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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드니 살면서 자주 찾는 블루마운틴 국립공원, 언제 보아도 좋다.
 시드니 살면서 자주 찾는 블루마운틴 국립공원, 언제 보아도 좋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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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주를 파는 대학

포트 오거스타(Port Augusta)에서 낚시하고 문명의 혜택도 맛보면서 푹 쉬고 시드니를 향해 떠난다. 시드니 돌아가는 길은 와가와가(Wagga Wagga)라는 도시를 통해 가는 길을 택했다.  조금 돌아가긴 하지만 푸른 초원을 보며 운전할 수 있는 길이다.

도로 양편으로는 낮은 구릉의 연속이다. 학창시절 유행하던 '언덕 위의 하얀 집'이라는 외국 노래를 흥얼거려 본다. 하얀 집은 아니지만, 밀밭 언덕 위로 작은 집들이 그림처럼 널려 있다. 도로에 캥거루와 야생 타조들이 자동차에 치여 죽어 있는 사고 현장[?]을 조심스럽게 운전한다. 호주 여행을 하면서 신물 나게 보아온 광경이다. 이른 아침이어서인지 도로에 죽어 있는 캥거루가 평소보다 많다. 

밀듀라(Mildura)라는 동네에 가까워지면서 포도밭이 보이기 시작한다. 포도주 생산지로 유명한 동네답게 밀밭 대신 포도밭이 전개된다. 호주 포도주가 유럽과 미국 등지에 수출되며 유명세를 타서인지 여행을 하다 보면 포도밭을 흔히 볼 수 있다.

와가와가(Wagga Wagga)에 도착해 늘 하던 대로 캐러밴 파크를 찾아 텐트를 치고 시내를 둘러본다. 관광안내소에 들르니 포도주를 시음도 하고 포도주를 살 수 있는 대학을 소개해 준다. 이 대학에서 생산한 포도주가 유명하다고 한다. 대학은 산등성이에 넓은 터를 가지고 있는 것을 빼면 여느 대학과 다른 점이 없다. 대학 포도주 시음장에서 포도주를 마셔본다. 나에게는 그 맛이 그 맛인데 값은 천차만별이다. 포도주 맛을 조금 구별할 줄 아는 아내가 시드니에 돌아가 친구들과 마실 몇 병의 포도주를 골랐다.

숙소로 가는 길에 식물원(Botanic Park)에 들려 본다. 호주의 거의 모든 도시에는 지역을 대표하는 식물원이 있다. 이곳 식물원도 잘 꾸며져 있다. 한가로이 산책을 하는 사람, 책을 읽는 사람 사이를 걸으며 우리도 정원을 거닌다. 조금 걸으니 중국식 정원이 있다. 중국 사람이 많을 것 같지도 않은 데 다른 민족의 정원까지 만들어 놓고 다문화(Multicultural) 동네임을 자랑하며 홍보한다. 우리는 단일 민족임을 자랑하는 데 반해 호주는 다 문화 국가임을 자랑하는 것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내일은 시드니로 돌아가는 길이다. 초등학생 시절 소풍 가기 전날처럼 마음이 설렌다.

 여행하면서 수없이 보아온 자동차에 치인 캥거루, 주로 새벽에 달리는 트럭에 많이 치인다.
 여행하면서 수없이 보아온 자동차에 치인 캥거루, 주로 새벽에 달리는 트럭에 많이 치인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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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에 사는 양은 호강한다. 넓은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양 떼.
 호주에 사는 양은 호강한다. 넓은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양 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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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 육천 킬로의 여행

시드니로 가는 날 아침이다. 내가 사는 집이 있는 곳이다. 시드니에 도착해 밀린 일을 끝내고 서부호주(Western Australia)로 곧 떠날 예정이긴 하지만 집의 훈훈함이 벌써 느껴진다. 집을 지키는 하나밖에 없는 딸은 잘 있는지, 이웃은 얼마나 변했는지, 6개월 동안 텐트 하나 들고 떠돌이 생활을 하다 들르는 집이라 더 그리워지는지 모르겠다.

빨리 가고 싶기도 하고 몇 번 다녔던 길이라 차창밖에 펼쳐지는 풍경은 무시하고 열심히 운전만 한다. 호주의 유명한 관광지 블루마운틴 (Blue Mountains)을 넘어 시드니에 도착했다. 자동차 미터기를 보니 여행한 거리가 1만6000킬로미터 정도다. 사고 한번 안 내고, 과속 벌금 한번 내지 않고, 자동차가 말썽 한 번 부리지 않고 여행을 끝낸 것이다. 또한, 그 먼 길을 지도책 열심히 보면서 길 안내를 하며 어려운 환경을 같이해온 아내가 대견스럽다.

식구가 있는 시드니에 오니 좋기는 좋다. 고향에 온 기분이다. 사람들에게 길을 물을 필요도 없고, 함께 식사를 나눌 이웃도 있고, 다른 사람 눈치 안보고 큰 대자로 누워 낮잠을 잘 수 있는 집도 있다.

시드니에서 급한 일을 끝내고 시드니 관광지를 다시 한 번 둘러본다. 시드니를 처음 찾은 여행객처럼 오페라 하우스를 비롯해 시내 구경을 한다. 아내와 내가 좋아하는 블루마운틴(Blue Mountain)도 둘러본다. 블루마운틴은 우리가 자주 찾는 산이라 관광객이 잘 다니지 않는 구석구석을 많이 안다. 언제 보아도 가슴을 후련하게 하는 산이다. 가는 곳마다 여행객이 관광하고 있다. 나도 저들과 같은 모습으로 새로운 동네에 들어설 때마다 이곳저곳을 기웃거렸을 것을 생각하며 미소를 짓는다.

다시 짐을 챙긴다. 지난 6개월 동안 여행을 경험으로 텐트도 조금 더 큰 것으로 준비하고 음식을 해먹을 수 있는 프로판 가스통도 준비했다. 캔버라(Canberra)에 사는 친구가 여행을 떠날 때 들러 가라고 한다. 다른 친구들도 오기로 했다고 한다. 특히 캔버라에 꽃축제가 있으니 구경을 하고 가란다. 못 이기는 척하고 이번 여행은 캔버라 쪽으로 돌아가기로 계획을 세운다.

누가 말했던가? 부담 없이 슬리퍼 신고 찾아갈 수 있는 이웃이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나도 서너 명의 부담 없이 찾아갈 수 있는 이웃이 있으니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임이 틀림없다.

 시드니의 대표적 관광지 하버 브리지와 오페라 하우스.
 시드니의 대표적 관광지 하버 브리지와 오페라 하우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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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101부는 이것으로 마치고 10월에 호주의 남부, 서부 여행에 대해 계속 쓰겠습니다. 그동안 읽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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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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