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바다를 본다. 바다는 바다에서 볼 때가 가장 아름답다. 대경도와 소경도 사이에 불무도가 있다. 불무도를 반 바퀴 돌아서니 우럭을 키우는 가두리 양식장이다. 이 부근에서는 유일한 양식장이다. 호수같이 잔잔한 바다, 평화로운 그곳에서 우럭이 자라고 있다.
이곳으로 안내한 바다수산(51.김영종)의 김 대표는 갯바람에 말린 우럭찜이 가장 맛있다고 한다. 그래서 우럭 양식장의 우럭을 매입해 추석명절 상품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조피볼락이라 불리는 우럭은 매운탕이나 회로 먹어도 그만이지만 찜이 최고라고.
"우럭은 말려서 쪄먹어야 기막히게 맛있어요!"가을 햇볕에 우럭이 꾸덕꾸덕 잘도 말랐다. 아주머니들은 우럭 손질에 여념이 없다.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아주머니들에게 물어봐도 대답은 역시 한결같았다. 우럭은 찜으로 먹어야 기가 막히게 맛있다고,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다고 했다.
"우럭은 구워먹는 것보다 말려서 쪄먹는 게 기막히게 맛있어요."
쏨뱅이목 양볼락과의 바닷물고기인 조피볼락은 우럭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몸은 전반적으로 흑갈색이다. 우럭은 성장이 빠르고 살이 많아 우리나라 사람들이 매운탕이나 횟감으로 즐겨먹으나 전라도 지방에서는 해풍에 말려서 쪄낸 찜을 으뜸으로 여긴다. 프라이팬에 구워먹어도 좋다.
우럭은 예로부터 임금님 수랏상에 올랐던 물고기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으며 황 아미노산의 함량이 풍부해 간 기능 향상과 피로회복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한 DHA와 저지방 고단백질의 영양을 지닌 고급어종이다.
해풍에 꼬들꼬들... 신선함에 윤기 또한 자르르
가막만 여수의 청정바다에서 자란 우럭은 비린 맛이 전혀 없다. 생물을 현지에서 바로잡아 손질해 바다에서 해풍에 꼬들꼬들 마른 우럭은 신선함은 기본이고 윤기 또한 자르르하다. 우럭을 쪄서 양념장 살짝 발라 뜨끈한 밥과 함께 먹으면 시쳇말로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것 같다.
사실 우럭(조피볼락)은 귀한 생선이다. 고급어종인 우럭이 양식에 성공하면서 이제는 대중적인 생선이 되었다. 가격 또한 저렴해져 서민들이 즐기기에도 큰 부담이 없다고 바다수산의 김 대표는 말한다.
그의 우럭 예찬을 들어봤다.
"하얀 살의 우럭은 쪄먹어야 맛이 담백하죠. 별다른 양념 없이 먹어도 맛있어요. 아무리 먹어도 탈나는 법이 없는 생선이에요. 매운탕으로 끓여내도 국물 맛이 아주 시원해요."우럭을 보니 풍요로운 추석명절 떠올라
가두리의 그물을 가장자리로 당겨와 뜰채로 뜬다. 우럭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옮길 때도 여간 조심하는 것이 아니었다. 뭍으로 바로 꺼내지 않고 바다 수면으로 이동했다. 이렇게 잡아낸 우럭을 바구니에 담아 종이 포대로 한참을 씌어두니 기절했다.
이곳 가두리 양식장의 관리인 이승주(62)씨가 우럭 한 마리를 들어 보이며 환하게 웃었다. 우럭은 지느러미에 가시가 있어서 조심해야 한다던 그도 어느새 우럭지느러미 가시에 손을 찔렸다.
하루 전 손질해 놓은 우럭은 가을햇볕에 잘도 말랐다. 꾸덕꾸덕 잘 마른 우럭을 한 아름 안은 김 대표는 이럴 때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와따! 오지요, 푸짐해요."따가운 가을햇살이 좋은 날이다. 꾸덕꾸덕 잘 마른 우럭을 보고 있자니 문득 풍요로운 추석명절이 떠오른다. 뱃전에 부서지는 철썩이는 파도 시원한 갈바람을 뒤로 한 채 우럭을 실은 배는 이제 바다에서 뭍으로 간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라도뉴스'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