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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경기회복을 알리는 신호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7월 광공업 생산이 작년 9월이후 10개월만에 처음으로 플러스 증가율로 돌아섰고, 외국 신용평가기관은 한국 국가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주식을 비롯해 부동산 시장 등 자산부문쪽에선 거품을 우려할 정도까지 치솟고 있고, 각종 소비관련 지표들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아예 공개적으로 "경기가 바닥을 쳤다고 봐도 될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3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2분기 국민소득 내용은 이 같은 빠른 경기회복세를 또 다시 확인시켰다.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1분기보다 2.6%나 올랐고, 국민총소득(GNI)도 지난 분기대비 5.6%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GDP는 5년 6개월만에, GNI는 무려 21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수치다.

 

그렇다면 앞으로 경기회복을 낙관해도 좋을까. 경기지표를 좀 더 뒤집어 보면, 낙관은 금물이라는 답도 얻을 수 있다. 특히 2분기 성장의 경우 정부가 올초부터 쏟아부은 수십조원에 달하는 재정효과가 크고, 각종 세금감면 등이 영향을 미쳤다. 이를 빼고 나면 실질적인 경제성장은 여전히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작년 4분기 이후 각종 경제 지표가 큰폭의 하락세를 보이면서, 이번 성장률은 일종의 통계적 착시효과로 볼 수도 있다. 한마디로 비교대상의 수준이 워낙 낮아, 상대적으로 높게 성장한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위험스러운 경기회복 샴페인

 

우선, 한은이 이날 오전에 내놓은 2분기 국민소득(잠정) 자료에서 눈길을 끈 것은 실질 국내총생산(GDP). 지난 7월에 한은은 2분기 GDP가 전기대비 2.3% 성장할 것이라고 발표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이보다 0.3%포인트 올려서 수정 발표한 것이다.

 

정영택 한은 국민소득팀장은 "지난 7월 발표 때는 6월의 제조업, 서비스업 생산 등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2분기 성장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이라고 말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해서 성장률이 2%를 넘어선 적은 지난 2003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2분기 국민소득(GNI)의 상승세는 더 크다. GNI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각종 생상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총소득을 보여주는 지표로, 이 값을 전체인구로 나누면 1인당 GNI가 나온다.

 

한은은 2분기 GNI가 지난 1분기와 비교해서 5.6%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증가율은 지난 1988년 1분기의 14.6%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GNI 증가율은 작년에도 2분기를 빼고,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며, 올해 1분기에도 -0.2%였다.

 

 

2분기 성장이 크게 보이는 이유... 통계적 착시 효과 등

 

하지만 이번 2분기 성장률 등의 지표를 좀더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GDP와 GNI 의 증가율이 매우 높게 나타난 것은 일종의 통계적 착시효과가 크다.

 

비교대상인 지난 1분기의 수준 자체가 워낙 낮다 보니, 상대적으로 2분기가 크게 성장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실제로, 성장률의 비교를 바로 직전인 올 1분기가 아닌, 작년 같은 기간의 2분기와 비교하면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다. GDP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교하면 2.2% 줄었고, 민간소비나, 설비투자도 여전히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다.

 

GNI 증가율도 1년 전의 같은 기간에 비교하면 불과 0.5% 상승한 수준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2분기 성장률이 높게 나올 것이라고는 이미 예상했던 것"이라며 "정부의 막대한 재정지출과 세금감면 등의 효과가 나타난데다, 통계상 기저 효과도 있기 때문에 많이 성장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경기상승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냐다. 전체적인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는 것 같지만, 경기침체의 골을 완전히 벗어났다고 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국내 총투자율은 32년이래 가장 낮아... 투자와 소비는 여전히 마이너스

 

2분기 성장률의 상당 부분은 정부의 막대한 재정지출과 자동차세 등 각종 세제혜택 등으로 인한 경기부양 효과 때문이다. 따라서 상반기만큼 재정을 투입하기 쉽지 않은 상황을 고려할 때, 3분기 이후 정부의 재정효과를 기대하기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경기가 회복되려면 기업의 투자와 소비가 살아나야 하지만, 이 부문에선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2일 내놓은 7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지난 4~6월까지 석달 동안 전월대비로 증가세를 보였던 설비투자는 7월 들어서 마이너스 11.6%로 바뀌었다. 소비재 판매도 마찬가지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한은이 3일 내놓은 자료에도 국내 총투자율은 23.3%였다. 이는 지난 1977년 21.3%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그만큼 투자 자체가 위축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김 교수는 "상반기 경제는 정부의 막대한 재정확대 등 경기부양책으로 마치 크게 성장한 것처럼 보이고 있지만, 설비투자나 소비 등 경기 회복의 중요한 요소들은 여전히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민간 부문에서 투자와 소비가 제대로 일어나지 않는다면 경기 회복세를 이어가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은 섣부를 경기회복의 낙관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태그:#경제성장, #GDP, #한국은행, #기저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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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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