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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안병만)가 9월 3일자로 '교사의 수업전문성 제고로 교실수업 중심의 학교문화를 조성한다'는 세 쪽짜리 '토론회 시안' 보도자료를 학교 현장에서 본 현장교사의 생각을 얘기하는 두번째 글로, 이번에는 세부 추진과제 세 가지 영역 중 첫 번째 영역에 대해서 말해 볼까합니다.

교실 수업 장면 수업은 일방적인 강의도 아니고, 공연도 아닌, 저마다 다른 개성을 가진 아이들과 교사가 함께 소통하고 성장해 가는 과정입니다.
교실 수업 장면수업은 일방적인 강의도 아니고, 공연도 아닌, 저마다 다른 개성을 가진 아이들과 교사가 함께 소통하고 성장해 가는 과정입니다. ⓒ 이부영

1. 수업능력 평가 중심의 교사 임용과 양성제도를 개선한다

교사의 수업전문성을 기르는 첫 번째 방안으로 '수업능력 평가 중심의 교사 임용과 양성제도를 개선한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내세우는 방안이 교원양성기관의 평가를 강화하고, 임용시험 때 수업실연 배점을 확대하고, 복수전공을 확대한다고 합니다.

교원양성기관에서 배운 내용은 학교에서 아무 쓸모가 없다?

교과부가 첫째로 내세운 방안이 '교원양성기관의 평가 강화에 대한 것'입니다. 저를 비롯해서 교원양성기관을 거쳐 교사가 된 사람들은 교원양성기관이 가진 문제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교원양성기관 교육과정의 문제 역시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단적인 예가 교육대학 4년을 나와서 그 어려운 임용고시를 힘들게 공부해 통과해서 발령을 받아 교실에 서면, 아무 것도 생각나는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갓 발령을 받아온 신규교사들에게 물어보면 '교육대학에서 배운 것은 학교에서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리고 학교 현장은 엄청나게 달라졌는데도 교육대학이 2년제였던 내가 다니던 시절이나 4년제인 지금이나 교육대학에서 다루는 내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에 놀랄 때가 많습니다. 

신규 발령을 받자마자 매달리는 것이 인터넷 공간에 떠 있는 누군가가 띄워놓은 수업자료와 수업방법, 잘 아는 선배와 옆 반 교사입니다. 인터넷에 올려있는 남의 자료를 다운받거나 옆 반 교실에서 쓰는 자료를 같이 복사해서 써 먹으면서 아이들과 버벅대면서 몇 년동안의  초임시절을 보냅니다. 이런 까닭은 모두 교원양성기관에서 공부하는 내용과 임용고사 내용이 교실 현장과 동떨어져있기 때문입니다.

초등교사 양성기관인 교육대학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이 자리에서 모두 얘기하기는 어렵고 가장 중요한 문제의 원인 하나만을 꼬집어 얘기하면, 초등교사 양성기관에서 가르치는 사람들 중에 초등교육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교원양성기관의 평가를 강화하면 그것도 평가를 '정부주도에서 민간중심의 평가인증체제로 전환'하기만 하면 교원양성기관 교육과정내용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그 어떤 강력한 기관이 나선다할지라도 교원양성기관의 형식이나 조금 바꿀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오랫동안 굳게 자리잡아온 교육과정의 구성과 교육과정의 내용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고 봅니다.

수업은 달달 외워서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게 아닙니다

두 번째로 내세운 방안이 '임용시험 때 수업실연 배점을 확대'한다는 것입니다. 임용시험 때 수업전문성 평가를 위주로 하면서 수업 실연 배점을 30분으로 늘린다고 합니다. 그러나 임용시험 때 수업 실연 시간을 30분으로 늘리면 과연 수업 전문성이 높아질까요?

먼저 이런 제안을 하신 분들이 과연 '수업'이라는 것을 해보기나 했는지 의심이 갑니다. 수업은  대상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이뤄지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입니다. 더군다나 초등학생에게 하는 수업은 일방적인 강의로 이뤄질 수 없고,  아이들의 반응과 그에 따른 질문 내용에 따라  달라집니다. 같은 내용이라도 선수학습의 내용에 따라, 지역에 따라, 아이들 기질에 따라, 초등학생들은 바로 전 날이나 전 시간에 한 다른 활동이나 심지어 먹은 음식, 그 날의 날씨에 따라 수업이 그때 그때 달라집니다. 미리 마련한 지도안도 대상의 특성을 잘 파악한 뒤 대상에 맞게 짜야합니다. 그때마다 달라지는 상황에 맞는 수업을 마련해서 대상에 맞는 수업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이 바로 '수업 전문성'인 것입니다.

'수업전문성'을 높인다면서 대상이 없는 30분 '수업 실연'을 하게 한다고 하는데, 대상이 없는 수업 실연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이것은 '수업 실연'이 아니라 미리 써 놓은 각본을 달달 외워서 수업하는 장면의 연극을 보여주는 것일 수 밖에 없습니다.

수업은 연극이 아닙니다. 아니 이것은 연극도 아닙니다. 연극도 관객이 없는 연극은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연극에서도 가장 중요한 특징이 실제 공연으로 인한 관객과의 소통입니다. 하물며 수업이 일방적인 공연도 아니고, 수업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과 행동을 움직이게 하고 인생관까지 바뀌게 되는 대상과의 '상호작용'인데, 대상도 없는 30분의 실연으로 수업전문성을 평가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또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이 응시자가 이천 명 가까운 시도가 많은 줄로 아는데, 응시생 한 사람에 30분씩 수업실연을 해서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인지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세 마리 토끼 다 잃게 되는 교원의 복수 전공 활성화 대책

세 번째 방안으로 내세운 것이 '교원의 복수전공 활성화'입니다. 오랜 교직경력을 가진 교사도 사회변화가 급변함에 따라 지식의 내용이 바뀌어서 한 가지 전공에 대한 충분한 전문성을 갖추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전공으로 그치지 않고 '현직교원의 부전공을 확대'하고 '복수전공 제도'를 도입한다고 합니다. 현직 교원에게 부전공 자격연수(450시간)와 교육대학원에서의 부전공 자격 취득(38학점 이수), 교육대학원 복수 전공(50학점 이수)을 권장한다고 합니다.

한 가지 전공만으로도 전문성을 충분히 갖추기 힘든데 두 가지 전공을 권장하면서, 자격연수와 교육대학원 수학을 권장한다는데 과연 수업에다 복수 전공 자격을 위한 연수를 다니면서 수업에 충실할 수 있을까요? 교육대학원을 졸업한 사람은 누구나 잘 압니다. 충실한 학교 수업과 대학원 수업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요. 결국 자격증이야 따겠지만, 교실 수업과 대학원 수업 둘 다 소홀할 수밖에 없는데다가 건강까지 잃게 되는 것이 방과후 자격연수 과정이나 야간 대학 수강의 현실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배운 부전공으로 과연 복수 전공 둘다 수업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아니, 교육대학원을 다녀본 제가 다시 묻습니다. 교육대학원에 마련된 교육과정의 내용이 수업 전문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까요? 우리나라 교육대학원에 대해 아주 솔직하게 말하면, 각 대학들이 너도나도 교육대학원을 설치하는 까닭은 쉽게 수업료 수입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고, 교사들이 교육대학원을 다니는 까닭은 '증'을 얻기 위한 것일 뿐입니다. 더 심하게 말하면, 교육대학원을 다니고 석박사까지 취득한다해서 절대로 저절로 수업전문성이 높아지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교과부가 9월 3일자로 발표한 '교사의 수업전문성 제고 방안(시안)' 내용을 보고, 28년 현장교사가 든 생각을 다섯번에 나누어서 써 보려고 합니다. 이글은 두번째 글입니다.



#교사수업전문성제고방안#수업전문성#임용시험#수업실연#교과부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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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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