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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샤워할 때 함께 하자고 들어가면 아내가 저에게 긍정적 비명을 지르죠."
"남편은 샤워 후에 침대에 누워 온 몸 구석구석 로션을 발라달라고 그래요."
"모닝 뽀뽀할 때 배우자의 입 냄새? 나도 나는데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최근 들어 아줌마들 사이에서 SBS 스타부부쇼 <자기야>가 '급' 입소문을 타고 있다. 방송 초기 '그래봐야 <세바퀴>와 <우결>의 콘셉트를 적당히 섞어 버무린 식상한 토크겠지'라는 예상을 깨고, 첫 회 주제인 '부부싸움' 편부터 강한 주제와 방송불가 마지노선(?)에 근접하는 위험하고 솔직하며 대담한 고백들로 야심한 밤 성인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버린 것이다.  

<우결>이 무슨 리얼리티? 차라리 <아침마당>이...

 <스타부부쇼 자기야> 홈페이지 화면 캡처.
 <스타부부쇼 자기야> 홈페이지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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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결혼했어요>(아래 우결)가 젊은층 사이에 커다란 인기를 누리며 화제가 되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에도 아줌마들의 시선은 냉담했었다.

"<우결>이 무슨 리얼리티야? 어차피 짜고 치는 고스톱 아냐. 오히려 저렇게 연인을 가장한 연출에 거부감 느껴져서 싫어. 차라리 <아침마당> 부부토크가 훨씬 실감나지. 진짜 부부 이야기라 공감이 '팍팍' 되잖아."

성인 시청자들의 이같은 바람이 '줌마테이너'의 '깨는' 솔직함을 등에 업은 <세바퀴>의 성공을 가져왔고, 은근히 야한 토크쇼 <샴페인>의 고정 시청층을 두텁게 했다. 또 비록 케이블 방송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최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리얼 부부 토크쇼인 <하하호호 부부유친> 탄생에도 큰 역할을 했다.

아쉽게도 지금은 종영되었지만 이봉원-박미선, 이무송-노사연 부부가 야심한 밤, 파자마 차림으로 진행했던 KBS드라마 채널의 <하하호호 부부유친>은 <자기야>의 전신이라고 해도 될 만큼 성인용 부부토크쇼였다.

<자기야>의 제작진은 출연진의 중복 발언을 철저히 걸러내 신선한 토크를 만들려 노력하고 있다지만 <자기야>에 출연한 상당수의 부부들이 <부부유친>에 출연, 온갖 속 이야기를 이미 다 털어놓은 터라 또 다른 신선한 이야기를 끄집어내기가 쉽지 않았을 제작진의 고충이 짐작된다.     

"연예인 부부나 우리나 다를 게 없어, 지지고 볶는 건..."

 <자기야>에 출연한 송효범.
 <자기야>에 출연한 송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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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방송의 특성상 공중파에 비해 선정성 등에 대한 허용 범위가 넓어 솔직한 토크와 대담한 스킨십이 가능했던 <하하호호 부부유친>이 진하고 독한 원액의 맛이라면, 공중파 방송의 가이드라인을 지켜야 하는 <자기야>는 다양한 첨가물로 독한 맛을 희석시킨 칵테일 같다고나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중파의 아슬아슬한 방송 불가선을 지켜가며 대담하고 솔직한 이야기를 이끌어 내려는 노력을 하는 제작진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1일 저녁 방송된 <자기야>의 주제는 '부부사이 00 하지 마라'. 전회들에 비해 선정적인 주제는 아니었지만 아줌마들끼리 모여 수다 떨기엔 그보다 더 좋은 이야깃거리도 없었다.

"송효범이 너무 솔직하지 말라고 했잖아. 아내의 남자친구나 남편의 여자친구 문제 말이야. 혹시 남편한테 그런 이야기 해본 적 있어?"

"아이구, 말도 마. 우리 남편은 내가 국민학교 동창회 나가는 걸 절대 반대하잖아. 몇 년 전 동창회에서 국민학교 때 날 좋아했던 남자애를 만났거든. 다행히도 멋지게 나이가 들었더라. 그래서 그 이야기를 남편한테 해줬더니 이 남자가 내가 외도라도 한 것처럼 핏대를 세우더라니까. 나 그 뒤로 국민학교 동창회 못 나가잖아."

"그러게 너무 솔직하면 손해야. 남자들의 질투가 여자들보다 심하다잖아. 여자들은 솔직히 아무런 감정도 없고 단지 친구로만 생각하는데 남자들은 절대 친구는 없다잖아. 유치하게 시리."

"그러고 보면 연예인이나 우리나 다를 게 없어. 김동현 혜은이 부부나 이승신, 김종진 부부나 301호 부부나 302호 부부나 지지고 볶고 사는 건 마찬가지더라."    

아줌마들뿐 아니라 남편들에게도 <자기야>는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그동안은 알지 못했던 남편에 대한 아내들의 솔직한 심정을 방송을 통해서나마 확인할 수 있으니까. 또 방송 내용을 핑계로 그동안 하지 못했던 부부만의 솔직 대담하면서도 유치찬란한 대화를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자기야> 방송 후 자신들도 스타 부부처럼 솔직한 대화를 나누려고 시도하다 결국엔 싸움이 되어 버렸다는 부부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것 역시 <자기야>가 주는 좋은 영향이 아닐 수 없다.

대부분의 부부들이 정작 나누어야 할 대화인 아내와 남편의 요구나 기호에 대해서는 유치하다거나 점잖지 못하다는 이유로 적당히 무시하거나, 말하고 싶어도 참고, 인내하며 넘어가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인내와 내숭(?)은 누구를 위해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기야>는 스타 부부들의 입을 통해 매주 그것을 솔직하게 증명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때려주고 싶은 자기와 <자기야>를 보라

 <자기야>에 고정 출연 중인 이승신, 김종진 부부
 <자기야>에 고정 출연 중인 이승신, 김종진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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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가족화, 개인화가 빠르게 진행될수록 가족 중심의 삶에 집착하게 되고 그럴수록 부부간의 유대감과 친밀감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게 마련이다. 밖에 나가 외부인과 놀고 즐기고 나누는 것보다는 내 아이들 혹은 아내와 남편이 함께 즐기는 시간이 많아지는 것이 요즘 가족들의 새로운 모습이다.

아이들과의 관계는 비교적 쉽다고 하지만 정작 부부가 둘만의 시간을 갖고 두 사람만의 이야기로 대화를 나누려면 풀어가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평소 서로의 감정에 대해 지나치게 무시하고 억누르며 외면하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친구 부부에게 시간을 내서 <자기야>를 함께 시청해 보라는 처방을 해줬다. 그 속에서 우리 부부의 모습, 친구 부부의 모습, 이웃 부부의 모습을 발견하고 유치의 끝을 달리는 솔직 대화를 나누어 보라는 뜻이다.

오늘까지 대화 중 싸움했다는 전화가 없는 걸 보면 화해까진 몰라도 적어도 나쁜 영향을 미친것 같지는 않다. 대화가 필요한 부부라면 날선 말싸움은 뒤로 미루고 <자기야>를 한번 시청해 보면 어떨까싶다.


#자기야#스타부부쇼#성인용토크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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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줌마가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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