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사천)은 "농림수산식품부가 주변 각국 대사관 등과 (주고 받은) 수·발신 문서를 대외비로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기 위해 주변국 협상 동향을 은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국회 농식품위 상임위 결산(15일)을 하루 앞둔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중국과 일본, 홍콩 등 주변국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확대를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정부와 중국, 일본, 홍콩, 대만 등 주변국의 협상동향과 관련하여 농식품부가 고의로 부실 답변을 제출하는가 하면 각국 대사관 등과의 수·발신 문서를 대외비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이를 비난하면서 협상동향 공개를 촉구했다.
그는 "이 문제가 중요한 이유는 지난해 이명박 정부가 일본·중국·대만·홍콩 등 주변국의 미국산 쇠고기 협상 결과가 한미 쇠고기 협상결과보다 나을 경우 재협상할 것이라고 약속한바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강기갑, 김충환, 노철래, 안민석, 홍정욱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은 대정부질의이나 긴급현안질의, 쇠고기국정조사특위 질의 등을 통해 이를 따졌다. 당시 한승수 국무총리와 정운천 전 농식품부 장관, 유명환 외통부 장관 등이 재협상할 것이라고 답변했던 것.
강기갑 의원은 "그런데 협상이 끝난 지 벌써 1년 3개월이 지나고 있음에도 주변국들은 여전히 수입확대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다시 말해 중국은 여전히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금지하고 있고, 일본 역시 과거와 마찬가지로 20개월 이하의 뼈있는 살코기만 수입하고 있으며, 대만과 홍콩 역시 30개월 미만의 뼈 없는 살코기만 수입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7월20일 국정감사 요구자료로 각국과의 협상동향과 각국 주재 한국대사관과의 수·발신 문서사본을 요청했으나 농식품부는 두 달 가까이 지난 3일에서야 외국 언론에 보도된 짤막한 기사(대만 관련)만을 제출하였다"고 설명했다.
강기갑 의원은 농식품부 대외비 문서목록을 입수해 분석했는데, 이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올해만 하더라도 수십차례에 걸쳐 주미대사관과 외교통상부 등을 통해 미국과 주변국의 협상동향을 보고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
결국 이명박 정부가 각국 주재 대사관 등을 통해 미국 정부와 주변국의 협상동향을 계속 확인하고 있으면서도 강기갑 의원의 국정감사 요구자료에는 이를 누락했다는 것.
이에 대해 강기갑 의원은 "이것은 국회에 대한 불성실 답변을 넘어 상황을 은폐하기 위한 시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확대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주변국의 협상동향이 알려질 경우 우리 정부의 협상실패에 대한 국민의 반발이 나타날 것을 염려하여 감추기에 급급한 것이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강 의원은 "농식품부 실무자들에 따르면, 문서를 생산한 외교통상부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농식품부에 전달했다고 한다"라며 "이명박 정부는 일본, 중국, 대만, 홍콩과 미국 정부와의 협상동향에 대해 수발신한 모든 문서를 즉각 공개하라"고 촉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