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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와의 무역은 그 나라 정서와 문화를 얼마만큼 잘 알고 있느냐에 따라 성공의 열쇠가 됩니다."

 

지난 7일 정부는 인도와 자유무역협정(FTA)격인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거대 시장인 인도 12억 인구를 향한 경제교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지난 28일 저녁 종로 한 커피숍에서 남인도 타밀나드주 고산지대 코다이카날에서 유기농 원두커피, 한국채소, 열대 과일 등을 재배해 수입을 올리고 있는 농장사업가 전승언(67)․박순희(59) 부부를 만나 대화를 나눴다. 지난 2008년 7월 해발 2000미터의 남인도 고산지대인 코다이카날 농장 '락스밸리'에서 첫 만나 대화를 나눈 이후, 거의 1년 만에 재회를 하게 된 셈이었다.

 

 이들 부부는 아주 건강한 모습이었다. 방문 목적을 묻자, 즉시 치료차라고 말했다. 부인 박씨가 먼저 말을 건넨다. "한국에와 남편이 전립선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저와 함께 이도 치료를 받았지요. 한국에 오면 그동안 부실한 건강상태를 완전히 치료하고 갑니다."

 

코다이카날 '비엘 쉐드'라는 마을에 위치한 이들 부부의 '락스밸리' 농장의 규모는 10만평이다. 6만평은 유기농 원두커피를, 4만평은 바나나, 잭푸르트, 아보카도, 한국채소 등을 재배하고 있다. 특히 농장 일을 위해 인도 현지인 30여명을 고용해 풍성한 수확을 하고 있다.

 

"이곳은 야생원숭이가 많습니다. 사람을 위협하는 정도는 아니고요. 원숭이가 과일을 시식하는 것을 보면 바로 수확에 들어가 인도 각지에 판매를 합니다. 사람보다 원숭이가 먼저 시식을 하게 된 셈이지요. 종업원도 젊은 사람보다 나이든 사람들이 더 열심히 일을 해 선호하고 있습니다."

 

지난 7일 경제동반자협정 서명으로 내년 3월부터 본격화될 한-인도 무역거래에 대해 궁금했다. 전승언 사장이 말문을 열었다.

 

"이번 협정 서명으로 관세가 낮춰지기 때문에 두 나라 사이에 자유로운 무역의 길이 열리게 됐습니다. 많은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게 돼 반가운 소식입니다. 아마 한국은 먼저 공산품을 수출할 것이고, 인도의 주원료나 수공업 제품을 수입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 24년 동안 인도에서 사업을 한 경험으로 보면, 그 나라 정서와 문화를 이해하고 서로 상생하는 생각을 가지고 사업에 임해야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인도에 진출하려고 한 한국 투자자들의 가장 큰 문제는 성질이 급하고, 한국의 사고로 인도를 보면서 혼자 빨리 돈을 벌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바로 사업에 망하는 지름길입니다."

 

이들 부부는 지난 1985년 남인도 타밀나드주 첸나이 수출 공단 내 봉제완구 공장을 지어 해외에 제품을 수출한 최초의 인도 진출기업인이다. 또 지난 1990년 중반 첸나이에 현대자동차 공장이 들어선 이후, 인도 내 한국식당을 최초로 경영하는 사업가라는 타이틀도 갖고 있다. 이들은 24년간 사업을 하면서 실패하는 등 우여곡절도 있었다. 하지만 슬기롭게 넘겼다.  지난 2004년부터는 첸나이에서 버스로 12시간 거리에 있는 코다이카날 농장 10만평을 사, 농장사업으로 현재 상종가를 올리고 있다.

 

"이제 한-인도 경제동반자협정이후, 인도 진출을 꿈꾸는 한국 투자자들이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 도움을 주려고 합니다. 24년간의 인도사업 경험으로 사업컨설팅을 해주고 싶습니다. 최근 한국무역진흥공사(코트라)에서도 연락이 왔습니다. 오는 10월경 인도 무역 설명회를 해달라고 해 일단 서류를 제출한 상태입니다."

 

그는 古稀(칠순)에 가까운 나이이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한국과 인도간의 경제 교류(투자)에 적극 나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 한국-인도간 무역사무소 개설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적으로 말하면 무역은 강물의 흐름과도 비슷합니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이치이지요. 값싸고 좋은 물건이면 잘되는 것이지요. 자연과 같은 자연스러운 흐름을 잘 간파하면 길이 열리게 되는 것입니다."

 

 전 사장은 우리나라 커피 값이 외국 브랜드의 수입 때문에 너무 비싸다면서 한국 사람의 입맛과 비슷하고, 자신이 수확하고 있는 유기농 커피 '아라비카'를 이번 기회에 직거래 하는 방법을 모색해 볼 생각이라고도 했다. 

 

그가 인도에서 사업가로 성공하기까지는 모친 정이순(88) 여사의 무조건적 헌신성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부친이 환갑도 못 지내고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모친께서 조그만 식당을 운영하면서 제와 동생의 뒷바라지를 했습니다. 그 덕분에 대학을 졸업했고 대학원도 1년을 다니게 됐습니다. 어머님이 없었으면 제가 존재할 수 없었지요. 현재 모친이 척추가 좋지 않고 허리가 구부러져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은행, 이웃집 등을 다니는 데는 지장은 없지만 다시 홀로 두고 떠날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여밉니다." 모친은 이순이 가까운 나이인 아들을 아직도 못미더워 해 걱정을 토로한다고도 했다. 

 

그는 한국에 와 가장 인상적인 모습이 뭐냐고 묻자, 원활한 교통체계라고 말했다. "좁은 땅인데도 거미줄처럼 교통시설이 잘돼 놀랐습니다. 잘된 교통시설은 미래를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지혜가 아닌가 싶습니다. 거대 인구의 인도는 아직 엄두도 못 낼 일이지요." 한국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만큼 여유로운 마음으로 시야를 넓혀 세계를 바라보는 안목을 가졌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인에 대한 아쉬움도 피력했다. "한국인들은 너무 바쁘게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여유가 없는 것 같아요. 자연과 더불어 느긋한 인간다운 생활을 즐겼으면 합니다. 인간 위주의 삭막한 생활을 보면 불안감마저 느낍니다."

 

사업동반자이면서 부인인 박순희 씨는 한국에 오면 일상생활에 불편한 점이 없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자연 속 인도농장은 말 그대로 자연을 느끼면서 살아서 좋지만 문화를 즐길 수 없는 등 불편한 점도 있지요. 한국에서는 이런 불편함을 해소시켜줍니다. 나름대로 장점이면서 단점이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인도는 있는 그대로 평상복을 입고 다녀도 어색한 점이 없는데 한국에서는 옷차림이 초라하게 보여 어색하기도 합니다. 상품화해서 보여주는 문화 때문이지요. 인도는 그런 것 없이 수수하게 입고 다니는 것이 일상입니다. 문화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전 사장은 젊은 시절인 지난 80년 군부독재 언론사 통폐합으로 없어진 동양방송(TBC)의 탤런트였고 '전승일'이라는 가명으로 트로트 가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며칠 전 당시 함께 연기했던 탤런트 임동진 씨와 만남을 가졌던 일화를 소개했다. 임씨는 현재 탤런트 생활을 잠시 접고 목사로 변신해 있었다고 말했다. 임씨가 심근경색으로 고생을 했다는 말도 전했다.

 

"70년대 탤런트는 선배였지만 나이는 제가 많습니다. 엊그제 그가 역촌동 집으로 찾아 왔어요. 경기도 기흥에서 목회를 하는 목사였습니다. 요즘 최진실씨 등 연예인 자살이 부쩍 늘고 있는 것에 대해 '자살은 하나님께 죄악을 저지른 것'이라면서 '연예인 자살 방지를 위한 목회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코다이카날에서 녹음테이프로 설교를 듣고 있고 평소 존경하고 있던 이재철 목사가 스승이라고 해 깜짝 놀랐어요. 그 분이 '저(임동진씨)를 하나님께 인도했다'는 말도 했습니다. 하나님을 부르면서 행동을 하지 못하면 안된다는 말도 덧붙였지요. 좋은 만남이었습니다." 정 사장 부부도 힌두교의 나라 인도에서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생활하고 있었다.

 

지난 7월 24일 한 달간의 일정으로 입국해 현재 은평구 역촌동 모친집에서 거주하고 있는 이들 부부는 오는 31일 오후 남인도 코다이카날로 떠난다.


태그:#전승언 박순희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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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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