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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비정규직보호법안을 이유로 대학이 비정규직교수들을 해고해서 전국 대학가가 들썩이고 있다. 근로기준법상, 비정규직보호법은 주 15시간 이상 근로하는 노동자에게 적용된다. 그러나 주15시간 이상 강의하는 교수들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다만 고등법원에서 비정규직교수의 1시간 강의를 강의준비와 연구시간을 고려하여 3시간근로로 보아야 한다는 판결은 났지만,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나지 않은 상태다. 게다가 이 고등법원 판결은 비정규직교수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비정규직 교수의 노동시간을 강의시간에만 국한하려는 대학 측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차원에서 내려진 것이다.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서는 1시간이라 하고, 해고하기 위해서는 3시간으로 이야기하는 얄팍한 대학의 논리를 보면, 대학에서 공부를 배우는 학생으로서 부끄러워질 따름이다.

 

7월 초에 대학 측이 단행한 해고로 인해, 학생들은 개강하자마자 영문도 모른 채 수업이 폐강되거나 교수가 바뀌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대학생들은 왜 폐강이 되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다. 대학 측에서 얼마나 많은 교수들이 해고되었는지, 어떠한 이유로 해고되었는지를 밝히고 있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고된 교수의 자리를 채운 또 다른 비정규직교수의 심정 또한 어떠하겠는가. 파업으로 치자면 파업을 깨기 위해 고용된 대체인력과 같은 경우다. 학자와 교수로의 자부심과 양심을 기대하기 힘들뿐더러, 학교에 대한 종속성이 강해질 것이다.

 

9월 4일 고려대에서도 88명의 비정규직교수노동자들이 해고되어, 이에 항의하는 학내집회가 벌어졌다. 비정규직교수뿐만 아니라, 고려대학교 총학생회, 고려대 대학원 총학생회,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 고려대학교 시설노조가 함께 했다.

 

이 날 집회에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국무총리로 내정된 기자회견을 가졌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자리가 자리인 만큼, 정운찬 교수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어떻게 될까가 먼저 떠올랐다. 현재 정운찬 교수는, 서울대학교 1학년학생들의 교양수업인 '신입생세미나(Freshman Seminars)' 과 경제학과 전공과목인 '경제학연습2'강의를 개설해 놓은 상태이다.

 

정작 학생들을 만나서 교육활동을 하고 싶어 하는 선생님들은,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해고되고, 다른 한편에서는 권력의 중심으로 나아가는 교수들을 보면서 씁쓸함을 느낀다.  정운찬 교수님의 수업은 폐강될 것이고, 학생들은 엉망이 된 시간표를 들고 수강정정을  하러 돌아다니거나, 새로운 교수님을 만나게 될 것이다. 국무총리가 된 교수님을 존경해야 할지, 자신의의 수업을 엉망으로 만든 무책임한 교수님으로 생각할지 약간은 오락가락한 의문을 가진 채 말이다.

 

정운찬 교수님이 기자들이 아니라 수업강의실에 찾아온 학생들에게 먼저 자신의 뜻을 밝히고 양해를 부탁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공상일까? 그렇다면, 국민들의 목소리를 먼저 듣고, 정책을 시행하기 전, 국민들의 동의를 얻는 국무총리의 모습 역시 기대할 수 없지 않을까?


태그:#정운찬, #국무총리, #비정규직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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