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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시장이 국장일에 골프를 쳤다는 이유로 논란이 뜨거웠다. 그 뒷얘기를 따라가본다.
 사천시장이 국장일에 골프를 쳤다는 이유로 논란이 뜨거웠다. 그 뒷얘기를 따라가본다.
ⓒ 하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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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7일, 김수영 사천시장이 국장일이던 23일에 지역의 일부 기관장, 모 건설회사 사장과 함께 골프를 쳤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천시는 물론 전국이 '시끌' 했다.

당시 김 시장은 '건강상(당뇨) 필요한 운동'과 '이미 잡혔던 약속'이라는 두 가지 이유를 들며 해명했지만 되레 더 큰 비판을 들어야 했다. "차라리 '건강상 늘 하던 운동이라 무심히 생각했는데, 공인으로서 적절치 못한 행동이었다'는 정도로 입장표명을 했다면 깔끔했을 것"이라며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시청 게시판 vs. 공무원노조 게시판 여론 극과 극

이 과정에 민주노동당에서 낸 논평이 눈길을 끌었다. 민노당 사천시위원회는 28일 '시장이 휘두르는 골프채에 멍든 사천시민의 가슴'이란 제목의 논평에서 사천시 전체가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분위기에 시장의 행위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사천시청공무원노조 홈페이지가 뜨거워졌다.

'골프도 운동인데 왜 문제 삼는가' '반인륜적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시장이 나쁜 사람인가' 등으로 김 시장을 두둔함과 동시에 논평이 적절하지 않음을 강하게 질타했다. 또 어떤 이는 별 기사거리도 안 되는 걸 대서특필 했다며 언론을 싸잡아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 김 시장의 행위가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하는 이는 아주 드물었다. 사천시청 홈페이지 '열린시장실'에 올라온 수많은 글들이 대부분 김 시장의 행위를 비판하고 있는 것과 극명한 대조를 보인 셈이다.

사천시청공무원노조 게시판에는 익명으로 김 시장을 두둔하는 글이 많이 올라왔다.
 사천시청공무원노조 게시판에는 익명으로 김 시장을 두둔하는 글이 많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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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사천시청 열린시장실 게시판에는 김 시장의 행동을 비판하는 내용이 많았다.
 반면 사천시청 열린시장실 게시판에는 김 시장의 행동을 비판하는 내용이 많았다.
ⓒ 하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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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극명한 대조는 어디서 온 걸까? 이를 두고 시민들은 "익명이란 힘에 기대 공무원들이 자신 있게 자신의 생각을 드러낸 결과"라고 여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사천시청의 한 공무원은 "노조게시판은 익명성이 보장돼 고위공무원이나 일반시민도 글을 올릴 수 있다"면서 사천시청 노조원들의 전반적인 인식이 반영된 결과가 아닐 수 있음을 강조했다.

참고로 '열린시장실-시장에게 바란다'라는 게시판은 실명으로 운영되는 게시판이다. 특이한 것은 역시 실명으로 운영되는 시청 홈페이지 '시민광장-자유게시판'에는 '국장일 골프'에 관한 찬반 의견이 팽팽했다는 점이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사천시청 공무원노조는 특별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시장이 골프 친 공군체력단련장의 비밀

그렇다면 김 시장이 평소 건강을 위해 즐겨 방문하고, 국장일에도 골프를 쳤다는 공군체력단련장은 어떤 곳일까? 이런 궁금증을 갖는 시민들도 많은 듯하다.

사천 공군체력단련장.
 사천 공군체력단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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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말하는 체력단련장은 적어도 평범한 사병으로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이 떠올리는 그런 것은 아니다. 군에서도 주로 계급이 높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서, 쉽게 말하면 골프장이다.

이 같은 체력단련장은 육군에서 5곳, 해군에서 5곳, 공군에서 14곳 운영하고 있다. 유난히 공군체력단련장이 많은 셈이다. 그리고 이들 가운데 김 시장은 경남 사천에 있는 공군 제3훈련비행단 소속 체력단련장을 이용한 것이다.

들리는 얘기에 따르면 조종사들이 집중력을 키우는 데 골프만 한 스포츠가 없고, 군인이 함부로 위수지역을 벗어날 수 없는 만큼 골프로 여유시간을 즐길 수 있게 했단다.

이것으로 공군, 나아가 군에서 체력단련장이란 이름으로 골프장을 운영하는 것을 흔쾌히 이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의심스럽지만, 이와 관련해 국방부로부터 미처 설명을 듣지 못했다.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군에서 운영하는 체력단련장이지만 현역 군인뿐 아니라 민간인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주로 주말에는 군인들만 사용할 수 있고 민간인들은 평일에 이용하는 구조다.

만약 민간인 신분으로 주말에도 이곳을 이용하려면 현역 군인을 끼워 함께 조를 이뤄야 가능하다. 물론 여기서도 '예외'가 있겠지만….

사천 공군체력단련장 코스 안내도.
 사천 공군체력단련장 코스 안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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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군인들을 위해 만든, 체력단련장이란 이름의 골프장을 왜 민간인들에게도 개방하는 걸까.

이와 관련해 어느 군 관계자의 말이 솔직하다.

"군부대가 있는 지역민들의 요구가 많은 탓도 있지만 실제로 민간인들이 이용하지 않으면 체력단련장 운영에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평일에는 군인들이 골프 치기가 어려우므로 민간인을 받지 않으면 텅 빌 것이다."

군에서 운영하는 골프장 규모는 4~5홀의 소규모부터 18홀까지 다양하다. 그리고 그에 따라 이용금액도 차이가 난다.

사천의 경우 9홀 규모이다. 현역 군인의 이용금액은 주중 1만3000원, 주말 9000원이다. 또 예비역과 그 가족은 근무 연수에 따라 1만5000원에서 4만4000원까지 차등을 둔다. 그리고 민간인은 주중 6만2000원, 주말 8만3000원이다.

결국 민간인이 현역 군인에 비해 최대 9배 이상 비용을 더 지불하고 골프장을 이용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민간인이 운영하는 일반 골프장 이용금액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므로, 군 골프장 회원으로 추천해줄 현역 군인 찾기에 골머리를 앓는다.

사천 공군체력단련장의 경우 인근에 탄약고도 자리하고 있다. 탄약고가 가까이 있어 위험하다는 이유 등으로 몇 해 전 인근 마을 두세 곳을 다른 곳으로 집단 이주시킨 걸 감안하면, 또 다른 민간인을 불러들여 돈을 받고 골프를 치게 한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다.

나아가 고스란히 세금인 국방비를 들여 서민들이 쉽게 즐기지 못하는 골프시설을 해놓고, 군인들은 체력단련이란 이름으로 싸게 골프를 즐기면서 민간인은 비싸게 이용하게 한, 그러면서도 꽤나 선심 쓰는 듯한 인상을 풍기는 이 고약한 상황은 아이러니란 말로도 부족해 보인다.

군인과 민간인 사이에 골프장 이용금액 차가 크다.
 군인과 민간인 사이에 골프장 이용금액 차가 크다.
ⓒ 하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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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국장일이던 8월 23일 일요일, 이날 현역 군인은 아무도 골프를 치지 않았을까 궁금하다.

시간을 되돌릴 수 없는 만큼 확인할 길은 막막하다. 다만 주요 체력단련장 여러 곳에 확인한 결과 골프장을 하루 쉬었다는 곳은 한 곳도 없었으며, 한결 같이 군인은 골프를 치지 않았단다.

이와 관련해 공군의 한 관계자는 국장일이던 23일 "현역 군인은 골프를 치지 말라는 지침이 상급부대에서 내려 왔었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국방부에 확인 결과 그런 지침은 내려 보내지 않았단다. 아마도 공군 차원에서 했거나, 했더라도 구두로 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국장일이면 알아서 상식적으로 행동해야 하는 것인데 굳이 지침까지…" 그렇다면 이 말을 '군인들이 국장일에 골프 치는 것은 상식 밖'이라는 뜻으로 이해해도 되는 걸까.

그런데 행정안전부 인사 파트의 한 관계자도 비슷한 말을 같이 하고 있다.

"국장일에 전 공무원이 경건하게 애도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이를 두고 따로 공문이나 지침을 내려 보낼 필요가 있을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사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뉴스사천, #국장일, #김대중 대통령, #공군 체력단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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