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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송시의 시구가 절로 읊조려지는 고을입니다. 고즈넉한 이곳은 면사무소, 보건소, 식당, 상가 등이 어우러진 아주 조그마한 동네 전남 구례군 토지면의 면소재입니다.

 

지난 10일,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에 이곳을 찾았습니다. 지리산 자락이어서 일까요. 가을 느낌이 완연합니다. 이제 시장기를 달래야 하는데 어떤 곳이 좋을까 몇 군데 식당을 둘러봐도 짐작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지인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맛있는 집을 추천해달라고요.

 

그래서 찾아간 곳이 다슬기 요리를 주로 취급하는 식당 '섬진강'입니다. 외지인들의 차량이 서너 대 주차되어 있습니다. 홀에는 댕기머리에 덥수룩한 수염의 사내가 신문을 뒤적이고 있습니다. 그의 외모가 흡사 도인을 닮았습니다. 곁에는 그의 가족인 듯 여자아이와 아낙네가 함께 자리를 하고 있습니다. 방 식탁에는 아주머니들 대여섯이 앉아있습니다. 드나드는 손님들도 제법 보입니다.

 

알큰한 국물이 은근하게 미각을 자극하네!

 

지리산 정기가 담겨있을 것 같은 원목식탁이 맘에 듭니다. 잠시 기다리자 아가씨가 쟁반에 찬을 담아내옵니다. 이게 뭘까요. 독특한 간장이 눈에 들어옵니다. 집간장에 다슬기를 넣어 만들었다는 다슬기장입니다.

 

"김에 밥을 싸서 다슬기 장에 찍어먹으라고 드린 거예요."

 

아니! 밥이 아니라 다슬기수제비를 주문했는데… 잠시 후 의문이 풀렸습니다. 다슬기수제비를 주문하는 손님에게 밥 반 공기를 그냥 덤으로 주었습니다.

 

섬진강의 다슬기수제비(대사리탕)입니다. 알큰한 국물이 은근하게 미각을 자극합니다. 푸른색이 감도는 다슬기 빛깔도 맛을 돋웁니다. 다슬기를 넣어 끓여낸 다슬기수제비는 애호박과 청양고추 부추도 들어있습니다. 그 시원함이 청정한 섬진강의 자연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손으로 떼어 넣은 손수제비의 자연스러움 때문인지 감칠맛이 오롯이 살아있습니다. 여행의 기쁨이 함께해서일까요. 맛도 특별합니다.

 

싸먹는 김밥에 찍어먹는 다슬기장도 은근한 맛이 제법입니다. 여기에 담긴 맛은 주 메뉴가 아닌 덤으로 주어지는 그런 느낌도 단단히 한몫했을 겁니다. 이놈의 인간의 마음은 그날그날 기분에 휘둘릴 때가 많으니 말입니다. 바로 곁의 식탁에 차려진 다슬기전도 먹음직스러워 보이네요. 푸짐한 다슬기전은 텁텁한 막걸리와 썩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피로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잘 어울리는 음식

 

구례는 섬진강 상류에 자리한 지리적 특성 때문에 다슬기를 취급하는 식당이 많습니다. 다슬기는 대사리, 올갱이, 고디, 물고둥 등으로 불리며 한방 약재로도 쓰입니다.

 

동의보감에서 살펴본 다슬기의 효능입니다. '다슬기의 약성을 보면 서늘하고 맛은 달며 독은 없다. 간장과 신장에 작용하며 대소변을 잘나가게 한다. 위통과 소화불량을 치료하고 열독과 갈증을 푼다'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리산 산촌마을답습니다. 취나물무침은 향기가 아주 그만입니다. 풋고추에 밀가루 옷을 입혀 쪄낸 고추반찬도 돋보입니다. 새콤한 깍두기도 좋고요. 다슬기수제비 가격은 6천 원입니다. 관광지에서 여행 중에  만난 음식치고 이정도면 정말 착한 가격이죠. 그렇다고 해서 맛이 처지지도 않아요.

 

다슬기는 해독기능이 있어 피로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잘 어울리는 음식입니다. 이집은 찬과 음식이 다 입에 와 닿아요. 은근슬쩍 기분이 좋아질 정도로. 뭐~ 감동까지는 아니어도 제법이네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라도뉴스'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대사리탕, #다슬기수제비, #섬진강, #구례군 토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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