠던 사람들에게 일일이 나눠준 떡은 모자라지 않게, 아니 넘치도록 돌아갔고 수박은 또 얼마나 많이 준비했는지 기도원 마당으로 나오자 큰 대야 몇 개에 잘라놓은 수박을 먹고 또 먹었다.

 

더 먹어도 전혀 눈치가 보이지 않을 만큼 풍성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그렇게 떡과 수박을 화기애애함 속에서 먹으면서 올려다 본 밤하늘엔 달이 둥실 떠올라 있었다. 한참 동안 외등 아래 서서 웅성웅성, 소곤소곤, 수박과 떡을 나누며 교제하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

 

그날 밤 역시 기도원에서 자려고 세면대에서 씻고 다시 기도원 안으로 들어가는데 많이 먹고도 남은 떡을 정리하고 계시던 연로하신 어르신이 우릴 불렀다. 남은 떡을 봉지 가득 담아 주시면서 기도하다가 출출할 때 먹으라고 했다. 감사히 받았다. 이렇게 많이 주셔도 됩니까? 하고 물었더니 그래도 떡이 많다고 하셨다.

 

 

따뜻한 인정이 넘쳤다. 강화 갈멜산 기도원에서 머무는 동안 나는 마치 내 어린시절로 다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았다. '형제의 연합함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서울 강화여행 중에 만난 갈멜산 기도원에서의 따뜻한 시간들은 그렇게 내 어린시절의 가슴 한 구석에서부터 훈기가 돌기 시작해 온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훈훈한 시간이었다. 도시교회나 요즘 세상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그래서 그리운, 순박하고 넉넉한 인심과 배려와 따뜻한 섬김이 있는 사람들... 오래 오래 내 기억 속에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태그:#기도원, #갈멜산, #강화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전5:16~17)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