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북상초등학교 전교생 42명 가운데 30명이 등교 거부했다. '교장공모 지정 취소 철회'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학부모들이 2학기 개학 첫날인 1일부터 자녀들을 등교시키지 않았다.
학부모들은 이날 오전 학교 옆 '갈개숲'에 천막 3동을 설치하고 '마을학교'를 운영했다. 서원 거창북상초교 운영위원장은 "마을학교는 학부모와 논의해서 세웠던 학사운영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1학기까지 전교생이 43명이었다. 여름방학 동안 1명이 전학을 갔으며, 2명은 오는 5일 다른 학교로 전학 갈 예정인데 전학가기 전까지 등교하겠다고 밝혔다.
특수반 학생 3명은 '등교 거부' 논의에서 제외했던 것. 일반 학생 가운데 등교한 학생은 7명이며, 등교하지 않은 학생은 30명이다. 서원 위원장은 "전체 학부모 회의에서 등교 거부를 결정했지만 개학하기 전 담임한테 전화를 받은 일부 부모들이 자녀들을 등교시켰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하루 전날인 8월 31일 학생들을 모아 놓고 '마을학교' 운영과 관련해 설명회를 열었으며, 등교 예행연습을 하기도 했다. 학생들의 등하교 차량은 학부모들이 승용차 등으로 조를 편성해 운영하고 있다.
점심식사는 학교 식단표를 받아 학부모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서원 위원장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마을학교를 운영하려고 한다"면서 "왜 마을학교로 와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했다"고 말했다.
9월 1일자로 부임한 오중환 교장은 "워낙 이 문제는 서로 거리가 있어 해결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오늘자로 부임했는데 학부모와 운영위원, 지역유지들과 만나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등교 거부한 학생들의 결석 처리 여부와 관련해 그는 "현재로서는 규정대로 할 수밖에 없다"면서 "나중에 새로운 변수가 있을지 모르겠고, 아무튼 조속하게 마무리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학교 한 교사는 "학생 일부가 들어와 수업을 하고 있다"면서 "등교하지 않으면 결석처리하게 되고, 전체 수업에서 1/3 이상을 결석할 경우 상급 학년 진급이 어렵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 학부모들은 농촌학교를 살리기 위해 교장공모제를 신청했고, 경남도교육청은 지난 6월 교장공모제 시범학교로 지정했다. 교장 후보 신청자를 대상으로 심사를 마친 뒤 '심사의 불공정성'이 제기되고 일부 언론에 도보되자 경남도교육청은 '물의 야기'라는 이유를 들어 '교장공모 지정 취소' 결정을 내렸다.
이에 학부모들이 반발하며 단식농성을 벌이고, 법원에 '교장공모제 시범운영학교 지정 취소 처분 집행정지신청'과 '교장공모제 시범운영학교 지정 취소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학부모들은 2학기 개학 하루 전날 낸 보도자료를 통해 "권정호 교육감 아래 공교육학교에는 우리 아이들을 더 이상 등교시키지 않겠다"면서 "진정 학생을 사랑하고 피폐해져 가는 지역과 학교를 살리고자 하는 교장공모제를 꼭 실현시키는 것이 학부모들의 열망임을 입증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