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엉터리다."
"검토할 가치도 없다."
"최근 자료도 엄청나게 많은데 3~4년 전 자료를 갖고 보고서 작성했다."
"정확한 현황 파악이 없는 상태에서 영향 예측은 의미가 없다."
"토목만 있는 희한한 낙동강 살리기 사업이다."

 

국토해양부(부산지방국토관리청)가 작성한 '4대강사업 낙동강 환경영향평가(초안)'를 검토한 환경·토목·경제 전문가들이 내놓은 소감이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의미 없는 보고서", "책을 만들었다는 게 낭비다"고 악평했다.

 

 

'4대강사업 저지 및 낙동강 지키기 경남본부'는 31일 오전 창원YMCA 강당에서 "환경영향평가(초안) 검토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부는 오는 9월 10일 오후 2시 부산상공회의소에서 공청회를 연 뒤 환경영향평가(최종) 보고서를 낼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 6월 환경영향평가를 의뢰했고, 초안은 1개월만에 나왔다. 초안을 검토한 전문가들은 조만간에 검토보고서를 정부 측에 낼 예정이다. 양운진 경남대 교수는 "4대강 정비사업은 초법적으로 진행되고, 법과 상식에 따라 진행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서 "환경단체에서 초안을 검토해 달라고 해서 보았는데, 책을 만든 게 낭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의미 없는 보고서였다"고 말했다.

 

양운진 교수 "보 설치하면 유하기간 현재 18일에서 180일로 늘어나"

 

양운진 경남대 교수(환경공학)는 '낙동강 살리기 사업(1권역) 환경영향평가(초안)' 가운데 수환경을 중심으로 살폈다. 그는 "별도 측정한 자료가 아니고, 정부에서 제시한 자료로 검토했다"면서 "2008년 하천수질기준은 2등급으로, 일반적인 정수처리 후 생활용수로 사용할 수 있는 수질"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가서(227~233쪽)에 보면 현재 조건에서 통상적인 수질관리사업만을 진행할 경우 2015년의 수질 전망은 창녕, 남강, 밀양이 각각 2.5, 2.0, 2.5로서 약간 개선되는 전망"이라며 "소위 '낙동강 살리기 사업'을 시행할 경우, 막대한 예산이 따르는 각종 수질개선사업의 시행에도 낙동강 수계 8개의 보 설치 때문에 창녕, 밀양의 2012년 BOD 수질은 각각 2.2, 2.3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평가서의 수질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며 "물은 절대적 생필품이므로 상수원의 수질 전망은 최악의 경우를 전제로 해야 하고, 특히 보 설치의 목적이 수량 확보에 있다면 수질이 나쁜 물을 양적으로만 확보하는 것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이번 사업의 계획대로 보(8개)를 설치하면 낙동강은 사라지고 11개의 연쇄 호소가 생기는 셈"이라며 "그로 인해 안동댐~하구언의 유하시간(체류시간)은 갈수기 기준으로 현재 18일에서 180일로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낙동강의 수질 환경에서 이처럼 유하시간이 10배나 늘어나면 갈수기에, 수온 10℃ 이상이 되는 봄·가을에는 하류로 갈수록 심한 조류의 번식으로 상수원의 기능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여름의 폭우에도 낙동강 제방의 붕괴는 없었으므로, 홍수 예방을 위한 보는 필요 없다"면서 "보의 목적이 갈수기 수량 확보라면 유하기간을 대폭 단축하여 상수원의 기능을 유지하는 한계로 보의 수와 규모를 축소해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박현건 교수 "최근 자료 많은데도 4, 5년전 자료 인용"

 

박현건 진주산업대 교수(환경공학)는 평가서에 언급된 자료의 부실을 지적했다. 그는 "지표수 수질 현황 자료가 2004년, 2005년 용역보고서 자료를 인용했다"면서 "수질개선사업과 오염총량관리제 시행으로 낙동강 수질과 유량 자료는 환경부와 낙동강환경청 등에서 8일 간격으로 최근 몇 년간 데이터를 잘 관리하고 있는데도, 4, 5년전 자료를 인용한 것으로 볼 때 얼마나 부실한 보고서인가를 여실히 보여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하수 수질 현황(177쪽)에 있어 이번 사업과는 크게 연관성이 없는 데도 많은 분량의 내용을 수록하여 페이지 내용만 자치하고 있고, 수질오염총량제(201쪽)와 관련해 구체적인 이행평가 결과 자료를 비교 검토할 수 있는 자료가 누락돼 있어 문제다"고 밝혔다.

 

평가서에 언급한 '물환경관리 기본계획'(214쪽)에 대해, 그는 "두고두고 낙동강 살리기 사업은 진행되어야 하고, 이 정부만의 사업이 아닌 계속해서 진행되어야 하는 국가사업임에도 수질개선사업은 눈에 안 보이고 토목 구조물 공사밖에 보이지 않는 희한한 낙동강 살리기 사업이 추진되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고 지적했다.

 

'공사시 토사유출에 의한 영향'(240쪽)에 대해, 그는 "1단계(18개 공구)에 대한 사업의 세부 계획이 수립되지 않아 제대로 조성 면적에 따른 우수유출량 산정이 어렵다는 것은 환경영향평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부유사(모래) 확산 예측 결과를 보면, 1일 작업시간 10시간 동안만 유출되고 작업시간 이후에는 부유사 유출이 없는 것으로 가정한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박현건 교수는 "이번 사업 시행으로 인한 수질변화 예측결과를 살펴보면 지난 10년 동안 개선되어온 수질 트렌드와 거의 유사하다"며 "그러면 사업시행을 하지 않더라도 이 정도의 수질 개선은 된다고 판단되며, 추가적인 수질개선으로 보의 운영 형태를 통해 수질이 개선되는 논리는 이해할 수 없는 논리"라고 언급했다.

 

그는 "습지 조성과 기존 모래톱, 여울, 소 등이 그대로 있어야 하천의 자정 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나 낙동강 수질은 살아날 것"이라며 "그런데 모래를 준설하고 8개의 보를 조성해서 수질 개선이 된다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과거 우리는 전국의 꼬불꼬불한 지방 자연하천들을 콘크리트로 반듯하게 직선으로 잘 정비한 기억이 있다"며 "그 좋은 콘크리트 하천들이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다.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모든 지자체들은 국가 예산을 받아 옛날 자연하천으로 가깝게 돌아간다고 하는 일명 '친자연형 하천 조성사업'으로 난리를 치고 있다. 4대강 사업도, 얼마 지나면 다시 원래대로 만드는 사업에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날을 볼 것"이라고 제시했다.

 

박재현 교수 "준설로 수위하락, 표류수 취수탑 성능 저하"

 

박재현 인제대 교수(토목공학)는 "저수호안의 경우 오랜 시간동안 형성되어 버드나무, 갈대, 달뿌리풀 등의 식생이 잘 발달해 왔고, 이러한 '패치'는 치수적 기능도 뛰어나 이 지역을 제거하는 것은 생태적으로, 치수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간관리구역 보전에 대해, 그는 "염막지구 식생둔치와 논 습지, 삼락지구 식생둔치, 김해지구 하중도, 양산1지구 식생둔치, 원동지구 습지, 성동지구 하중도, 대신1지구 하중도 등의 경우 보전지역으로 남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

 

준설로 인한 환경영향을 심각한데 평가서에서는 이를 제대로 설명해 놓지 못했다. 그는 "준설시 발생하는 오염원으로 인한 주변 환경, 상수원수 수질 등이 어떠한 영향을 받을지 평가할 수 없다"면서 "준설에 의해 발생하는 부유사량(모래)을 적절하게 평가하여 보고서를 수정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낙동강 하구둑 증설로 인한 영향평가에 대해, 그는 "평가서에서는 분위기상으로 철새도래지는 보호할 가치가 떨어지는 지역이며 생태적·환경적으로 크게 변화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의미로 작성한 것 같다"면서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하구둑 공사로 인해 철새도래지 면적 변화와 수심변화가 철새서식처로서의 기능에 미치는 영향 등을 평가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보와 관련해 박재현 교수는 "보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 가물막이 공사 등을 진행할 것인데, 이 경우 공사시 유출되는 토사량과 이로 인한 하류지역에 대한 영향 등을 평가하고 대책을 수립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지천과 관련해, 그는 "낙차 높이가 커질 경우 낙차공 지천 상류부의 표류수가 지하로 유입되어 건천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대표적으로 황강과 청도천은 수위가 떨어지고 건천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 준설에 따른 주변 지하수 영향도 우려했다. 그는 "관리수위는 1년 유지수위 중 최소수위에 해당하며, 따라서 수위는 관리수위 이상이 될 것"이라며 "이 경우 낙동강 본류 주위지역에 대한 전반적인 지하수위의 상승을 야기하게 될 것이며, 지하수위 상승에 따른 농경작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박재현 교수는 "준설이 진행되면 전반적인 수위가 하락하게 되어 강변여과시설의 산출량 하락이 발생할 것이며, 탁도 등 수질의 악화로 여과수의 수질 하락이 예측된다"면서 "수위하락은 표류수 취수탑의 성능 저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수동 교수 "삵, 수달 등에 대한 보전대책 없다"

 

이수동 진주산업대 교수(조경학)는 자연생태부분을 검토했다. 그는 "대개 식물상강 식생의 현황조사는 가능한 한 식생이 가장 양호한 계절인 5~9월에 현지조사를 실시해야 하며, 문헌·탐문조사를 병행하여 조사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이번 평가서 조사를 과연 그렇게 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평가서의 식물상에 대해, 그는 "문헌상 출현종과 실제 조사시 확인한 종에 대한 내용이 표현되어야 하며 주요종에 대한 위치가 도면상에 표현되어야 함에도 그렇지 않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육상동물상에 대해, 그는 "포유류의 경우에는 수달과 삵 등의 흔적이 발견되었으나 이들 지역에 대한 정밀 조사 계획만 언급되어 있고 구체적으로 출현한 지역이 어디이며, 어떤 생태적 특성을 가진 지역에 서식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양서․파충류에 대해, 그는 "대부분 3~5월에 집중적으로 산란하며 장소를 바꾸지 않는 것이 특징으로, 산란장소 위주의 보존과 보호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면서 "야생 조류의 경우 출현 위치에 대한 도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정확한 현황 파악이 없는 상태에서의 영향예측은 의미가 없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평가서에서는 녹지자연도, 생태자연도는 정밀조사가 없는 상태로 주요 생태계가 빠져 있으므로 훼손의 가능성도 줄어들고 당연히 복원의 필요성도 없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포유류의 경우 환경변화에 덜 민감한 너구리 등과 같은 종은 점차 복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삵과 수달 등 법적 보호종의 경우 대책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고 밝혔다.

 

장상환 교수 "농업 영향 너무 간단, 사회환경영향 분서도 해야"

 

장상환 경상대 교수(경제학)는 사회경제환경부분을 검토했다. 평가서에서는 인구, 주거, 산업은 현황만 조사해 놓았다. 그는 "보 설치 등으로 하천수면이 증가하면 안개 끼는 날이 증가하여 일조장애가 발생하여 주변 주민 건강을 해치고, 주변 농경지 농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데도 '일조장해'를 평가에서 제외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평가서에는 농업에 미치는 영향은 너무나 간단히 되어 있다"면서 "농민들을 쫓아낸 후 둔치는 어떻게 되나. 일부를 성토하여 다양한 친수 공간을 조성한다고 하는데 얼마나 이용될지 의문이고 그만큼 강폭을 좁혀서 홍수 피해를 높이는 위험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밝혔다.

 

안개일수와 관련해, 그는 "보 설치로 안개와 서리가 증가하면 생육저하, 출수 지연, 등숙률 저하, 착색불량, 착과율 저조, 당도 감소, 낙과 증대 등으로 수확량이 줄고 품질이 저하하게 된다"면서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호흡기 질환 등 인체에도 악영향을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또 그는 "4대강 살리기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으면서 농업 예산을 줄여 농민들이 농촌에 살지 못하도록 만들면 무슨 소용이 있나"며 "기후변화와 식량위기, 안전한 먹을거리 위협에 국민들도 불안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골재채취와 관련해, 그는 "정부는 준설토를 인접 자치단체와 협의하여 준설토 비축장을 조기 확보하여 준설토를 골재 차원으로 활용하도록 할 계획이다"며 "그렇다면 준설토 비축장 관리비도 상당할 것인데, 이에 대한 검토가 없다,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자리 창출도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부정확한 통계 수치도 지적했는데, 그는 "부산시의 경지면적은 8377ha이고 농가수는 7879가구로 가구당 경지면적이 1.06ha인데 평가서(917쪽)에는 106.3ha로 되어 있다"고 밝혔다.

 

장상환 교수는 "형식적인 졸속 환경영향평가가 아니라 정확한 환경영향평가를 한 후 사업의 경제적, 환경적 타당성을 따져야 한다"면서 "특히 사회영향평가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찬원 교수 "낙동강 본류에 직접 손 대지 말아야"

 

이날 토론회에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이찬원 경남대 교수(환경공학)와 김맹기 부산대 교수도 의견을 내놓았다. 이 교수는 "오랜 시간에 걸쳐 낙동강 본류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모래톱, 여울, 소 등을 훼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강 하나 건너면 생산하는 작물도 달라지고 그동안 형성되어 온 지역의 문화가 있다"면서 "21세기는 변형되지 않은 자연환경이 점점 부가가치가 높아지는 시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낙동강을 생명의 강으로 지키는 긴 안목이 필요하다. 환경을 크게 변형(훼손)하면 현대 과학과 기술이 예측할 수 없는 재앙을 가져옴을 우리는 안다"면서 "한 마디로 낙동강 본류에 직접 손을 대지 말고 낙동강 수계 유역 정비로 낙동강 살리기 사업을 해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김 교수는 "낙동강 본류(창녕~김해) 지역에 분포하는 하도습지와 배후습지들은 오랜 시간 동안 퇴적과 범람으로 인해 형성된 자연습지지역으로, 하반림(버드나무군락 등)과 갈대, 줄, 물억새 등의 장경초원들이 발달하고 있는 지역으로 자연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낙동강 하구언 지역에 대해, 그는 "낙동강 살리기 사업으로 인한 준설과 각종 시설물의 설치로 인해 고수부지의 삼락체육공원의 수변부 원형보전지역과 친수공간지역의 훼손이 발생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낙동강 하구지역에 대해서는 최대한 현재의 상태를 보존하는 범위 안에서 준설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4대강정비사업#환경영향평가#낙동강#준설#낙동강지키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