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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장국으로도 손색이 없다
▲ ▶ 시원하고 개운하며 기가 막힌 맛이 해장국으로도 손색이 없다
ⓒ 홍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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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방송을 보자면 맛집을 소개하는
트렌드가 마치 경쟁의 신드롬처럼 보인다.
그만큼 잘 먹고 잘 살자는 일종의 웰빙 사조가 착근(着根)된 듯 싶다.

얼마 전에는 묵은지를 응용한 요리와 함께
묵은지와 환상 궁합을 자랑하는 삼겹살과 고등어 찜 등을
잘 하는 음식점까지 소개되어 눈길을 끌었다.

'묵은지'는 오래된 김장 김치라는 뜻이다.
겨울에 김장을 하기 전에 양념을 강하지 않게 담가 저온에서
6개월 이상 숙성 저장하여 언제든 꺼내서 먹을 수 있도록 만든 김치다.

묵은지를 담글 적엔 배추의 속이 덜 차고 푸른 잎이 많으며 단단한 것으로 고른다.
그리고 김장배추보다 소금의 양을 조금 더 많이 하여 절인 다음 물기를 뺀다.

이어 찹쌀 풀과 물에 고춧가루와 고추씨를 개고
멸치액젓과 다진 마늘, 그리고 생강과 소금 등으로 정성껏 양념을 하여 버무린다.
이렇게 완성시킨 묵은지는 항아리에 담아 땅 속에 묻는데
일반 김치는 숙성이 빨리 되어서 신맛이 나는 반면
묵은지는 서서히 오랜 기간 숙성이 되어도 잘 시어지지 않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오랜 옛날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온 이같은 묵은지의 우수성은
당시 김치냉장고는 감히 언감생심이었음에도 오로지
항아리라는 구식용기만으로도 김치의 맛을 연중무휴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우리 조상님들의 탁월한 발효과학의 총체(總體)이다.

결론적으로 묵은지는 우리 한국인의 슬기와 지혜가 번뜩이는 탁월한 맛까지를 자랑한다.
묵은지를 오래 보관하고 숙성시킬 때는 공기가
들어가지 않게 하고 온도 변화도 없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묵은지는 물에 한 번 씻어서 쌈이나 찜 요리에
이용하는데 묵은지는 오래 숙성 되고 저장을 하면
할수록 맛있고 웅숭깊은 맛이 우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묵은지를 담그는 방법은 지방과 집집마다 약간 다른데
전라도 지방에선 일반적인 김장배추김치 보다 조금 짜게 담근다고 알려져 있다.

전북 전주에는 처제가 사는데 처제의 신랑,
즉 나에겐 손아래 동서가 되는 친구는 고향이 전남 함평이다.
일전 장인어르신의 생신을 맞아 친정을 찾은 처제가
오리지널 전라도식 묵은지를 제법 가져다주었다.

처제의 시어머님께선 지금도 함평에 사신단다.
그리곤 해마다 묵은지를 담가 장독에 보관하고 묵은지가 숙성되면
며느리들에게도 나눠주신다고 하니 그 정성이 참으로 대단하다고 본다. 

아무튼 그래서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엊저녁엔
묵은지를 이용한 '다묵멸콩 김칫국'을 끓였다.
참고로 '다묵멸콩 김칫국'이란 다시마와 묵은지,
그리고 멸치와 콩나물이 조합된 맛이란 의미이다.

먼저 다시마와 묵은지를 물에 씻어 칼로 썬 뒤 팔팔 끓였다.
이어 멸치와 콩나물, 찧은 마늘과 고춧가루를 더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췄는데
불의 세기를 강,중, 약으로 조절하여야 묵은지 고유의 맛이 더 깊게 우러난다.

전날 과음을 한 때문으로 하루 종일 속이 불편하였는데
그러나 이처럼 정성으로 만든 '다묵멸콩 김칫국'은 어찌나 시원하고
맛까지 개운한지 꽉 막혔던 속까지 일거에 뻥~ 뚫어주는 신비함까지 발휘했다.

묵은지는 우리 고유의 음식문화이며 아울러 자랑이라는 걸 새삼 느껴본 어제였다.

덧붙이는 글 | sbs에도 송고했습니다



태그:#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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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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