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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평택 공장 전경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 전경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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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속은 것이다, 피해는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박금석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직무대행은 대타결 이후의 현재 상황을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회사가 계속 합의를 지키지 않고 노조를 탄압한다면 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쌍용차지부는 이미 복직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4일에는 집단으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다. 그러나 이미 오랜 파업으로 지친 데다가 앞으로의 생계가 막막한 조합원들이 얼마나 많이 복직투쟁에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박 직무대행은 "긴 싸움을 함께 할 사람들이 많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유례없는 77일 파업을 펼쳤던 쌍용차지부는 지금 쌍용차 공장 안에 없다. 인력구조조정안 실무협의를 이끌어야 할 노조 간부들은 공장 안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결국 실무협의는 별다른 진전 없이 결렬된 상태. 지난달 27일 회사에 협상재개 요청 공문을 보냈지만 아직 답변은 없다.

노조는 아예 공중분해될 위기에 처해있다.

일부 조합원이 8일 민주노총 탈퇴를 위한 총회를 소집해놓은 상태. 2일 저녁 내내 박금석 직무대행은 이에 대한 대응 회의로 바빴다. 절차나 규약상으로 안건 성립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총회는 노조 지도부를 배제한 채 강행될 전망이다.

박 직무대행은 "회사가 조회에서 '금속노조 탈퇴하지 않으면 공적자금이 안 들어온다'면서 공개적으로 총회 소집 서명을 받았다"면서 회사의 조직적 개입을 주장했다. 쌍용차지부는 총회에 대한 중단 가처분 신청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고, 조합원들에게 불참을 호소할 예정이다.

그는 지난 파업투쟁 과정에 대해서 "최선을 다해 미련은 없다"면서도 "타이밍을 적절히 판단했어야 한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경찰이 진압에 나서기 전 '끝장교섭' 때 어떻게든 대화를 이어갔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또한 "우리가 가장 힘든 시기에 대응수위가 약했다"면서 금속노조에 대해서도 서운한 마음을 나타냈다.

다음은 박금석 쌍용차지부장 직무대행과의 일문일답. 인터뷰는 2일 저녁 8시 30분과 밤 10시, 박 직무대행이 간담회와 회의를 계속하는 바람에 1시간 넘게 끊겼다가 두 차례로 나뉘어 진행됐다. 인터뷰 장소는 평택공장 내 노조 사무실이 아닌 민주노총 평택안성지구협의회 사무실이었다.

"회사 의도대로 선거 이뤄질 것... 노조가 이길 가능성 희박"

박금석 쌍용차지부장 직무대행
 박금석 쌍용차지부장 직무대행
ⓒ 권박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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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 탈퇴를 묻는 8일 총회에 대한 입장과 대응책은 무엇인가.
"총회 소집하는 조합원을 만나봤는데 얘기가 잘 안됐다. 일단 총회에 대해 중단 가처분 신청 및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생각이다. 해당 조합원에게 총회 중지를 요구하는 내용증명 우편을 보내고, 징계도 할 것이다. 출근 선전전을 통해 (공장) 안에 있는 대오에게 '불법적 총회이기 때문에 참여해서 안 된다'는 뜻을 전달하겠다."

- 사측이 주도한 움직임이라고 보는가. 어쨌든 민주노총 탈퇴를 요구하는 조합원 여론이 있는 것은 사실 아닌가.
"회사는 중앙관리자들을 통해서 아침 조회에서 '금속노조 탈퇴하지 않으면 공적자금이 안 들어온다'고 말하고, 공개적으로 서명을 받는다. 강압적인 동의인 셈이다.

이번 파업을 놓고 부정적 여론과 평가는 있을 수 있다. 그렇다 해도 지도부가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 노조를 분열시키기 위한 행동은 조합원이 해선 안 된다. 노조로선 인정할 수 없는 일이다."

- 이달 말로 노조 임기가 끝나면 새 지도부가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 어떻게 전망하나.
"노조가 정상적 활동을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회사 의도대로 선거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 (노조가) 이길 가능성은 사실 희박하다. 그 뒤 상당 기간 동안 현장 노동자들이 사측 통제대로 일해야 할 것 같다.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다. 선거 목표는 조직을 남기는 것이다. 정리해고자 모임이 조직적으로 움직일 기반을 다져야 한다. 되도록 파업대오에서 후보단일화를 해서 공장 안까지 결집할 생각이다."

- 사측이 노조를 와해시키려고 하는 것으로 보고 있나.
"아예 와해시키지는 못하고 무력화시키고 있다. 회사 입김으로 움직일 후보를 선거에 당선시키는 것이 저들의 목표라고 본다. 전체적으로 정권 차원의 노조 무력화와 같이 맞물려가는 것이고, 법정관리인이 '오버'해서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정부에 잘 보이려는 생각도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내년엔 추가 인원 필요... 복직투쟁 전개한다"

- 현재 실무협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김선영 수석부지부장이 실무협의를 4차례 하다가 결렬됐고, 그 뒤 제가 직무대행을 맡으면서 노조활동 보장과 협장재개를 요구하는 공문을 회사에 보냈다. 아직 답변은 없었다. 결렬 때는 '회사 쪽 입장이 변하지 않는 한 달라질 게 없다'는 판단이었는데, 저는 그래도 협상테이블을 만들자는 입장이다. 노조가 현장출입도 못하는 상황을 해결해야 하고, 인력 구조조정안부터 선거 관련 실무까지 처리할 게 너무 많아서 어떻게든 대화채널은 있어야 한다."

- 실무협의에서 대타결 당시의 구두합의를 놓고 노사 입장이 달랐다.
"구두합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사법처리 문제였다. 한상균 지부장 외 나머지 간부들은 사법처리에서 빼겠다고 한 것으로 안다. 그러나 파업을 풀자마자 대량 구속됐다. 속은 것이다. 피해는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 결과적으로 합의가 파기됐다고 보는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수준이다. 파기는 아니다."

지난 8월 6일 밤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본관 5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노사협상 조인식에서 합의문 작성과 교환을 마친 뒤 박영태 공동관리인, 한상균 노조지부장, 이유일 공동관리인, 문기주 A/S지부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지난 8월 6일 밤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본관 5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노사협상 조인식에서 합의문 작성과 교환을 마친 뒤 박영태 공동관리인, 한상균 노조지부장, 이유일 공동관리인, 문기주 A/S지부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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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할 수 있는 일은 대체 무엇인가.
"사측이 합의안 내용을 지키지 않는 것이나 노조를 탄압하는 문제를 국민과 조합원에게 알려내야 한다.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계속 싸워나가야 한다. 질 수밖에 없다고 해도, 우리는 계속 싸우면서 치고나갈 수밖에 없다."

- 구조조정에 대한 협의를 포기하고 복직투쟁으로 전환하는 것인가.
"일단 '무급휴직 48: 희망퇴직 52'는 합의대로 하고 선정기준은 회사가 정하는 것이다. 회사가 입맛대로 선정할 우려가 있지만, 애초 ('자발적 선택에 따라 결정한다'고 했던) 합의 기준을 정할 때 그런 문제를 안고 있었다. 그걸 막기는 어렵다.

실무협의를 하더라도 해고자 투쟁이 남는다. '48'은 투쟁에서 빠질 것 같고, '52' 쪽에서 정리해고 복직투쟁 하자는 쪽과 희망퇴직 하자는 쪽이 나뉠 것이다. 지부 산하에 정리해고특별위원회를 만들었는데 이를 중심으로 정리해고 복직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 정리해고도 못 막았는데, 복직투쟁이 성공할 가능성이 있나.
"변수는 많이 있다. 내년에 제대로 회사가 국내에서 매각되고 신차가 생산되면 추가인원이 대량으로 필요하다. 노조의 힘이 약화됐지만, 회사가 '노조와 협상하지 않으면 회생에 걸림돌이 되겠다'고 판단한다면 대화의 틀이 만들어질 수 있다. 방법은… 부당해고 구제신청하고 대국민 선전전, 1인시위, 기자회견 등등 최대한 다 해야죠."

- 긴 싸움이 될 텐데 얼마나 많은 조합원들이 함께할 수 있나.
"두고 봐야 한다. 각자 무급휴직-희망퇴직 선별 문제도 있고, 생계나 아이들 학교 문제 다 극복하고 싸울 수 있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 이번 선거에서 심하게 지면 더 힘들어진다."

"경찰 진압 전 끝장교섭이 싸움 정리할 타이밍이었다"

- 77일동안 길고 강하게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조합원들이 지도부를 잘 믿고 따라줬다. 대부분은 이전까지 조합 활동과 무관하게 회사와 집만 알면서 열심히 일했던 친구들이다. 이번에 대량으로 해고되면서 울분이 컸다. 회사가 구사대를 동원해 새총을 날리는 등 치졸한 대응에 분노가 더 커졌다."

- 마지막 합의에 대해 후회는 없나.
"싸움에 대해서는 미련이 없다. 최선을 다했다. 그렇지만 마지막 순간에 싸움을 정리하는 타이밍을 적절히 판단해서, 지금 안게 될 문제들을 잘 대비하면서 나왔어야 했다. 그 점이 아쉽다."

- 적절한 타이밍은 언제였나.
"(경찰 진압 전) 끝장교섭에서 회사가 일방적으로 결렬을 선언했더라도 대화를 요구하면서 테이블을 유지했어야 했다. 마지막 이틀에는 조합원들이 거의 쓰러질 정도였다. 파업대오가 힘있게 싸울 수 있을 때 싸움을 정리하는 타이밍을 잡았어야 교섭에서도 우위가 있었다."

- 민주노총, 특히 금속노조에 대해서는 거의 한 목소리로 비판이 크다. 보수 쪽에서는 외부세력이 투쟁을 강경하게 이끌었다고 비난하고, 진보 쪽에서는 '다른 완성차노조들이 동조파업도 못했다'고 연대수위에 대해 비난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정서적으로는 (진보진영 쪽 비난입장과) 동일하다. 가장 힘든 시기에 금속노조를 절실하게 쳐다보고 있었는데, 우리가 볼 때는 대응 수위나 강도가 좀 많이 부족했다."

- 직무대행을 맡게 된 이유와 각오는 무엇인가.
"맡게 된 이유는 따로 없고, 맡았으니까 하여튼 정상적인 노동조합을 회복하고 해고자 생계를 풀어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달 말로 끝나는) 임기 동안 완전한 정상화는 아니더라도 노조가 공장에 출입해 현장에서 일상활동을 할 수 있는 정도는 만들어야 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이번 싸움은 아주 원론적인 데서 졌다. 총자본과 정권은 77일 동안 여러 방법을 동원해서 압박했는데 총노동 진영은 그에 맞는 대응을 했나? 그런 데서 우리-'우리 쌍용차지부 조합원'뿐 아니라 우리 전체 노동자 또는 우리 진보진영-의 준비 정도가 부족했다. 그게 극복되지 않으면 한동안 우리가 탄압을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닐까. 앞으로도 힘들 것 같다."


태그:#쌍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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