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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일영 대법관 후보자가 14일 오전 국회 인사청문특위의 대법관 인사청문회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민일영 대법관 후보자가 14일 오전 국회 인사청문특위의 대법관 인사청문회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 남소연
민일영 대법관 후보자는 1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공정성에 의심을 받지 않도록 불편부당한 자세를 견지하면서 재판에 임하겠다. 정의의 여신 디케가 눈을 가리고 있는 이유를 늘 상기하며 마음속에 새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민 후보자는 청문회에 앞서 인사 발언을 통해 먼저 "법관이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대법관의 후보자로 지명된 것은 저로서는 너무나 큰 영광"이라며 "하지만 능력과 인품 등 모든 면에서 저보다 훨씬 뛰어난 기라성 같은 선배나 동료 법조인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모로 부족한 제가 이 자리에 서게 된 데 대해 송구스럽고 아울러 쉽게 감당할 수 없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라고 자세를 낮췄다.

이어 "초임판사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법관으로서 상식에 비춰 법률을 해석하고 투명하고 공정하게 재판을 진행하고자 노력했다"며 다산 정약용 선생의 '청송지본 재어성의(聽訟之本 在於誠意)' 구절을 언급했다.

그는 "법관이 된 후에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를 읽은 적이 있는데, 그 형전 첫머리에 나오는 '송사를 듣고 처리함에 있어 근본은 성의를 다함에 있다'는 구절에 크게 공감해 좌우명으로 삼아 작은 사소한 사건이라도 정성을 기울여 처리해 왔다"고 강조했다.

민 후보자는 그러면서 "당사자에게 억울함이 없도록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려고 애쓰다가 끝내 벽에 부딪혀 미궁 속을 헤메일 때는 인간으로서의 능력에 한계를 절감하면서 내가 전지전능한 신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신이 못 된다면 용한 점쟁이라도 되면 좋을 텐데 하고 고민하며 밤을 지새운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한편 당사자의 사회적 지위나 신분에 구애됨이 없이 엄정한 원칙과 기준을 지키면서 재판하고자 했고, 특히 사회지도층의 범죄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엄정한 자세를 견지하려고 노력했다"며 "사실 이러한 범죄를 재판하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그런 재판일수록 원칙을 지키는 일이 더욱 중하다고 마음에 새기며 합당한 결론을 찾으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반면 권리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쉬운 우리사회의 소수자와 약자들이 마지막으로 기댈 곳이 법원이라는 점에 유념하여 그들의 말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가슴을 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또 "비교적 액수가 크지 않은 사건을 다루는 민사 항소부 재판장으로 근무하면서 당사자의 주장을 경청하는 것이야 말로 분쟁 해결의 첫걸음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고 이어갔다.

그는 "그래서 청주지법원장을 하면서 법관과 직원들에게 법원에 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일반행정 관서를 찾는 사람과는 다르다. 그들은 대부분 아리고 쓰린 가슴을 하소연하려고 찾은 것이다. 귀를 활짝 열고 그들의 하소연을 잘 들어야 한다. 내 하소연을 들어준다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커다란 위안이 될 것이라고 거듭 당부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민사사건 당사자든, 형사사건 피고인이든 법대에 높이 앉은 판사가 자기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경청하고 있다고 느낄수록 재판에 승복하는 비율이 높아진다는 것이 평소 저의 지론"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민 후보자는 "대법관은 우리나라의 최고법원인 대법원의 구성원으로서 법령의 최종 해석권을 가지고 우리사회가 따를 규범적 기준을 형성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는 자리임을 잘 알고 있다"며 "제가 국민의 대표인 위원님들의 검증을 거쳐 대법관에 임명된다면 그동안 법관으로서 쌓은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진취적이고 창의적인 자세로 최선을 다해 재판업무에 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특히 "대법관은 무엇보다도 우리사회가 지속적으로 추구할 가치가 무엇인지, 주권자인 국민의 참된 의사가 무엇인지를 잘 헤아려야 한다"며 "그저 사건 하나하나를 해결하려는데 급급하거나 단순한 형식논리의 고리에 얽매이지 않고 사건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파악하고 시대가 변해도 소중히 간직해야 할 원리원칙을 찾아서 지침을 마련하는데 힘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법관이 정파적 이념이나 이해관계에 구애받지 않아야 함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사회의 각계각층의 다양한 목소리에 항상 귀를 기울이고 공정성에 의심을 받지 않도록 불편부당한 자세를 견지하면서 재판에 임하겠다"며 "정의의 여신 디케가 눈을 가리고 있는 이유를 늘 상기하며 마음속에 새기겠다"고 자세를 가다듬었다.

민 후보자는 "저 나름으로는 그동안의 법관생활 동안 항상 긴장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해 왔으나, 막상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을 계기로 지난날을 돌이켜 보면 여러모로 부끄럽고 아쉬운 점이 많다"고 자세를 낮췄다.

끝으로 "그러기에 지금까지 제 삶이 평가의 저울 위에 놓여 있다고 생각하니 두려운 마음도 드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렇지만 국민을 대변하는 위원님들의 질의에 성실하게 답변하고 지적이나 질책을 국민의 소리로 현명하게 받아들이는 것이야 말로 공직후보자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주요약력 = 민일영 후보자는 1955년 경기도 여주 출신으로 경복고와 서울법대를 나와 제20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83년 서울민사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서울형사지법 판사, 독일유학, 대구고법 판사,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 서울고법 판사, 충주지원장,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지법 부장판사, 대전고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법원도서관장 등을 역임했다.

부인은 자유선진당 대변인을 맡고 있는 박선영 국회의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민일영#인사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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