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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총재가 독선이 강해, 법관 출신이라 그런지 너무 강하고... 눈에 뵈는 게 없나봐."

"심대평 혼자서 뭘 하겠어? 당이 있어야지 당이... 결국은 선진당과 같이 가야지."

"그 정도 그릇으로 무슨 총리를 하고 큰 정치를 한다고, 쯧쯧...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인물이었다면 차라리 잘 된 일이지 뭐!"

 

심대평 전 대표의 전격적인 자유선진당 탈당 소식이 충청지역 정가를 연일 달구고 있다. 특히, 지방선거를 1년도 채 남기지 않고 터져 나온 탈당 소식에 지역정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역주민들은 심 전 대표에 대한 동정의 눈빛과 탈당을 비난하는 목소리를 함께 쏟아내고 있다.

 

"이회창 총재 독선 너무 강해"

 

대전 중구 문화동 서대전시민공원에서 만난 윤갑진(60)씨. 그는 심 전 대표가 총리가 되지 못한 것에 대해 매우 애석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윤씨는 "심 대표는 인물이여, 단연 총리감이지"라며 "지역발전을 위해서나 나라를 위해서나 이번에 갔어야 혀"라고 말했다.

 

이어 "이 총재가 독선이 너무 강해, 법관 출신이라서 그런지 너무 강하고 눈에 뵈는 게 없는 것 같다"면서 "그 동안 심 대표가 많이 참았다"고 심 대표를 거들었다.

 

그는 또 "이제 다른 사람들이 나와서 심 대표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며 "아마 다른 사람들도 이회창 밑에 그냥 계속해서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심 전 대표 중심의 새로운 정치세력이 탄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 전 대표의 지역구인 공주에 사는 김아무개씨는 더욱 심 전 대표를 거들고 나섰다. 그는 "심 대표가 총리가 되어야 행정도시도 잘 되고, 지역도 발전하는데 이 총재가 괜히 고집을 부려서 이 모양을 만들어 놨다"며 "그만한 총리감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충남 당진에 사는 자유선진당의 한 당원도 "이회창 총재와 갈등이 있는 줄은 알았지만 그런 정도인 줄은 미처 몰랐다"며 "진작 탈당했어야 했다"고 동조했다. 황규태(63, 대전 중구 유천동)씨는 "심 대표가 총리되는 것을 왜 반대하는지 모르겠다, 야당이니까 안 된다는 게 어디 있느냐"면서 "이 총재가 좀 더 참고, 이해해 줬으면 좋았을 것을 안타깝다"고 말했다.

 

"속상한다고 탈당하나, 당 내에서 해결했어야"

 

 

반면, 심 전 대표의 탈당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주민도 상당수다.

 

최아무개씨(38, 대전 유성)는 "심 대표가 속상하다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탈당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자기 속이 좀 상한다고 탈당하는, 그런 식으로 정치하려면 뭐 하러 정치한다고 나섰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심 대표가 총리로 간다고 해도 그것은 자신의 자리보전일 뿐이지, 지역 주민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면서 "충청주민들의 지지를 받아 당을 만들고, 또 그만큼 정당을 키웠으면, 당 내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총재가 문제 있으면 총재를 내보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대전 서구에 사는 강아무개씨도 "큰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이 조금 서운한 일이 있다고 당을 나가버리면 되느냐"면서 "심 대표의 그릇이 그 정도밖에 안 된다면, 오히려 잘 된 일이다, 그런 그릇으로 무슨 큰 정치를 하겠느냐"고 강하게 비난했다.

 

충남 금산에 사는 최아무개씨(42)는 더욱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당 운영 방식에 공동책임이 있는 당 대표가 당 운영방식을 문제 삼는 것 자체가 코미디다, 결국 총리 안시켜준다고 발끈해 당을 뛰쳐나간 것밖에 더 되나.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잃게 하면서까지 자신이 만든 당(국민중심당)에 재를 뿌리고 나간 것은 옹졸해 보이기까지 한다."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떠드나?"

 

많은 시민들은 이번 사태가 그리 큰 관심을 끌 만한 사안이 아니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대전 대덕구 법동에 사는 정아무개(42)씨는 "사태는 무슨... 그냥 해프닝이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자유선진당이나 심대평 대표나 모두 지역 내에서 과대포장이 되어 있는 것 같다"며 "심 대표 한 명 탈당한 것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떠드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전 오류동에서 상가를 하고 있는 송아무개씨도 "우린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다, 어차피 정치하는 사람들 거기서 거기고, 또 당도 수시로 옮겨다는 것 아니냐"면서 "심 대표가 탈당을 하든, 자유선진당에 남아 있든 우리 같은 서민들과는 별로 상관이 없다"고 고개를 내둘렀다.

 

지방선거 앞 둔 각 정당, 손익계산 분주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주민들과는 달리, 지역정가는 내년 지방선거를 생각하며 벌써부터 손익 계산에 분주하다. 한나라당은 지역맹주를 자신하는 자유선진당의 분란이 내심 반가운 눈치이지만, '안타깝다'는 표현으로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

 

지난 31일 대전을 방문한 안상수 원내대표는 "우리는 자유선진당과 정책 공조를 하기 원했는데, 결론은 선진당의 내분으로 가게 되어 매우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호기를 만난 것처럼 자유선진당을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민주당충남도당은 31일 성명을 통해 "심 대표의 말을 빌리자면, 자유선진당은 '편협한 사고와 저급한 인식이 난무'하고,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총재의 입에 따라 행동'하며, '구태의연한 정치'로 '더 이상 희망이 없는 정당'"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선병렬 민주당대전시당위원장은 1일 열린 조찬모임에서 "이번 자유선진당의 와해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사하는 바가 크다"면서 "지역 현안을 외면하는 한나라당과 지역 현안에 무력한 자유선진당을 대신해 민주당이 진정성을 가지고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31일 심 전 대표를 따라 이준원 공주시장과 유한식 연기군수, 최홍묵 계룡시장 및 기초의원 10여 명이 탈당했다. 이후 현재까지는 추가 탈당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자유선진당 국회의원들도 동조 탈당보다는 하나 같이 '원내교섭단체'를 갖추는 데 조력하겠다는 모습을 취하고 있다.

 

자유선진당 한 현역 국회의원은 "추가 탈당할 이유가 없다, 심대평 정당을 또 하나 만든다? 안 먹힐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에 대해 충남 천안에서 자유선진당 당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아무개씨는 보다 구체적인 이유를 제시했다.

 

"당초 심 대표 총리입각이 나올 때부터 당내에서는 부정적 여론이 더 많았어요. 현 정부가 행정중심복합도시 등 충청지역 현안에 아무런 추진 의지가 없는데 총리로 들어갈 경우 얻는 건 없고 꼴만 우습게 된다는 우려가 많았어요. 자칫 잘못하다가는 이명박 정부가 받아야 할 욕까지 다 뒤집어 쓸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총리입각 문제로 탈당했으니 당내에서도 '동의하기 어렵다'는 사람들이 훨씬 많을 밖에요."

 

이회창 총재의 지역구인 예산에 사는 유아무개씨(51)는 "심 전 대표의 얘기는 조건 없이 총리직을 수용해 대통령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대통합의 정치를 보여줘야 했다는 것인데 정부를 견제할 책임이 있는 야당 대표가 할 얘기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심 전 대표는 최근 지역 방송과의 생방송 토론회에서 신당 창당 등 이후 행보를 묻는 질문에 "아직 결정한 것이 아무 것도 없다"며 "지역이익을 대변하는 데 모든 힘을 기울여 지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와의 화해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 총재와 함께 한 시간이 1년 8개월 정도 된다"며 "이 보다 더 오랜 시간을 지켜본 후 그런 경우가 생길지 모르겠다"는 말로 가능성을 일축했다. 심 전 대표는 자유선진당 탈당에 이어 '선진과창조모임'에서도 탈퇴했다.

 

일 년도 채 남지 않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자 깃발을 들고 나선 이회창 총재와 심대평 전 대표. 이들의 행보에 지역정가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태그:#심대평, #이회창, #자유선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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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에게 향을 묻혀 준다.

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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