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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남학생이 여교사 어깨에 팔을 얹는가 하면, "누나, 사귀자"라고 말하는 등의 성희롱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 물의를 빚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해당 고교는 긴급 징계위원회를 열어 여교사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한 학생 A군과 당시 장면을 촬영해 인터넷에 띄운 B군에 대해 출석정지 10일의 징계를 결정했다. 시교육청은 "일단 학교 측에서 자체적으로 취한 조치"라며 시교육청 차원에서도 현재 진상 파악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처벌이 너무 가볍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해당 학교 관계자는 "선생님이 잘 해주니까, 좀 친하다 보니까 학생이 좀 도를 넘는 장난을 한 것 같은데" 라며 장난으로 봐달라는 옹호성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교총과 전교조 등 교원단체들은 일제히 "교권침해"이며 "명백한 성희롱"이라며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매스컴 역시 모두들 한결같이 '교권추락'이라며 조속한 대책이 필요한 때라고 한가지 목소리를 낸다. 우선 기사 제목만 뽑아보면.

<전교조가 공개한 교권추락실태> 연합뉴스 2009.09.09
<여교사 성희롱 동영상 파문...교육계 '교권추락' 개탄> 머니투데이 2009.09.09
<교권은 없다...여교사 성희롱 일파만파> 한국일보 2009.09.09
<교권침해 이대로 둬서는 안된다>충청일보 2009.09.10
<교권 '날개없는 추락'...보호법 제정 탄력받나 세계일보 2009.09.10
<교육당국은 교권침해를 구경만 할 것인가?> 아시아투데이 사설 2009.09.10
<교실 안에서 여교사가 성희롱당하는 교권현실> 문화일보 오피니언 사설 2009.09.10

이것이 현장에 있는 여교사에겐 걱정이 아닌 호들갑으로 비쳐지는 이유는 왜일까? 교권침해 논란이 일어난 건 아마도 80년대 후반인 듯하다. 노태우 정부가 들어서면서 과외금지 조치를 해제하고 통합중심교육으로 교육의 방향을 전환했다. 그동안 실시해왔던 '강의식 교육'이 마치 한국 교육의 위기를 불러온 주범인 것처럼. '열린교육'이 만병통치약인양 획기적인 방안으로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테크닉은 있었지만 인간 존중은 없었다.

상품을 사고 팔듯이, 학생을 배워야 할 객체로만 보았다. 가르쳐야 하는 교사는 없었다. 또한 교사는 '지식 장사꾼'으로 떨어졌고 이미 교권은 물건너간 것이다. 교권 이전에 인권만이라도 제대로 지켜졌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성희롱에 대한 둔감한 사회 인식

연도별 교권 침해 추이 자료:한국교총
연도별 교권 침해 추이자료:한국교총 ⓒ 한국교총
예전 교실에서는 아이들 사이를 오가며 수업할 때 아이들은 손거울을 바닥에 숨겨놓고 여교사의 치마 속을 들여다 보기도 했고, 수업시간에 몰래 여성의 나체를 그리다 들키는 녀석들도 있었다. 포르노 잡지나 만화를 보다 걸리는 아이들도 다수 있었다. 걸리면 학생부에 가서 흠씬 맞고 혼나고 반성문 쓰고 하는 정도로 끝났다. 그땐 그랬다.

그러나 요즘은 다르다. 인터넷의 발달과 PC의 빠른 보급으로 인터넷에 한 번 유포되고 나면 가해자나 피해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떠돌아 다닌다. 제지할 길이 없다. 파장은 일파만파로 번진다.

가해자는 별 뜻 없이 올렸거나 몇몇이서만 재미삼아 공유하려고 했던 일이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알게 되어 뜻하지 않은 결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인터넷의 보급과 발달 속도가 너무 빨라서 지켜야 할 예절은 제대로 익히지 못한 채로 벌어지는 일들을 우리가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성희롱에 대한 인식이 둔한 것도 문제다. 사회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이 일으킨 성희롱에 대해서도 항의가 빗발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고 언제 그랬냐는 듯 일상으로 돌아가고 비슷한 일들은 또 다시 일어난다.

대학 총장이 여제자에게 한 부적절한 발언 외에도 수없이 많은 성희롱 사건들이 기사화 되었지만 당사자들의 진정성 있는 사과 한 번 들어보지 못했다. 오히려 "사람이 살다 보면 실수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두루뭉술 넘어가려는 경향이 아직도 강하다. 그러다 보니 처벌은 솜방망이가 되고 사건은 반복해서 일어나는 것이다.

성희롱 예방도 중요하지만 기본 인권부터 가르쳐야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몇 가지가 선행돼야 한다.

첫째는 인터넷 예절이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예절을 네티켓(Netiquette)이라 하는데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특히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인터넷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개인 홈피나 블로그 등을 개인공간으로만 인식하고 사적인 내용을 무심코 올렸다가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아졌다.

두 번째는 인성교육으로, 타인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성희롱도 더 따지고 보면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 사상이 없기 때문이다. 교실에서 교사에게 감히 '누나'라는 호칭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기본예절이 부족한 것이라 보인다. 어릴 때부터 인성보단 학력신장에 애쓰고, 과외와 학원 등으로 돌려지는 아이들이 언제 '나' 아닌 '타인'에 대한 배려심을 기르고 사회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기를 수 있기를 바랄까?

오로지 모든 게 성적으로 판가름 나는데. 좋은 학교에 가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적을 올려야 하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려는 취지로 실시된 봉사활동조차 엄마의 가없는 모정(?)으로 아이들을 대신해 봉사활동을 하고 증명서를 학교에 제출한다. 이런 현실에서 아이들을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생각할 수 있을까?

세번째는 가정에서의 인성교육이다. 예전엔 밥상머리 교육이라고 했다. 어른과 아이가 같이 식사를 하면서 예절도 익히고 서로에 대한 관심 등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요즘엔 아이들이 바빠 같이 밥먹을 시간이 없다. 마주앉아 얼굴 볼 시간이 없다.

마지막으로 학교에 전문 상담사가 배치돼야 한다. 일반 교사들이 하는 상담엔 한계가 있다. 사회구조가 복잡해지면서 일반교사의 상담으로 안 되는 경우가 수없이 많다. 전문상담과 때에 따라서는 상담의 한계를 넘어 전문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많다.

과잉행동 장애 증후군을 가진 학생이 그렇고,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공격적인 아이가 있는가 하면 대인기피증 때문에 괴로워하는 아이들도 있고, 겉으로 보기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때때로 교사를 난처하게 만드는 학생들도 있다.

지금 국회에선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교권을 보호하자는 내용의 '교육활동 보호법'을 발의한 상태라고 한다. 그러나 제도만으로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곤 생각지 않는다.

이번 '여교사 성희롱 동영상'파문은 비정상적인 우리의 '인터넷문화'와 교권은 고사하고 인권마저도 지켜지지 않는 교육 현실과 무분별하고 자극적인 동영상이 유포되도록 방치하는 포털의 사회적 책임이 빚어낸 총체적인 사건이다.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 처벌했다고 할 일 다했다고 팔짱끼고 있을 일이 아니다. 처벌은 하나의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할 뿐이다. 이러한 입시지옥에선 쉽게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성희롱#여교사#고등학교 남학생#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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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수성과 감동은 늙지 않는다"라는 말을 신조로 삼으며 오늘도 즐겁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에 주저앉지 않고 새로움이 주는 설레임을 추구하고 무디어지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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