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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동을 설명하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표정은 밝았다. 박 전 대표는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유럽특사직 수행 보고를 위해 이 대통령을 만났다. 공개 환담 뒤엔 배석자 없이 이 대통령과 따로 43분간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두사람의 회동은 지난 1월 '비공개 회동' 이후 8개월만이다.

 

'밝은' 박근혜 "대통령과 여러 현안에 대해 얘기"

 

박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독대하는 동안) 이 대통령과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해서 얘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이날 두 사람의 회동은 만나기만 하면 잡음이 있었던 이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회동에 참석했던 유정복 의원도 "환담 때 분위기가 좋았다"며 "(독대 뒤에) 박 전 대표 표정도 나빠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이 대통령이 지난 5월 박 전 대표의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퍼시픽연구센터 초청강연 내용에 대해 먼저 언급한 대목이다.

 

박 전 대표는 기자들에게 "대통령께서 올해 제가 스탠퍼드대에 가서 한 연설문을 보셨다고 하시면서 그 내용 중 북한·경제 문제에 공감한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표는 당시 연설에서 경제와 관련해 '원칙이 바로 선 자본주의(the disciplined capitalism)'론을 내놓아 주목을 받았다.

 

"대통령, 제 스탠퍼드대 연설에 공감 표시"

 

박 전 대표는 연설에서 세계경제 위기와 관련해 "현 위기는 민간 부문이 이익의 극대화에만 치우쳐 사회의 공동선을 경시해 발생했다"며 "앞으론 주주 이익과 공동체 이익을 조화시켜 더 높은 기업윤리를 창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경제발전의 최종 목표는 모든 국민이 참여하는 공동체의 행복 공유에 맞춰져야 하며, 정부는 공동체에서 소외된 경제적 약자를 확실히 보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문제에 대해선 동북아 평화프로세스 구상을 내놓으면서 '북한의 위기조성→ 협상과 보상→ 위기재발→ 협상과 보상'의 악순환을 근본적으로 끊자고 제안했다. 또 한미동맹과 관련해 "고정된 가치를 지키는 동맹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동맹이 돼야 한다"며 "세계가 직면한 변화와 도전에 해결방안을 공동으로 모색하는 동맹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먼저 연설 얘기를 꺼냈고 또 공감까지 표시한 건 미리 마음 먹은 배려로 보인다. 또 공개 환담 뒤의 독대 시간도 43분으로 길었다. 이례적인 일이다.

 

정치권에선 대통령이 '차기 관리'를 시작했다는 말이 나온다. 차기 대선주자들에게 고루 힘을 실어주며 경쟁구도를 만드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앞서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지난 3일),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9일)와도 독대한 바 있다.

 

세종시·'4대강 사업' 관련해선 이견 있었던 듯

 

다만 이날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정치 현안에 대해선 다소의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세종시 문제나 4대강 살리기 사업에서 그랬을 것으로 짐작된다.

 

박 전 대표는 '전날 이 대통령이 밝힌 '제한적 개헌'의 필요성에 대한 얘기도 있었느냐'는 물음에 "개헌 얘기는 없었다"며 "남북문제, 4대강 (사업), 내년에 열릴 G20정상회담 등 여러 현안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고 답했다.

 

이어 '대통령과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느냐'고 묻자 "의견 교환도 있었고, 공감한 부분도 있었다"며 이견이 없지 않았음을 에둘러 말했다.

 

세종시와 관련해서도, 박 전 대표는 "(세종시와 관련한) 얘기는 있었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얘기하지 않겠다)"며 입을 다물었다.

 

"청와대 회동, 내내 화기애애"... 청와대 "대통령-박근혜, 국정동반자"

 

앞서 청와대에서 있었던 공개 회동도 내내 화기애애 했다고 청와대 측은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박 전 대표에게 "유럽 각 나라는 모두 중요한데 그동안 특정한 몇몇 국가들 제외하고는 관계에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며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특사단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줬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생각 같아서는 브라질에도 한 번 특사로 다녀와 달라고 말하고 싶은데 비행시간만 30시간 넘는 너무 먼 길이서 차마 말씀을 못 드리겠다. 앞으로도 필요하다면 특사로 나서 주시면 고맙겠다"고 부탁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도 "일정이 빡빡했지만 만날 사람은 다 만났고 큰 보람이 있었다"며 "유럽 각 나라들이 우리나라 정보에 대한 욕구가 많은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날 회동에 대해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여러 차례 웃음이 터지는 등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며 "접견이 끝난 뒤 이 대통령은 접견실 밖까지 나와 손을 흔들며 특사단을 배웅했고 박 전 대표는 환한 웃음으로 인사를 대신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날 회동은 두 분이 국정의 동반자로서 같이 간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이미 박 전 대표는 국정의 동반자로서 역할을 하고 계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회동에는 박 전 대표 외에 안경률·김태원·유정복·김성태 한나라당 의원 등 유럽특사단과 청와대 박형준 정무수석, 김성환 외교안보수석, 박선규 대변인이 배석했다.


태그:#박근혜, #이명박, #유럽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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