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여기''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할 것인가. 우리는 그 문제에 대해 확실한 철학과 규명을 갖고 이 프로젝트를 실행해야 합니다"
통영전통공예브랜드 '12Craft'의 2차 디자인개발을 맡은 마영범 아트디렉터(라이프스타일 디자이너)가 지난 24일 통영의 장인들과 함께 한 회의에서 던진 서두였다.
마영범. 그는 소갤러리 대표이자 서울특별시 디자인 자문위원이며 숙명대학원 라이프스타일학과 교수이다. 서울의 환경디자인 개선사업에 여러 번 참여한 바 있으며, 현재는 문화관광부가 추진하는 한국 전통문화 브랜드 '한스타일'의 총감독을 맡고 있는 국내 최고의 라이프스타일 디자이너이다.
그런 그가 통영 '12Craft'의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하는 임무를 수락했다. 세계적 명품이 될 수 있는 통영전통공예품의 가능성을 꿰뚫어 본 것일까?
마영범 아트디렉터는 "통영시민 스스로가 전통공예품을 사랑하고 사용해야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전제하고 "전통과 현대 둘 다 잡는 '하이브리드(두 가지 기능이 하나로 합쳐짐)' 개념을 도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지 나카시마,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등의 작품을 예로 제시하며 "가구에 통영의 공예기술로 포인트를 주어 돋보이게 하고 다른 부분은 비워서 경제적인 효용율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또 가죽 위에 놓는 나전칠기라든지 가죽과 결합된 누비제품, 유리와 자개의 만남 등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이며 "사람들은 보지 않던 것을 봤을 때 갖고 싶어한다. 우리는 이렇게 새롭고 신기하고 상품의 가치가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덧붙여 "유리와 자개는 전혀 다른 속성을 가진 재료이지만 잘 합쳐지면 무엇보다 현대적인 디자인이 탄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례로 "작고 고급스러운 나전칠기 제품을 제작해 MP3나 핸드폰의 한 면을 장식하는 건 어떠냐"며 "그러면 우리가 삼성전자에 납품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통공예품이 현대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마영범 아트디렉터의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했다. 소반을 길게 제작해 그 위에 누비기술이 적용된 방석을 놓으면 소반이 멋진 소파로 변신했고, 나무 식기 위에 물고기 모양의 자개를 박아 한국적인 해학을 뽐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2차 디자인개발은 크게 '식탁 주변의 상품''차(Tea) 주변의 상품''여자를 위한 데코레이션'으로 제작할 것이다. 상품의 구매력은 '여자'에게 있기 때문에 여자가 좋아하는 상품을 만들 것이며, 이 시대의 환경과 방향을 생각해서 디자인하겠다"고 발표를 끝맺었다.
세계 유수의 작품들을 섭렵하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마영범 아트디렉터의 계획을 들은 통영의 장인들의 반응은 "만족스럽다"로 모아졌다. 이들을 대표해 통영나전칠기의 거장 송방웅 선생은 "기술은 우리가 얼마든지 제공할테니 좋은 디자인을 개발해 달라"며 "기대가 크다"는 의견을 전했다.
한편, 이번 프로젝트에는 경원대 이정욱 교수, 온앤파트너스 최영지 이사가 디자인 개발에 협력하며, 내달 제품개발에 착수해 내년 3월부터 2차 프로모션을 진행할 계획이다. 올해와 마찬가지로 해외 프로모션도 예정돼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려투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