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수는 집에서 막내라 그런지 귀염성이 많은 아이다. 그래서 범수 주변에는 아이들이 항상 몰려 있다. 친구들도 유난히 범수를 좋아한다. 그런 범수가 지난 월요일부터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 아픈 다리 치료를 위해서 병원에 입원 중이기 때문이다.
범수가 광주에 있는 대학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기 위해 하루 결석하던 날, 아이들에게 입원하고 수술해야 하는 범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랬더니 반장인 현범이가 "범수 없으면 심심한데" 했다. 다리 수술로 한 달 동안 입원할 범수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아이들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편지를 써요. 병문안 가요. 같이 놀아줘요" 등등의 의견이 나왔다. 모두 다 필요하지만 가장 필요한 것은 기도해주는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특히 어린이들의 기도는 잘 들어준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토요일, 학교에 나온 범수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다시 물었다. 그랬더니 많은 아이들이 어제 기도했다고 자랑했다. 그 다음 할 수 있는 일로 병문안 가기는 어려우니 편지를 쓰자고 했다.
"범수야, 사랑해!"라는 로고를 넣어 편지지를 만들어서 나누어주었다. 정성스럽게 쓰고 꾸민 편지들을 묶어서 책으로 만들었다.
표지에는 범수야, 힘내. 우리가 있잖아! 라고 써서 전달하도록 했다. 그리고는 헤어질 때 범수에게 악수하면서 두려워하지 말고 수술 잘 받을 수 있도록 한 마디씩 해주라고 했더니 모두들 '수술 잘 받아, 힘내, 빨리 나아……등등 격려해주는 말을 짧게 해주었다.
어린 범수가 수술을 받으려면 얼마나 힘들고 두려울까. 아이들의 진정이 담긴 편지와 위로는 그런 범수에게 힘이 되어줄 것이다. 집에 가기 전에 다시 불러 병원에서 읽으라고 책을 몇 권 골라주었다. 범수가 부디 잘 이겨내길 기원하면서 보내는데 명치끝이 아려왔다.
아이들이 편지를 쓰는 동안 범수도 친구들에게 편지를 쓰게 했다. 그 편지를 읽어주고 싶었다. 그러나 범수가 읽지 못하게 했다. 수줍음이 많아 친구들에게 자기의 심정을 밝히는 것이 부끄러웠던 모양이다. 자기 없을 때 읽어달라고 했다. 그래서 범수가 입원한 뒤에 읽어주기로 했다. 편지에 나는 쓸쓸하다고 했다. 수술이 무섭다고도 했다. 잘 지내고 있는지 주말에 시간 내서 병문안을 가야겠다.
친구들에게
안녕! 친구들아! 나 범수야.
나 월요일에 광주 대학병원 가.
앞으로는 학교를 못 가. 학원도 못 가.
나는 다리를 교정해. 한 달도 더 넘어야 집에 갈 수 있어.
다리가 괜찮아질 때.
학교하고 학원도 못 가 나는 쓸쓸해.
나는 병원이 무서워.
친구들아! 빨리 수술하면 좋겠어.
범수 씀
우연치고는 참 이상한 일이다. 전 주일에 학교 임원선거 하던 날 사진을 찍으면서 기표하는 모습도 담아보고 싶어 실례인 줄 알면서도 살짝 휘장을 열고 찍었는데 안에 있는 아이가 범수였다. 범수에게 이런 일이 있을 줄 미리 알고 마음이 시켰던 것일까. 이 사진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범수가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와서 아이들과 즐겁게 학교생활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범수가 국어시간에 쓴 시 한 편이 다시 읽고 싶어 찾아 보았다. 사람은 누구나 시인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놀라운 사실을 잊고 산다. 우리 아이들이 그 맑은 시심을 잃지 않도록 잘 끌어내서 키워줘야겠다.
비
김범수
비가 내린다.
나무 위에 비가 내려앉는다.
나무가 젖는다.
나무 몸이 다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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