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야권 재편의 핵심변수가 될 시민주권모임 준비위가 10일 공식 발족했다. 공식 출범식은 다음달 16일 열릴 예정이다.
친노 핵심인사인 이해찬·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공동대표를 맡은 시민주권모임준비위는 이날 "우리는 민주, 민생, 평화를 추구하는 민주적 정당과 시민사회, 국민을 서로 연결하고 소통하는 시민정치운동의 구심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시민정치운동조직'을 표방하긴 했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시민주권모임준비위가 결국 신당 창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한 한 인사는 "정당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연대와 통합의 허브가 되겠다"
시민주권모임준비위는 이날 '국민들께 드리는 글'에서 "지난 민주정부 10년 동안 추구했던 평화와 인권, 동반성장과 균형발전, 개혁과 통합의 가치를 지키고 이의 실현을 위해 헌신하겠다"며 "연대와 통합의 허브가 되겠다"고 밝혔다.
준비위는 "분단과 독재를 자양분으로 성장한 거대한 수구 특권세력은 무척 강고하다"며 "이에 맞서 민주주의 가치와 이념을 현실에서 구현할 수 있는 길은 오로지 '선의의 동맹'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준비위는 "이명박 정부 아래서 민족정의를 바로 세우는 과거사 청산은 중단되고 시민주권은 후퇴하고 있다"며 '2010년 민주주의 올來 국민운동'을 제안했다. 시민들이 4․19혁명, 6․10민주항쟁, 5․18 민중항쟁 등 역사의 현장을 함께 걷자는 것이다.
이해찬 공동대표는 "내년은 4․19 혁명 50주년, 5․18 광주민중항쟁 30주년, 6․15 남북정상회담 10주년,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주년 등 역사적 의미를 가진 해"라며 "금남로에서 망월동 묘지까지, 진영에서 봉하마을까지 함께 걷는 '2010년 민주주의 올來운동'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미국의 무브온 같은 포털사이트 구축 ▲국가 살림살이 대토론회 개최 등도 제안했다.
한명숙 공동대표는 "오늘 새로운 정치의 첫발을 내디었다"며 "한국 정치사에서 최초로 시민이 정치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준비위는 집행위원회 산하에 정책비전과 정당개혁, 교육연수, 대외협력, 온라인 등 5개 분과를 구성했다. 강금원·권기홍·문희상·유인태·이강철·이기명·이정우 등이 지도위원을 맡았고, 총 101명의 운영위원이 위촉됐다.
"큰 그릇의 틀을 만들겠다"에 담긴 뜻은?
이날 준비위 발족을 계기로 시민주권모임준비위가 향후 신당 창당으로 이어질지에 정치권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현재까지는 조심스럽게 "민주, 민생, 평화를 위한 연대와 통합의 허브"를 자처하고 있다.
한명숙 대표는 "깨어난 시민의 힘을 엮어야 한다"며 "모이고 합치고 뭉쳐야 국민을 짓밟는 거대한 세력과 싸워서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해찬 대표도 "시민주권모임은 민주개혁진영의 허브"라면서 "민주당, 친노신당, 시민사회세력 등과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준비위가 발행한 조직 소개 팜플릿에서는 "큰 그릇을 만들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눈길을 끈다.
"우리는 주권자인 시민들의 참여열기를 촛불광장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함성과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의 추모 행렬에서 확인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역동성은 현재의 정당 틀로는 담아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이들과 함께 할 것이다. 모든 '깨어 있는 시민, 행동하는 양심'을 모아내는 큰 그릇을 만들 것이다. 이는 민주개혁역량의 외연을 확대하고 더 큰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특히 준비위는 오는 10월 재보궐선거뿐만 아니라 내년 지방선거에도 적극 개입할 계획이다. 준비위는 "시민들의 새로운 정치 참여활동을 지원하고 조직하는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며 "금년 10월 재보궐선거는 그 시작점이 될 것이고 내년 지방선거는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준비위는 "민주평화세력이 수구세력에 맞서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더 넓은 차원의 선거참여활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준비위가 발족식에서 제안한 10가지 실천운동 중에는 "좋은 후보 좋은 정당을 지지하고 꼭 투표하겠다"는 대목도 있다.
야권 분열, 친노세력화 등 비판론 극복해야
하지만 시민주권모임준비위는 야권 분열, 친노 세력화 등의 비판론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준비위에 참여하고 있는 면면들이 대부분 지난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등에서 근무한 인사들이라는 점을 들어 일각에서는 "제2의 열린우리당을 꿈꾸는 것 아니냐"고 보는 시선도 있다.
민주당이 시민주권모임 출범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는 것도 통합을 전제로 한 독자적 정치세력화의 가능성 때문이다. 정세균 대표가 이날 준비위 발족식에 참석해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민생이 아주 어렵기 때문에 민주대연합을 통해 꼭 통합하고 연대해야 한다, 통합의 길에서 (민주당도) 함께 하겠다"고 한 것도 그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우상호 대변인도 "일부에서는 시민주권모임의 발족을 범야권의 분열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는 분들이 계시는 것 같다"며 "그러나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저희 당이 포괄하기 어려운 여러 인사들을 반이명박 정권의 기치 아래 함께 집결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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