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MB식 등록금 후불제, 국면 전환 카드로 만점

 

지난 7월 말, 이명박 정부는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 제도'를 발표하였다. 미디어 법으로 어수선한 정국에서 강력한 국면 전환 카드였다. 물론 제도의 허점이 없는 것이 아니다.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 전면 삭감이나 세부적인 제도 설정의 문제 등이 남아있다. 얼마 전, 정운찬 서울대 전 총장을 총리로 내정한 것이 '중도실용'의 결정판이었다면, MB식 등록금 후불제는 '민생' 행보의 결정판이라고 하겠다.

학생 운동의 성과가 아니라, 유화책에 불과

 

이렇듯 MB식 등록금 후불제는 진보진영과 대학생들의 등록금 투쟁으로 이명박 정부가 궁지에 몰려서 내놓은 것이 아니라, 국면 전환용 카드에 불과하다. 이미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명박 정부의 정책으로, 이제는 대학생들이 최소한 취업하기 전까지는 등록금 걱정을 덜 것이라고 인식해버렸다. 이자율이나 기준소득 등의 세부적인 제도 내용과 무관하게 '이미지 개선'의 효과를 충분히 거둔 것이다.

대학생의 각개 약진을 심화시킬 등록금 문제

 

이 제도가 실시되면 등록금 문제는 새로운 단계로 바뀌게 된다. 취업 경쟁과 대학 간의, 대학 내의 양극화 문제가 더욱 대두될 것이다. 학벌 카르텔의 상위권에 있는 대학생들은 미래 소득에 대한 걱정이 적기 때문에, 당장의 등록금 문제 해결보다는 취업을 더 잘하기 위한 스펙 경쟁에 더욱 매몰될 것이다. 대학 안에서도 부모의 소득에 따라,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느냐와 등록금을 갚기 위한 취업을 하느냐가 더욱 극명하게 갈릴 것이다. 2000년대 중반, 높은 등록금 인상률에 다함께 강력하게 반대해왔던 대학생들이지만, 이제는 더욱 더 각개약진으로 흐르게 될 것이다.

등록금 상한제와 교육재정 확충을 전면에 걸어야

 

상반기 진보진영과 대학생들은 반값등록금 실현과 추경예산 확충을 구호로 걸고, 5월 초까지 열심히 싸워왔다. 그러나 백골단 투입 엄포에도 1만 명에 육박했던 지난해의 3.28 교육공동행동에 비해 초라했던 올해 교육 투쟁은 5월 2일 대학생 대회와 18대 정기국회에서 추경예산 편성이 끝나자 잠잠해졌다. 오히려 등록금 3대 입법을 구호로 끈질기게 싸웠다면, 이명박 정부가 불완전한 '등록금 후불제'로 끝낼 수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바로 지금이다. 아직 MB식 등록금 후불제의 내용이 전부 다 나온 것도, 발의된 것도 아니다. 9월 정기국회는 이제 막 첫 단추를 꿰고 있다. 전국의 대학들은 이제 막 2010년 등록금 인상을 위한 예산 편성을 시작했을 뿐이다.

 

불완전하지만, 등록금 후불제를 하지 말라고는 할 수 없다. 어찌됐건 현 제도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이제 등록금 상한제 입법을 전면에 건 등록금 투쟁을 벌여가야 할 때이다. 이러한 하반기 등록금 투쟁을 통해 MB식 등록금 후불제의 내용을 보완하고, 각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을 미리 압박할 수 있다. 또 2010년 등록금 인상이 현실화 되었을 때, 더 큰 대중적 공감 하에서 등록금 상한제를 외칠 수 있게 될 것이다.

대학생들의 당사자 운동으로 가는 길

 

지난 7월, 인천의 상인들이 기업형 슈퍼마켓에 대한 사업조정 신청을 통해 이들의 입점을 저지시켰다. 두 달 사이에 전국적으로 퍼진 이 사건을 통해,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지역경제를 지키기 위한 싸움에 나섰다.

 

등록금 문제만이 아니어도 대학생들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 당장 취업을 해도 지난 6년간 50% 오른 서울의 집값을 감당할 길이 없다. 결혼을 하고도 자녀의 양육 문제, 이후 노후 문제까지 걱정이 태산이다.

 

학생운동이 과거처럼 정권퇴진이나 민주화를 외칠 때가 아니다. 이렇게 산적해있는 대학생들의 문제를 하나하나 논리적으로, 현실적으로 접근해서 풀어가야 한다. 대학생들도 도시 자영업인들처럼 자기 문제라 생각하고 힘을 모아가는 당사자 운동에 나서야 한다. 그 첫 번째 단추가 아직 못다한 등록금 문제 해결에 나서는 일일 것이다.

 

2000년대 중반, 대학생들은 격렬하게 등록금 싸움을 벌였지만, 끝내 등록금 문제를 풀지 못했다. 도시의 진보가 자영업인들에게 달려있다면, 미래의 진보는 대학생들에게 달려있다. 진보정당들과 시민단체들은 아직 끝나지 않은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해, 바로 지금 힘을 다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등록금 미션 : 상한제로 튀어라!"에서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태그:#등록금, #후불제, #상한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청년들의 더 나은 삶과 노동을 위해서, 청년세대 노동조합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