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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세계적으로 신종플루의 유행과 더불어 가장 큰 뉴스 중의 하나는 일본 총선 결과다. 우리나라도 일본 총선 결과가 경제와 한일 관계 등에 미칠 영향 등을 분석하는데 바쁘다. 이런 가운데 일본 민주당의 교육정책이 주목을 받고 있다.

 

최대의 압승 거둔 일본 민주당, 일제고사 폐지 공약

 

우리나라 학교들이 10월 전국학업성취도평가라는 이름의 일제고사를 앞두고 방학 중 초등학교 보충수업이 부활하고, 개학하자마자 일부 시도는 지역별 일제고사 대비 시험을 치르고, 중학교-초등학교에까지 방과후학교라는 이름의 7교시 수업과 보충, 야간 자율학습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이렇게 우리 나라 학교들이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은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1964년 폐지되었던 일제고사를 2007년 문부과학성이 전국학력조사라는 이름으로 부활하여 2년 째 실시하였다. 일본의 이 시험이 전국 일제고사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사립학교들은 절반정도가 응시하지 않았으며 일부 공립학교뿐 아니라 아이치현 이누야마 교육위원회는 산하 모든 국공립학교에서 이 시험을 거부했다.

 

그런데 지난 8월 30일 선거에서 308석을 확보하여 일본 역사상 최대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이 '전수 평가 방식으로 치르던 전국학력조사를 표본 추출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즉, 전국 일제고사를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뿐 아니라 사민당과 공산당 등도 일제고사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민주당 등에 의하면, 이 전국학력조사라는 일본의 일제고사에 1년 60억 엔(한화 약 780억) 정도 필요하지만 비용과 노력에 걸맞은 효과가 나오지 않아 차라리 이 예산을 다른 분야에 돌리는 쪽이 낫다는 의견이 교육현장에서 강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결과를 얻기에는 초출조사(=표집평가)로도 충분하므로 현행 일제고사 방식을 포기하고 표본 추출 조사 방식으로 변경하자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 결과 총 480개 의석 가운데 단독 과반을 크게 웃도는 308석을 확보해 119석을 얻는 데 그친 자민당을 대파했다. 이어 공명당 21석, 공산당 9석, 사민당 7석, 국민신당 3석, 무소속·기타 13석 순이었다. 일제고사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정당의 의석수가 전체 의석의 2/3를 훌쩍 넘어서서 폐지 또는 대폭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사민당 등은 자민당의 교육정책인 교사자격 갱신제에 대해서도 "정부가 말하는 대로 하는 벙어리 교사 만들기가 그 의도다. 교사의 부담을 가중시킬 뿐 이 제도의 효과가 불투명하고 교원의 부담이 증가하여 교육현장이 피폐해진다"는 등의 이유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즉, 일본의 자민당이 추진해 왔던 신자유주의 경쟁만능 교육정책도 대폭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일제고사의 마지막 생존국은 대한민국?

 

우리나라도 2008년 이전에는 전국학업성취도 평가를 표본 추출 방식의 표집 평가로 시행행해 왔다. 그러다 MB정부 출범 이후 일제고사 방식의 전집 평가로 바뀌었다. 이 때 근거 모델로 삼았던 것이 영국의 SATS, 미국의 NAEP, 그리고 일본의 전국학력조사였다.

 

그런데, 이미 영국은 중학교 과정의 전국학업성취도 평가인 SAT를 표집평가 방식으로 바꾸어 일제고사를 폐지하였으며, 초등학교에만 남았는데 최대 교원노조(NUT)와 교장연합회(NAHT)와 함께 진행되어지고 있으며,  NUT와 NAHT는 공동으로 초등학교 SATS도 거부하기로 결의하여 그 운명이 바람 앞에 등불이다.

 

일제고사의 전세계적 모델이었던 영국(잉글랜드, 웨일즈,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에서도 웨인즈, 스코틀랜드 등에서는 이미 폐지되었고 현재 유일하게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 평가(일제고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곳은 잉글랜드밖에 없다.

 

미국도 학생낙오방지법(NCLB)에서 전국 단위 학업성취도 평가인 NAEP를 표집 평가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마저도 오바마가 대대적 개혁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일본까지도 전국단위 일제고사를 폐지하고 표집평가 방식으로 변경하겠다고 공약한 민주당과 기존 야당들이 선거에서 압도적인 의석수를 확보함으로써 일제고사 폐지는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은 "전세계적으로 운명을 다한 일제고사가 최후로 생존하는 국가"라고 세계 교육사에 기록되는 불명예를 안을 수도 있다.

 

2009년 학교를 배회하는 두 가지 유령 : 신종플루와 일제고사

 

2009년 개학 대한민국 학교에는 2가지 유령이 배회하고 있다. 하나는 신종플루라는 무서운 바이러스 질병이고, 다른 하나는 10월 예정된 전국학업성취도평가라는 일제고사이다.

 

신종플루로 인하여 휴교와 개학 연기, 수학여행과 축제 취소, 전교생 발열 검사 등 이전에 찾아보기 힘든 일들이 벌어지고 있고 학생들과 교사들은 불안해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또 하나 이들을 괴롭히고 있는 것이 일제고사에 대한 공포이다.

 

지난 해 처음으로 일제고사 성적을 지역별로 공개하였고, 앞으로는 교육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의 시행으로 학교별로도 홈페이지에 그 결과를 공개하도록 되었다. 작년 조작된 임실의 기적은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다.

 

지난 해 일제고사를 반대하였다는 이유로 해고된 10명이 넘는 교사들에 대한 재판이 곧 진행될 것이다. 그리고 일제고사 대비 초등학교 보충수업, 초등과 중학교의 7교시 수업, 야간 자율학습 등에 고교선택제 등에 따른 경쟁 교육은 2009년 2학기에도 갈수록 도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신종플루와 일제고사 파동 중 어느 것이 더 무서운 유령일까? 어느 것이 먼저 진압될까? 모두 하루 빨리 진정되기를 바라는 것이 대한민국 국민의 한결같은 소망 아닐까?


태그:#일제고사, #일본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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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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