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대체 : 15일 밤 10시 30분]
180도 달라진 조중동의 '공직자 도덕성 잣대'
14일 진행된 민일영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인사청문회에서 민 후보자의 위장전입 의혹이 최대 쟁점으로 다뤄졌다. 특히 부인인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의 위장전입에 이어 본인의 위장전입 의혹이 추가로 제기됨으로써 대법관 자격 논란이 더욱 커졌다.
그런데도 조중동은 대법관 자격논란에 대해 '도덕성 보다는 능력'이라며 민 후보자를 감싸고 나섰다.
<조선>
'고위공직 맡기에 부적절한 치부'(참여정부) → "중요한 건 업무능력"(MB정부)
조선일보는 15일 사설에서 2000년 도입된 국회 인사 청문회 제도가 고위 공직에 나서려는 사람들이 '절대 해서는 안 될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했다지만 적잖은 문제도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사설은 "무엇보다 청문회가 종종 여․야 정쟁의 장으로 변질되면서 후보자의 도덕성과 능력․자질 등에 대한 종합적이고 균형 잡힌 검증보다는 후보자 흠집 내기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모두 야당이었을 땐 흠집 내기 청문회에 열을 올리다가 여당이 되면 흠집 내기 청문회는 곤란하다고 입장을 뒤집곤 했다"고 여야를 모두 비판했다.
그러면서 "후보자의 도덕성 문제는 철저히 다뤄져야 하지만 그 검증의 기준이 우리 사회의 일반적 통념을 토대로 해서 후보자의 도덕성의 하자가 공직에 부적합할 정도의 것이냐를 상식의 저울에 달라보라는 것"이라며 "공직 후보자 검증에서 도덕성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후보자의 업무 능력과 각종 현안에 대한 견해"라고 강조했다.
정운찬 총리 후보자에 대해서는 그가 병역을 면제받은 이유나 아들 국적 문제를 규명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서울대 총장 시절 학교 재정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해 학교를 어떻게 발전시켰고, 어떤 방법으로 교수들이 연구와 교육에 전념하도록 북돋웠는지 등을 엄밀하게 따져봐야 총리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임태희 노동장관 후보자와 이귀남 법무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같은 논리를 펴며 두둔했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이런 보도 행태는 참여정부 시절과 비교해보면 '천양지차'라 할 수 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2월 9일, <대통령은 또 인사청문회 결과를 무시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200년의 인사청문회 전통을 갖고 있는 미국에선 내정자들이 사소한 불법이나 도덕성에 상처받는 사안이 불거지면 자진해서 사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공직을 맡겠다는 사람이라면 그 정도의 인격수양은 돼 있어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당시 장관 후보자들의 도덕성 문제에 대해서는 위장전입, 소득세 탈루, 편법 증여는 물론 국민연금 미납, 교통법규 위반 등까지 언급하면서 "최고위 공직을 맡기에는 부적절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일부 내정자들의 치부가 드러났다"고 못 박기도 했다.
아울러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국회 청문회가 대통령의 장관직 인사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면 이런 청문회는 없는 것이나 한가지"라며 "대통령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국회 의견을 존중해야 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옳은 일"이라고 촉구했다.
<중앙>
'위장전입, 어물쩍 못넘어가'(참여정부) → "흠없는 사람 찾기 어렵다"(MB정부)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위장전입은 한국 사회의 '불편한 진실'"이라며 위장전입이 만연했던 '구조적 원인'을 자세하게 열거했다. 사설은 위장전입이 불법이었지만 "많은 이가 '생활'이라는 합리화 뒤에 숨어 죄의식 없이 이 일을 저지르곤 했다"며 "사법당국의 의식이 미약하고 행정전산체계도 미흡해 단속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면서 병은 만연됐고, 많은 이가 걸렸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위장전입을 한 사람들을 두고 "한때 폐결핵을 앓았던 환자의 X레이처럼 지금 흔적이 여지없이 찍혀나오는 것"이라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고위공직 후보들의 위장전입이 "분명 한국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라면서도 "이러한 사안들을 엄격한 잣대로 털어내다 보면 흠집 없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 또한 외면할 수 없는 현실", "우리 사회의 딜레마"라는 주장을 폈다. 그러면서 앞으로 '공직에 봉사하고자 하는 사람은 자기관리를 잘하자'는 결론으로 사설을 맺었다.
그러나 중앙일보 역시 참여정부 시절에는 지금과 다른 주장을 폈다.
2005년 3월 1일 사설 <위장전입, 이헌재 부총리가 직접 밝혀라>에서 중앙일보는 "공직자 재산등록실태 공개과정에서 불거진 이헌재 부총리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문제는 경기도 광주시 일원의 땅을 매입할 때 주민등록을 불법으로 옮겼다는 의혹이다"라고 위장전입 의혹을 적극 제기했다.
나아가 사설은 "이것이 사실이라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경제수장으로서 도덕성과 신뢰도에 큰 흠집이 아닐 수 없다", "본인이 몰랐다고 해서 문제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주민등록 불법이전을 통한 위장전입은 농지에 대한 투기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이미 오래전의 일이고 법적으로 공소시효가 다 지난 일이라고 어물쩍 넘어가기에는 일반 국민이 느끼는 좌절감과 열패감이 너무 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본인 스스로 위장전입 여부를 포함한 부동산 투기 의혹에 관해 명명백백하게 실상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
'약간의 흠도 무겁다'(참여정부) → "도덕성에 매몰되면 안돼"(MB정부)
동아일보는 조선・중앙일보보다 앞선 14일, 사설 <이제 국민 앞에 '고품질 청문회' 한번 해보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동아일보는 "도덕성에 매몰돼 국정수행 능력이나 자질 같은 더 중요한 요소들을 간과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후보자의 도덕성 흠결에 대해서 당시의 잣대로도 용인할 수 없는 수준인지, 공직에 공헌할 기회를 박탈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것인지도 냉철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폈다.
그러나 이 역시 과거 참여정부 시절과는 너무 다른 태도다.
2005년 최영도 국가인권위장의 부인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 3월 19일 <'약간의 흠'도 최위원장에겐 무겁다>라는 사설을 썼다. 당시 동아일보는 "인권위를 대표하는 위원장이라면 보통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과는 다른 도덕성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로부터 위원장 제안이 왔을 때 당연히 거부하는 게 최 씨의 바른 처신이었다고 우리는 본다"고 주장했다.
또 "청와대가 인사 검증을 제대로 했는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부동산 관련 투기의혹을 알고도 최 위원장을 임명했는지, 아니면 검증 자체가 부실했는지 국민에게 밝힐 의무가 정부에 있다"며 청와대에 철저한 검증 책임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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