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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0일, 교과학기술부(장관  안병만, 아래부터 '교과부')는 '교사 수업전문성 제고방안' 수도권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이 토론회에 참석해서 토론회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 과정 속에 '수업 전문성 제고방안'을 제안하고 있는 교과부가 오히려 수업 전문성을 낮추는 장본인이라는 확신이 더욱 들었습니다.

 

교과부는 학교가 수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나 하는 것일까요?

 

기다리던 토론회 소식은 교과부 홈페이지는 물론 그 어디에도 볼 수 없다가 9일에 수업 끝나고 전자문서시스템에 들어가 보니 공문이 내려와 있더군요. 열어보니 다음 날인 10일 2시에 서울에서 연답니다. 그런데 공문은 9일에 보냈으면서 당일 10시까지 참석자 명단을 '시간엄수하여' 보내라 합니다. 신청하려고 보니 이미 시간이 늦었습니다.

 

10시면 학교는 한창 수업을 하고 있을 때입니다. 이렇게 온 공문을 학교에서 처리하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수업 시간 중에 '급히 회람을 돌려서' 모든 교사에게 알려서 참가 희망자를 조사해서 보고하는 방법이 있고, 또 하나는 교사들에게 알리지 않는 방법입니다.

 

 '겨우' 토론회 참석같은 공문은 대부분 학교에서 교사들에게 알리지 않고 넘어가는 두 번째 방법으로 처리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학교에서 이런 식의 '급하게' 보고할 공문을 보는 것은 아주 흔합니다. 결국 수업 시간 중에 조사하는 회람이 돌아 수업 분위기를 망치게 되는 일이 많습니다. 교과부와 교육청은 학교가 수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두 번째, 평일 서울에서 2시에 연 '수도권 토론회'는 서울, 경기, 인천, 강원지역의 초·중등학교 교원, 학부모가 참가 대상입니다. 그러면서 '주차시설이 협소하여 대중교통을 이용'해야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경기도에 있는 학교도 오전 수업을 끝내고나서 승용차로 과속하면서 달려도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까말까 한데, 더 멀리 강원도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토론회에 참석하려면 그날 수업을 하지 못한 채, 오전 일찍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또 끝나고 돌아가면 한밤중이 될 것입니다. 말만 수도권 토론회지 경기, 인천, 강원지역 사람들은 토론회에 참석하지 말라는 말과 같습니다. 

 

'수도권' 토론회가 아니라, '서울지역' 토론회입니다

 

오고가는 길이 워낙 멀어서 가기도 힘든데, 참석자를 지역별로 '인원배분'을 해 놓았습니다. '서울 160명, 경기 80명, 인천 30명, 강원 30명'입니다. 인구로 보나 학교수, 학생수로 봐도 경기도가 서울보다 50% 배분할 까닭이 없습니다. 배분을 하지 않아도 평일 두 시에 참가하기 힘든 강원도지역에서는 몇 분이나 참가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지역 인원배분을 채우느라 애꿎은 학부모들을 억지로 '급히' 동원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토론회는 '수도권' 토론회가 아니라, '서울지역' 토론회였습니다.

 

'수도권' 토론회가 아니라, '서울지역' 토론회라는 증거는 다른 데 또 있습니다. 이번에 발표한 발제자와 토론자 6명 모두가 서울지역 사람들뿐이라는데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발표하는 내용 역시 서울내용 중심입니다. (서울 중에서도 강남권 중심입니다.)

 

그렇잖아도 우리나라 교육이 서울로 쏠려있어서 상대적으로 지역은 소외되기 마련인데, 명색이 서울, 경기, 인천, 강원 지역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토론회에 지역 사람들을 한 사람도 배정하지 않았다는 것은 진정으로 의견 수렴을 하려는 토론회의 기본도 갖추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초등교육 내용이 쏙 빠져있습니다

 

발표자가 지역 사람을 뺀 서울 사람들만 모여있다는 것도 문제지만, 이번에 제안한 교과부의 방안이나 토론회 내용이 초등교육의 내용이 빠진 중등중심이라는 것에도 문제가 큽니다. 초등교육기간 6년이라는 기간은 한 사람의 성장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때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나라 교육정책 수립과정에서는 늘 초등교육이 소외되어왔습니다.

 

우리나라 초등교육과정 내용 역시 중등교육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초등교육 정책 역시 초등교육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중등교육처럼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 현재 초등교육이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 증거가 교과부가 제안한 '교사 수업전문성 제고방안' 내용에도 이번 토론회에서도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교육 주체인 학생들의 의견도 빠져있습니다

 

 교과부는 늘 '수요자 중심 교육', '맞춤식 교육', '교육 주체'를 부르짖습니다. 그런데 이번 '교사 수업전문성 제고방안'과 토론회에는 교육 주체인 학생들이 빠져 있습니다. 이번 방안에서 가장 중심을 이루는 교원능력개발평가(교원평가)에서도 교사를 평가하는 대상에 분명 학부모와 함께 학생도 포함되어 있으면서 이번 방안에는 학생의 자리에서 본 교사 수업전문성 재고 방안에 대한 의견을 듣지 않았습니다. 이번 토론회에서 모든 내용을 다 다룰 수 없다고요?

 

이것은 토론회 진행의 문제가 아니라 처음부터 권역별로 네 번 정책 토론회를 개최하겠다는 발상부터 잘못되었기 때문입니다. 서로 다른 의견을 수렴할 토론회를 열 의지만 있었다면, 의견 수렴 기간을 9일이 아닌 좀 더 넉넉하게 잡았을 것이고, 토론회 역시 4개 권역으로 뭉뚱그려진 토론회가 아닌 좀더 세분화된 지역별, 초중등 급별, 학부모와 학생과 교사별 토론회를 따로 개최해야 했습니다.   

   

토론회가 아니라, 교과부 '정책 홍보대회'입니다

 

 

이 토론회는 토론회가 아니었습니다. '교과부 정책 홍보대회'였습니다. 토론회는 서로 다른 생각이나 의견을 나누는 자리입니다. 시안 내용에 대한 서로 다른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입니다. 이 토론회가 교과부 내부 토론회도 아닌데, 토론자로 참석한 사람들을 보면 모두가 다 교과부 정책에 찬성하는 사람들만 선정했고, 발표하는 내용 역시 하나같이 교과부의 정책을 찬성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번 토론회가 서로 다른 의견을 수렴하는 토론회가 아니라, '교과부 정책 홍보대회'라는 또 다른 증거로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한 가지는 서울시교육청이 마련한 '교사의 수업전문성 제고 관련 수도권 정책 토론회 계획' 세부 일정 마지막 차례가 '종합 토론'이 아닌 '질의 응답'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고, 또 한 가지는 토론회 진행자의 태도에 있습니다.

 

이번 토론회야말로 '미흡 토론회'의 본보기

 

'좌장'이라고 하는 토론회 진행자는 일반 사람들이 한 말을 수렴해서 '접수'하는 태도가 아니라, 진행자가 가지고 있어야 할 태도를 망각하고 사람들이 말을 할 때마다 교과부를 대표해서 나온 사람처럼 사람들이 한 말에 대해 일일이 교과부를 두둔하고, 해명하는데 급급했습니다.

 

이런 토론회는 국가 차원의 토론회 모습으로 봐도, 최근 강조되고 있는 토론 수업으로 볼 때도 최악의 토론회입니다. 초등학교 2학년 교실에서 토론회를 해도 이렇게는 하지 않습니다. 교과부는 교사 수업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공개 수업을 학기에 두 번씩 하라고 하는데, 교과부 제안대로라면 이런 공개 토론회는 진행과정으로보나 내용으로 보나 분명 '미흡 토론회'로 6개월 장기 '맞춤연수'를 받아 마땅한 토론회입니다. 

 

교과부는 의견을 수렴할 생각이 있기나 한 것일까요?

 

교과부가 '교사 수업전문성 제고 방안'을 발표하면서 권역별 정책 토론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하는 기간이 겨우 9일입니다. '수요자 중심 교육'을 부르짖지만, 대다수 학부모들과 교사와 학생들은 이런 정책이 발표됐는지도 모릅니다. 토론회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더욱 없습니다.

 

관심이 있더라도 교과부가 발표한 내용을 단지 확정한 것처럼 받아쓰기 한 언론매체들의 뉴스에서 볼 수 있을 뿐, 교과부 내용에 대한 일반들의 서로 다른 의견을 살펴보고 주고 받을 곳이 없습니다. 토론회에 참석하고 싶었지만, 수업 때문에 또는 먼 거리와 개인 사정 때문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이 하고 싶은 말을 할 곳이 없습니다. 초등학생도 쉽게 만들 수 있는 그 흔한 게시판조차 없습니다. 최근 교과부가 내세우는 교육정책 중 하나가 '교육 주체의 알 권리'와 '정보 고시'인데 정작 교과부는 이를 무시하고 있습니다. 

 '교사 수업전문성 제고방안'을 위한 정책 수립과 의견 수렴을 한다는 토론회 진행 과정만 봐도 결국 교과부가 학교와 교육과 수업, 그리고 교육 주체를 무시하고, 교사 수업전문성 마저 왜곡하는데 앞장서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사 경력 28년 동안 겪은 사실만을 봐도 그동안 교사가 수업전문성을 가지려고 애써도 가장 먼저 교사 수업전문성을 해치는 쪽은 교과부와 교과부 정책을 성실하게 이행하는데 앞장서는 교육청이었습니다.

 

교과부는 수업전문성 부족의 원인을 학교와 교실과 교사에게만 돌릴 것이 아니라, 교과부 먼저 스스로 교사 수업전문성을 해치고 있는 것부터 해결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교사 수업전문성을 높인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문제는 교육현장에 영향이 큰 중요한 국가 교육정책인데 학교 현장의 사정을 무시하고 급하게 빨리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한다는데 있습니다. 이 안을 9월 하순에 확정 발표한다고 하는데, 지금이라도 의견 수렴기간을 늦춰서, 각계각층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서 학교 현장에 적합한 내용을 세워야 합니다. 교사 수업 전문성을 높이려다가 외려 아이들 수업을 망치는 일이 생기지 않으려면 말입니다.

덧붙이는 글 | 교과부가 9월 2일자 보도자료로 발표한 '교사 수업전문성 제고 방안(시안)'에 대한 내용을 현장교사의 눈으로 살펴보고 있습니다. 이번이 여섯번째 글로, 한마디로 학교와 교육과 수업을 무시한 채 교과부 방안을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태그:#교사수업전문성제고방안, #교사수업전문성제고방안정책토론회, #교과부정책토론회, #교육과학기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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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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