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륜동에 가면 다소 낯설지만 이색적이면서도 근사한 건물이 눈에 띈다. 이 지구상에 있는 모든 대문이란 대문은 다 달라붙어 있는 이 건물은 서울여자대학 평생교육원 리모델링 중인 건물이다.
보도로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공사중인 건물에는 나무판자나 플라스틱이나 두꺼운 천 등으로 가림막을 쳐놓는 것이 보통인데, 이 곳에는 버려진 헌 문짝 700개로 가림막을 쳐 놓은 것이다.
홍대 미술학과 교수와 학생들의 일종의 설치 예술 작품으로 제목은 <합창>이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각양각색의 문짝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지는 것을 보며 제목과 참 잘 맞는다는 느낌을 준다.
헌 문짝이 이렇게 새롭게 변신할 수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우리가 버린 문짝으로 이렇게 그로테컬한 이미지가 나온다는데 더없이 신선해서 자꾸만 보게 되고 예술의 깊이와 신비에 그저 경이롭기만 하다.
우리 주위 버려지고 있는 모든 것들이 아티스트의 눈에 의해 그들의 손에 의해 예술품으로 승화되는 장면이 한없는 창작의 무한함을 엿볼수가 있었다.
건물을 지키고 있는 수위아저씨마저도 지나가는 행인들을 붙들고 이 건물의 예술적 가치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는 모습도 재미를 더해준다.
엄마 손을 붙잡고 지나는 꼬마와 엄마가 그 문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수위아저씨의 설명을 열심히 듣기도 한다. 외국인들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재활용 문짝의 걸작품을 앵글에 열심히 담아가는 모습이 한국인의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회색도시에 그것도 공사중인 건물이 잠깐이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의 감각의 휴식처과 된 것과 우리가 무심코 버리는 재활용품의 활용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깊이 생각을 하게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